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몸담은 LG를 떠나 한화에서 새출발하는 채은성(33)은 아직도 민무늬 유니폼이 어색한 모양이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가 시작한 지 3주가 지난 채은성은 “줄무늬 속에 갇혀 살아 그런지 아직도 한화 유니폼이 어색하다. 원래 옷을 크게 입는데 줄무늬 없는 유니폼을 입으니 옷이 너무 크게 보인다”며 웃었다.
단지 유니폼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체중도 4~5kg 감량했다. 지난해 LG에서 1루수를 맡았지만 한화에서 다시 외야수로 출장 비율이 높아질 채은성은 “많이 뛰어다녀야 한다. 살찌면 안 되는 나이기도 하다”며 “몇 년간 꾸준히 해오던 운동법을 유지하고 있고, 부상 당하지 않는 몸을 만들려고 한다. 원래 빠른 선수가 아니지만 몸을 가누는 게 편해진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겨울 6년 최대 90억원 조건으로 한화와 FA 계약한 채은성은 이적 첫 해부터 야수 조장을 맡아 후배들을 이끈다.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덕아웃 리더 역할을 해야 한다. 그는 “야구를 잘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면서도 “야구장에서 하지 말아야 할 행동들이 있다. 팀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은 보이지 않아야 한다. 내가 하지 않는 것을 강요하면 통하지 않는다. 나부터 공 하나라도 더 주우면서 모범을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거액에 FA 계약한 만큼 책임감도 크다. “FA로 많이 받았다.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좋은 대우를 받고 외부에서 와 많은 시선이 느껴진다. 어느 정도 부담이 있긴 있지만 야구하는 건 똑같다고 생각한다. LG에 있을 때도 친한 사람들이 많아 편한 분위기가 있긴 했지만 부담 없이 야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몇 년을 주전으로 뛰어도 항상 마음속에 불안함을 갖고 준비했다. 한화에서도 내가 못하면 경기에 나가지 못할 수 있다. LG에서든 한화에서든 야구를 잘하는 것에 모든 초점 맞추고 있다”는 것이 채은성의 말이다.
지난 2009년 육성선수로 LG에 입단한 채은성은 팀의 암흑기와 반등기를 모두 경험했다. 지난 2003~2012년 10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한 LG는 오랜 시련을 딛고 2013~2022년 최근 10년간 7번이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구단 최초로 최근 4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 등 우승 후보이자 포스트시즌 단골 손님으로 자리잡았다. 한 번 궤도에 오른 뒤 지속 가능한 강팀으로의 길을 걷고 있다.
채은성은 “LG에서 가을야구를 처음 맛보고 나서 계속 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또래 선수들과 오랫동안 같이 정상을 바라보며 가을야구한 것이 재미있었다”며 “내가 어릴 때 LG도 하위권에 5강을 목표로 했던 팀이었지만 지금은 우승을 말한다. 몇 년간 가을야구를 하면서 힘이 생겼고, 더 위를 바라보고 있다. 한화도 그렇게 됐으면 한다. (정)은원이를 빼면 젊은 선수 중에서 가을야구를 해본 선수가 거의 없는데 선수들이 그 분위기를 알게 되면 팀이 더 위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24일 청백전을 끝으로 미국 애리조나 1차 캠프 일정을 마무리한 한화는 네덜란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과 연습경기에서 2연승을 하며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다. 채은성은 네덜란드전에서 2경기 연속 2타수 1안타로 컨디션을 끌어올렸고, 팀과 함께 기분 좋게 2차 캠프지가 차려진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갈 수 있게 됐다.
그는 “우리 팀도 충분히 잘할 수 있다. 연습 2경기이지만 좋은 능력을 가진 친구들이 많이 보였다. 형들도 많이 생겼는데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분위기를 잘 단합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며 “6년 계약을 했는데 그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이 이기고, 가을야구를 하고 싶다”고 바랐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