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달 사이 비행기에서만 무려 35시간을 보낸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 그러나 피로감은 없다. 2년 전 일본에 당했던 수모를 갚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정신무장을 단단히 했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16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야구대표팀 첫 공식 훈련을 마친 뒤 취재진과 만나 현재 몸 상태와 대회를 앞둔 소감을 전했다.
양의지는 “어제는 조금 힘들었다. 호주보다 날씨가 추워서 몸이 조금 움츠러드는 느낌이었다”라며 “시차 적응을 위해 잠을 조금 안 자고 왔다. 다행히 어제 잘 버텼고 호텔에서 잠을 많이 자고 일어났더니 오늘은 괜찮다”라고 몸 상태를 밝혔다.
양의지는 전날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까지 그야말로 강행군을 펼쳤다. 1월 19일부터 2월 12일까지 한 달 가까이 호주 시드니 두산 스프링캠프에서 몸을 만든 그는 12일 한국으로 귀국해 하루 휴식한 뒤 14일 미국 투손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인천공항에서 시드니까지의 편도 소요 시간은 약 10시간, 투손까지는 경유 포함 약 15시간이 걸린다.
양의지는 “마일리지가 많이 쌓인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며 “시차 적응이 조금 빠른 편이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 것 같진 않다”라고 말했다. 이강철호는 향후 WBC 4강에 진출할 경우 일본 도쿄돔을 거쳐 다시 미국 마이애미로 향해야 한다. 이에 대해선 “그런 부분은 정신력으로 버틸 수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양의지가 정신력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이유는 바로 일본에 설욕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양의지는 2021년 개최된 도쿄올림픽에서 주전 포수 중책을 맡았으나 타율 1할3푼6리(22타수 3안타)로 침묵하며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양의지의 국제대회 통산 성적은 타율 1할6푼9리(83타수 14안타) 1홈런에 머물러 있다.
![대표팀 양의지가 훈련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jpnews@osen.co.kr](https://file.osen.co.kr/article/2023/02/16/202302160834777908_63ed6d000f4e1.jpeg)
정신력을 강조한 양의지는 “마지막 WBC라고 생각하니 그런 마음이 든다. 또 일본전에 두 번이나 크게 맞은 기억이 있어서 그걸 마음에 많이 담아둔 채로 준비를 하고 있다. 일본에 당한 수모를 꼭 갚을 것이고, 김현수와 함께 동생들을 잘 이끌어서 좋은 결과를 내겠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면서 “일본야구의 경우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상이 많아서 그 동안 태블릿으로 선수들을 많이 봤다. 그 동안 야마다 테츠토(야쿠르트)에게 결정적인 한방을 계속 맞아서 경계가 필요하고, 무라카미 무네타카(야쿠르트)도 경계해야할 것 같다”라고 한일전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양의지는 한층 젊어진 대표팀 마운드와의 호흡에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내가 젊은 투수들의 공을 열심히 받아준다면, 또 그들이 패기 있게 던진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우리 투수들이 세계 무대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고 본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도 많고, 변화구를 잘 던지는 투수도 많다. 모두들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에 충분히 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끝으로 양의지에게 태극마크의 무게감을 물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태극마크를 달고 싶어서 야구를 했고, 프로의 꿈을 꿨다. 그런데 이렇게 항상 뽑아주시니 영광스러울 따름이다”라며 “몸이 좋든 안 좋든 나가서 어떻게든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바로 국가대표의 무게감이다”라고 남다른 의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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