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2루 번트? 난 치겠다, 그럴 능력이 있으니”…예비 빅리거의 만화야구 [오!쎈 투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2.20 10: 50

2023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의 화두로 떠오른 연장 무사 2루 승부치기. 타격 5관왕에 빛나는 이정후(25)는 상황이 찾아오면 번트가 아닌 타격으로 주자의 진루를 돕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자신에게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다는 자신감을 뽐냈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한국 WBC 대표팀은 지난 1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연장 승부치기를 대비한 훈련을 실시했다. 이정후, 박병호 등 중심타자들이 이례적으로 번트 훈련에 매진했고, 작전으로 사용될 주루와 번트 훈련의 경우 KBO 측에서 취재진의 영상 촬영 중단을 요청했다. 
현장에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우리가 후공일 경우 연장에서 선취점을 내주면 우리 공격 때 점수를 무조건 내야 한다. 그 때는 어떤 선수든 번트를 대야 한다”라며 “물론 박병호, 이정후는 웬만하면 번트 댈 일이 없을 것 같지만 일단 모든 선수가 준비를 해야 한다. 그런데 그 상황이 오면 본인들이 알아서 번트를 시도할 것 같다”라고 웃었다. 

대표팀 이정후가 웜업 훈련을 하고 있다. 2023.02.19 /jpnews@osen.co.kr

2023 WBC에는 연장전 승부치기 규정이 존재한다. 정규이닝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할 경우 10회부터 무사 2루 상황에서 이닝이 시작되며, 9회 종료 시점의 타순을 이어서 거행한다. 올림픽처럼 무사 1, 2루가 아닌 무사 2루이기 때문에 번트와 강공 모두 리스크가 존재한다. 번트를 시도할 경우 포스아웃이 아닌 태그아웃이 되기 때문에 자칫하면 무사 2루가 1사 1루가 돼 버릴 수 있다. 
이날 번트 훈련을 실시한 이정후는 “야구는 확률이 높은 쪽이 이긴다. 전력 분석을 하는 것도 상황에 맞는 확률에 알맞게 대처하기 위함이다. 연습 또한 더 높은 확률로 안타를 치기 위해 하는 것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대표팀 이정후가 뜬공으로 물러나며 아쉬워하고 있다. 2023.02.17 /jpnews@osen.co.kr
그러나 무사 2루에서 벤치 사인이 나지 않는 한 이정후는 번트를 시도하지 않을 계획이다. 그는 “사인이 없다면 난 그냥 칠 것 같다”라며 “번트를 대서 주자를 3루로 못 보내고 아웃카운트를 늘릴 바에야 쳐서 주자를 3루로 보내는 게 낫다. 또 내가 안타를 친다면 대량 득점 찬스가 이어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전략 뒤에는 KBO리그 대표타자로 성장한 천재타자의 자신감이 자리하고 있다. 이정후는 “난 1-2루 간으로 타구를 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생각한다. 번트보다 차라리 우익수 앞으로 안타를 칠 생각을 하겠다”라고 힘줘 말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내가 치고 싶은 욕심을 가지면 안 된다. 아무래도 사람인지라 쳐서 멋진 장면을 한 번 만들어 보고 싶기도 해서”라며 강공이 철저한 팀배팅임을 강조했다.
이정후는 2023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선수답게 훈련을 마친 뒤 숙소에서도 WBC에만 있는 로컬룰을 끊임없이 분석 중이다. 
이정후는 “방에서 쉴 때도 여러 상황을 생각하면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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