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643에도 주전이 못 되는 비운의 골든글러버가 있다 [오!쎈 투손]
OSEN 이후광 기자
발행 2023.02.26 13: 50

지금 한국 WBC 야구대표팀에서 가장 타격감이 좋은 선수는 누가 뭐래도 김혜성(24)이다. 간결하고 정확한 컨택 능력을 앞세워 무려 6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하며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그러나 타율 10할을 치더라도 그는 주전이 될 수 없다. 왜일까. 
김혜성은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 스포츠컴플렉스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WBC 대비 4번째 평가전에 9번 2루수로 선발 출전해 5타수 4안타 1타점 맹타를 휘두르며 대표팀의 9-0 완승을 이끌었다. 
2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김혜성은 5-0으로 앞선 3회 2사 2루 찬스서 대표팀 동료 소형준 상대 1타점 3루타를 치며 승기를 가져왔다. 이후 곽빈과 정철원에게도 안타를 하나씩 뽑아냈고, KT 신인 김건웅 상대 안타를 추가하며 연습경기 첫 4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대표팀 김혜성이 안타를 날리고 있다. 2023.02.20 /jpnews@osen.co.kr

김혜성의 타격감은 대표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첫 경기였던 17일 NC전에서 4타수 1안타로 몸을 푼 그는 20일 KIA전에서 3타수 3안타 3타점으로 타격감을 확 끌어올렸다. 사이클링히트에서 아쉽게 홈런이 빠졌다. 이후 24일 KT전 2타수 1안타를 거쳐 이날 첫 4안타를 때려내며 4경기 타율 6할4푼3리(14타수 9안타)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타격감이다. 
그러나 김혜성의 주전 기용 여부에 사령탑은 냉정하게 선을 그었다. 김혜성의 주 포지션에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토미 에드먼(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이라는 걸출한 키스톤콤비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혜성은 지금 두 선수가 소속팀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어 계속 경기에 나서지만 3월 초 이들이 합류하면 벤치를 지켜야 한다.
대표팀 김혜성이 수비 훈련을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경기 후 만난 이 감독은 “김하성과 에드먼을 빼야 하나”라고 농담하며 “김혜성, 오지환 모두 지금 너무 잘해주고 있지만 본선에 들어가면 김하성, 에드먼에게 출전 시간을 더 줄 수밖에 없다”라고 냉정한 현실을 짚었다. 어떻게 보면 냉정한 현실도 아닌 게 김혜성은 백업 전천후 내야수로 이번 대표팀에 승선했다. 
주전이 될 수 없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단기전은 언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모르며, 후반부 교체 투입 또한 선발 못지않게 중요하다. 내야 전 포지션이 가능하고, 컨택 능력이 뛰어난 김혜성은 승부처에서 특급 조커가 될 수 있다. 김혜성은 사상 최초로 유격수(2021년)와 2루수(2022년)에서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내야의 능력자다.
사령탑 또한 김혜성의 활약이 반갑다. 주전이 아니라고 해도 타격감이 좋은 선수가 많아지면 실전에서 그만큼 선수 기용폭을 늘릴 수 있다. 이 감독은 “김혜성, 오지환 모두 일단 여기서라도 많이 뛰면서 몸을 만들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계속 출전을 시키고 있다. 어차피 두 선수도 경기를 해야 한다. 지금 잘하고 있는 게 고무적이다”라고 바라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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