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룹은 한국과 일본에 모두 프로야구 구단을 보유한 유일한 기업이다. 한국은 롯데 자이언츠, 일본은 지바 롯데 마린스다. 모두 항구도시인 부산과 지바에 연고지를 각각 두고 있다. 구단주도 신동빈 롯데 그룹 회장이고 마스코트 역시 갈매기로 같다.
한국 자이언츠의 선수나 지도자가 일본 마린스로 연수를 떠나기도 했고 양 구단의 프런트들은 정기적으로 서로의 홈구장을 방문해 마케팅이나 구단 운영에 관한 노하우를 서로 공유하곤 했다. 같은 종목의 구단을 운영하고 있는 만큼 과거에는 상호 간의 교류도 과거에는 활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코로나19의 영향도 있었지만 이와 별개로 양 구단 간의 교류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부터 롯데 그룹 내의 자매구단들이 다시 활발하게 교류를 시작한다. 한국의 자이언츠가 일본의 마린스 스프링캠프 훈련장을 찾아간다. 롯데는 지난 1일부터 18일까지 미국령 괌에서 1차 캠프를 진행했고 19일 한국에 잠시 들어온 뒤 20일부터 일본 오키나와현 이시가키지마로 떠나 2차 캠프를 진행한다.
이시가키지마는 오키나와현에 속해 있고 오키나와 본섬에서 항공편으로 약 한 시간 가량을 더 이동해야 갈 수 있는 곳이다. 오키나와보다는 대만에 더 가깝다. 일본인들의 휴양지이기도 한 이곳에서 일본 지바 롯데 1,2군이 스프링캠프를 치른다. 현재 1군은 오키나와 본섬의 이토만시로 이동해서 오키나와 본섬에 캠프를 차린 다른 일본 구단들과 연습경기를 치르고 있다. 이시가키지마에는 2군 선수단이 남아있다. 자이언츠는 이곳에서 약 일주일 가량 훈련하며 지바 롯데 2군과 22일과 24일 두 차례 연습경기를 치른다.
과거에는 양 구단들이 일본 가고시마에 연습경기 캠프를 차리면서 치열하게 연습경기를 펼쳤고 이 과정에서 선수, 코치의 교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룹 창업주인 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처음부터 추진한 양 구단의 교류였다. 한국 롯데가 실업 구단이었던 시절이었고 지바 롯데 마린스도 전신 롯데 오리온스 시절이었던 1976년부터 시작됐으니 약 40년이 넘는 그룹 차원의 교류였다.
하지만 지바 롯데와 한국 롯데가 맞붙은 것은 지난 2016년이 마지막으로 7년 만에 열리는 교류전이다. 올해 교류가 재개된 것 역시도 그룹사 차원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사안이다. 올해를 시작으로 향후에도 다시 꾸준하게 양 구단 간의 교류가 이어지기를 바란다. 그룹사의 의중은 곧 구단주인 신동빈 회장의 뜻이라고 풀이할 수 있다.
지바 롯데와의 교류전을 정례화 하기 위해 한국의 자이언츠는 올해 1차 캠프지 선정부터 고민을 시작했다. 이시가키지마 이동과 시차에 큰 무리가 없고 훈련에 집중할 수 있는 최적화된 곳으로 괌을 선택한 것. 괌 주정부와 협의가 필요하지만 내년에도 괌을 1차 스프링캠프지로 최종 낙점한다면 롯데는 투자 계획도 있다. 올해 훈련장소였던 데데도 스포츠 컴플렉스와 파세오구장의 환경은 비교적 낙후되어있다. 이를 대대적으로 개선한 뒤 캠프 직전 집중 관리를 한다면 캠프지로 활용하기 손색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자이언츠의 괌 캠프가 계속된다면 내년부터 괌-이시가키지마-오키나와로 이어지는 동선이 정해진다. 단 향후에는 괌에서 2주 간 집중적으로 훈련을 한 뒤 이시가키지마로 조금 더 일찍 넘어가 지바 롯데 1군이 잔류하고 있을 때 교류전을 치르는 구상도 하고 있다. 최고 164km의 강속구를 던지는 ‘퍼펙트 괴물’ 사사키 로키(21)와도 만날 수 있을지 기대가되는 대목. 올해는 사사키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훈련에 참여하고 있기에 만남 자체가 성사될 수는 없었다.
아울러 자이언츠는 이시가키지마 교류전 이후에는 27일 오키나와로 넘어가 구시카와 구장을 홈구장으로 활용해 국내 구단과 평가전을 치른다. 오키나와 캠프지 역시 고심 중이다. 2016년 마무리캠프부터 2019년 스프링캠프까지 오키나와 카데나 구장을 본거지로 두고 연습경기와 훈련을 병행했다. 다만 당시 카데나 구장은 정식 경기를 치르기에는 턱없이 작은 구장으로 연습만 활용했다. 경기는 다른 구단들의 본거지에서 원정 경기만 치렀다.
카데나 구장은 한국 롯데가 떠난 뒤에는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 2군 훈련장이었지만 최근 대대적인 리모델링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최신식 구장으로 리모델링이 끝나면 오키나와에 캠프지를 차리고 싶은 구단들이 대거 몰려들 전망이다. 자이언츠 구단은 올해 2차 캠프를 치르면서 카데나 구장 측과 대여 논의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