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주전 아니다?
KIA타이거즈의 스프링캠프 외야진은 시한부 경쟁 체제이다. 일단 주전 나성범과 소크라테스 브리토가 각각 한 자리를 차지했다. 나머지 한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참가한 이창진, 김호령, 김석환이 있다. 함평 훈련장에서는 이우성과 고종욱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상무 야구단에서 복무중인 최원준이 6월12일 전역과 함께 복귀한다. 김종국 감독은 "원준이가 리드오프를 맡아야 될 것 같다"며 일찌감치 주전 발령장을 냈다. 발빠르고 수비좋고 퓨처스리그를 폭격한 타자인지라 당연한 수순이다. 결국 현재 외야수들은 두 달짜리 주전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는 형국이다.
시한부 경쟁 구도를 깨고 싶은 선수를 꼽자면 단연 이창진이다. 2022시즌 의미있는 3할 타율에 성공했다. 규정타석을 채우지 못했으나 404타석을 소화하며 3할1리를 기록했다. 7홈런 48타점 56득점까지 올리며 타선에 큰 힘을 보탰다. 7월에는 4할7푼6리 기록, 월간 MVP을 받기도 했다.
개막전은 백업이었으나 어느새 좌익수 주전으로 발돋음했다. 프로 데뷔 이후 타격에서 가장 큰 도약기였다. 풍부한 경험과 안정된 수비력까지 갖추었다. 중견수까지 가능하다. 올해 데뷔 10년 차를 맞아 풀타임 외야수로 꽃을 피우는 시점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강력한 경쟁자가 복귀를 한다.
이창진도 모를리 없다. 더 독한 마음으로 캠프를 준비했고 알차게 보내고 있다. 지난 20일 WBC 대표팀과의 평가전에서 날카로운 타격을 과시했다. 3번 좌익수로 선발출전해 첫 타석에서 구창모를 상대로 우중간 2루타를 작렬해 타점을 올렸다. 2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좌전안타로 또 타점을 올렸다. 세 번째 타석은 볼넷, 4번째 타석은 우익수 뜬공을 기록했다. 3타수2안타2타점이었다.
KIA는 최원준의 복귀 시점까지 60경기 이상을 해야 한다. 그때까지 확실한 외야 주전이 필요하다. 이창진은 작년의 실적을 앞세워 주전 경쟁에서 앞서 있다. 캠프 실전에서 첫 출발도 산뜻했다. 앞으로 김호령, 김석환과 함께 시범경기까지 경쟁을 벌인다. 동시에 이창진 역시 최원준의 무혈입성을 바라만 보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최원준이 복귀해 곧바로 우등 성적을 낸다는 보장도 없다. 이창진이 작년보다 진화된 관록의 타격을 한다면 상황은 또 달라질 수 있다. 경쟁구도가 구축될 수 있다. 야구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자리 경쟁이 펼쳐지고 선수층이 두터워지면 팀에게도 좋은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창진은 KIA에게 중요한 외야 전력이다. 3할타자의 10년 차 프로인생이 궁금해진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