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대지진 속 울며 엄마찾는 4살 아이가 듣고싶던 말 [Oh!쎈 리뷰]
OSEN 최이정 기자
발행 2023.02.24 17: 45

애니메이션 영화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로 전세계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감독 신카이 마코토가 자신의 세계관을 더욱 집대성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바로 '스즈메의 문단속(수입제공 미디어캐슬, 공동제공 로커스, 배급 쇼박스)'. 일본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황금공상 수상 이후 무려 21년만에 세계 3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 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 작품은 가장 처참할 수 있는 비극을 소재로 가장 아름다운 희망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24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언론배급시사회를 가진 '스즈메의 문단속'은 우연히 재난을 부르는 문을 열게 된 소녀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필사적으로 문을 닫아가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너의 이름은'에서 혜성 충돌, '날씨의 아이'에서 기후변화를 핵심 스토리라인으로 삼았던 신카이 마코토는 '스즈메의 문단속'에서도 자연재해인 지진을 다룬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지역에서 일어난 대지진을 중심 사건으로 하며 실제 일본에서 지진이 자주 일어나는 장소들을 배경으로 했다. 감독의 전작들과 함께 일본에서 해당 사건이 얼마나 큰 비극이었나를 생각하면 자신의 창작물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감독의 주제 의식을 확실히 느낄 수 있다.

자연 재해는 피하기 힘들다. 아니, 피할 수 없다. 모든 것이 무너진 폐허가 된 장소에서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사라진 엄마를 찾는 4살 아이는 보는 이들의 마음을 미어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직접 그 사건이나 그와 비슷한 경험을 한 이들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꼭 같은 경험을 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자연의 비극과 이로 인한 슬픔은 언제 어디든 존재하기에 상당한 몰입감으로 관객들을 숨죽이게 한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이렇듯 애니메이션에서 다루기 힘든 비극적 소재를 피해자들에 대한 위로, 숭고한 희생과 사랑으로 풀어냈다. 자연 재해가 잦은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창작자만이 가질 수 있는 깊은 감성으로 회복을 소망한다. 신카이 마코토는 비단 인물 뿐 아니라 아픔으로 폐허가 되 장소에 대해서도 그리움과 애도를 담아냈다.
실제로 신카이 마코토는 버려지고 방치된 쓸쓸한 풍경이 강렬한 영감이 됐다며 '스즈메의 문단속'이 '장소를 애도하는 이야기'에서 출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시간의 문을 지나 과거 그 곳에서 살던 사람들과 재해를 극복하고 현재 일상을 살아가는 따뜻한 사람들은 치유의 근원이 된다. 인간의 힘으로 어찌할 수 숙명론을 이야기하면서도 반대로 인간의 노력과 희생으로 인해 희망적인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망각의 치유가 아닌 기억하는 것의 힘이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문'의 역할과 상징성이 중요한데, 영화 속 문은 영혼이 깃든 통로로 관객들을 생과 사 주술적 세계로 이끈다. 빛의 마술사로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는 감독이라기 보다 마법사에 가까워 보인다. 그간 작업해오던 1.78:1 화면비에서 2.35:1의 시네마스코프 비율을 택해 보다 다채롭고 광활한 풍경들을 생생하게 표현해 내 황홀한 영화적 경험을 안겨준다.
더불어 '스즈메의 문단속'에는 다이나믹한 모험과 추격전의 장르 재미, 그리고 일본 명작 애니메이션 특유의 아련함 감성, 가슴을 요동치게 하고 마음을 웅장하게 만드는 음악의 매력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또 '스즈메의 문단속'은 전작들과 다른 큰 시도에 나섰는데 '너의 이름은.' '날씨의 아이'와 달리 극 중 노래가 없다. 이는 이야기의 힘으로 승부를 보고자 택한 방식이란 전언이다. 극 중 노래를 없애는 대신 BGM에 더욱 총력을 기울였다.
신카이 마코토는 "어떤 상처는 마주해야만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을 그려내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오열하며 엄마를 찾고 있던 작은 아이가 누군가에게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은 무엇일까. 영화는 그 말을 들려준다.
한편 신카이 마코토는 극 중 스즈메의 목소리 역을 맡은 배우 하라 나노카와 3월 7일 2박 3일의 일정으로 동반 내한한다. 3월 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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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미디어캐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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