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 홈런왕' 애런 저지는 2번타자, 설마 노시환도? 가능성 열어놓은 수베로 감독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2.20 18: 02

한화가 자랑하는 ‘거포’ 노시환(23)의 2023시즌 첫 실전 경기 타순은 2번이었다. 홈런 타자에게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2번 타순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선 대세가 된 지 오래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AL) 역대 한 시즌 최다 62홈런 기록을 세운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도 2번타자다. 홈런 타자라고 하면 대개 3~4번 중심 타순을 맡지만 저지는 테이블세터로 불리는 2번 자리에서 47홈런을 쳤다. 1번 타순에서의 홈런도 13개로 62개 중 60개를 1~2번에서 폭발했다. 
세이버메트릭스가 발달한 2000년대 이후 메이저리그에서 중심타자가 2번 타순에 전진 배치되는 것이 더는 뉴스거리가 아니다. 하지만 갈수록 전통적인 개념이 완전히 무너지고 있다. 지난해 40홈런을 폭발한 이 시대 최고 타자 마이크 트라웃(LA 에인절스)도 2번타자다. 

한화 노시환이 케이지에서 타격 훈련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2023.02.06 /jpnews@osen.co.kr

팀 내 최고 생산력을 갖춘 장타자가 2번을 맡는 게 메이저리그의 흐름이다. 그런 점에서 한화의 최고 거포인 노시환이 2번 타순을 맡는 것도 거창한 실험까지는 아니다. 노시환은 지난해에도 9월18일, 9월24일 잠실 LG전에 2번타자로 2경기 선발출장해 각각 5타수 2안타 1타점, 3타수 1안타 1볼넷으로 총 8타수 3안타 1볼넷 1타점을 기록한 바 있다.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2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솔트리버필드 앳 토킹스톡에서 열린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노시환을 2번 타순에 넣으며 시즌 때도 이 같은 기용법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수베로 감독은 “노시환을 오늘 2번 타순에 놓은 것은 첫 실전이기 때문에 가능한 많은 타석에 들여보내기 위함”이라며 “시즌 때도 노시환이 2번 타순에 들어갈 가능성은 있다. 노시환뿐만 아니라 채은성, 김인환, 브라이언 오그레디, 김태연 등 타점을 올릴 타자들이 많아졌다. 야수진 뎁스가 두꺼워졌고, 중심타자들이 서로 부담을 나눠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화 노시환이 채은성에게 타격 자세를 물어보고 있다. 2023.02.06 /jpnews@osen.co.kr
한화는 2021년부터 노시환이 아니면 3~4번을 쳐줄 수 있는 타자가 없었다. 지난해 5월 김인환이 혜성처럼 등장해 부담을 덜어줬지만 중심타선에서 노시환만 피하면 큰 부담 없는 타선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시즌 후 검증된 강타자 채은성을 FA 영입하고, 장타력이 뛰어난 외국인 타자 오그레디가 가세하면서 노시환의 부담이 분산됐다. 노시환을 무조건 3~4번에 고정하지 않아도 되는 구성이 됐다. 수베로 감독 입장에선 타순을 다양하게 시험해볼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노시환은 “감독님께서 2번 타순에서 여러 가지 테스트를 해보시는 것 같다. 작년에도 몇 번 2번 타순에서 쳐본 만큼 어색하거나 부담스럽진 않았다”며 “타순이 어디든 신경쓰지는 않는다. 타순이 바뀐다고 해서 타격 어프로치에 변화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올 시즌 장타 부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만큼 2번 타순에 들어간다고 해서 접근법을 바꿀 생각은 없다. 
한화 노시환이 타격 훈련을 하며 동료선수들과 즐거워하고 있다. 2023.02.06 /jpnews@osen.co.kr
한편 노시환은 이날 2타수 무안타 1볼넷을 기록했다. 1회 3루 병살타, 3회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났지만 5회 풀카운트 승부 끝에 볼넷을 골라냈다. 그는 “비시즌부터 캠프에 와서 준비한 것들을 테스트한 경기였다. 안타는 나오지 않았지만 투수 공 궤적에 타이밍을 맞추는 데 집중했다. 괜찮았던 것 같다”며 “이제부터 실전인데 차근차근 감각을 끌어올려 시즌에 맞추겠다”고 말했다. /waw@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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