김태형을 포기한 용기…이승엽을 초대한 용기
OSEN 백종인 기자
발행 2023.02.15 16: 00

[OSEN=백종인 객원기자] 위키백과는 이렇게 설명한다. ‘잘못된 것에 대한 위험이 마음 속 생각을 통해 정해졌을 때의 숙연함.’ 용기(勇氣)라는 단어에 대한 정의다.
한동안은 ‘김태형 씨’였다. 전직은 프로야구 감독이다. 이제 직함이 생겼다. 해설위원으로 SBS 중계석에 앉게 됐다. 그가 얼마전 SNS에 사진을 올렸다. 감사패, 유니폼 액자, 피규어, 캐리커처, 장난감 등이 다양하게 담겼다.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팬들에게 받은 선물이다.
지난 해 10월 어느 날이다. 오피셜이 떴다. 발신자는 두산 베어스다. 내용은 간단했다. “구단 전성기를 이끌어준 김태형 감독의 노고에 감사드린다. 팀의 장기적인 방향성 등을 고려하여 이 같은 결정을 했다.” 재계약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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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흘이 지났다. 또 하나의 오피셜이다. 발신자는 같다. “제11대 감독으로 이승엽 KBO총재 특보를 선임했다.” 인선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름값이 아닌 철학과 비전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의 신구조화를 통해 또 다른 도약을 이끌 적임자로 판단했다.”
추가 보도를 통해 대략의 과정이 전해졌다. 신임 감독이 몇몇 매체와 인터뷰를 통해 밝힌 내용이다. 재구성하면 이런 전개다.
시즌 막판 두산측이 먼저 연락했다. 구단주와 식사 자리가 마련됐다. 2~3시간 동안 야구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눴다. 어떤 자리를 염두에 둔 얘기는 아니었다고 한다. 파할 무렵 언질이 있었다. 당사자는 놀랐다는 반응이다. (삼성 아닌) 다른 곳에서 제의가 오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해서다. 이후 회장으로부터 휴대폰 문자가 왔다. ‘구단주가 직접 모시려 합니다’라는 내용이었다.
그룹 오너의 청이다. 시간 끄는 것은 예의가 아닐 터. 사장, 단장과 실무 접촉이 이어졌다. 두산이 왜 필요로 하는 지에 대한 설명을 듣고 수긍했다. 세부 사항 조율을 마쳤다. 그리고 공식 발표가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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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모로 뜻밖의 결정이다. 우선 전임자와의 재계약 포기가 그렇다. 뚜렷한 성과를 남긴 사람이다. 재임 기간 ‘왕조’를 이뤘던 인물이다. 마지막 시즌만 기대에 못 미쳤다. 이렇게 성공한 사례는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새드 엔딩이었다.
신임 감독 캐스팅도 마찬가지다. 위험 요소가 많다. 코치 경험조차 없다. 은퇴 후 해설 몇 년이 전부다. 때문에 리더십도 미지수다. 선수 시절에도 카리스마를 발휘하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프랜차이즈 색도 뚜렷이 다르다.
따지자면 상당한 파격이다. 절대 쉬운 결정이 아니었으리라. 엄중하고, 냉정한 고민의 결과라고 믿는다. 그래서 일단 ‘용기’라고 표현하겠다. 앞서 밝힌 위키백과의 정의에 부합했으면 좋겠다. ‘잘못된 것에 대한 위험이 마음 속 생각을 통해 정해졌을 때의 숙연함.’
하지만 용기는 뒷모습도 가졌다. 위키백과가 이렇게 경계한다.
‘용기는 굳센 기운, 굳센 기질, 호기, 무모함과는 분명한 차별점을 두어야 한다. 용기는 무모하지 않으며 용기는 기질처럼 인간의 육체에 기반한 본질적인 것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두고 있다. (중략) 정도가 지나친 용기는 '만용'이라고 표현한다. 한자 뜻대로 무모한 용기라는 뜻이다. 소담함과 만용의 중간에 위치한 감정이 용기다.’
부디 용기이길 바란다. 그게 결정권자와 팬들, 그리고 떠난 자와 초대된 자를 위한 해피엔딩이다.
칼럼니스트 일간스포츠 前 야구팀장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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