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덜이’ 이서진과 ‘허세84’ 기안84. 분명 부정적인 수식어를 달고 있는데 도대체 밉지가 않다. 이 남자들 무슨 마력이 있는 걸까?
#이서진
나영석 PD의 예능 페르소나(자신의 분신이자 특정한 상징을 가리키는 말)는 누가 뭐래도 배우 이서진이다. 과거 그가 KBS 2TV '1박2일'을 연출하던 시절 인연을 맺었던 '초짜' 이서진을 '베테랑 예능인'으로 키운 인연이 2023년까지 이어지고 있다.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 ‘윤식당’, ‘윤스테이’, ‘서진이네’까지 나PD 사단의 시리즈 예능 중심엔 늘 이서진이 있다. 시청자들이 질릴 법도 한데 질리지 않는 건 이서진의 팔색조 매력 덕분. 특유의 여유로움과 까칠한 듯 다정한 면모가 시청자들에겐 마약 같다.
무엇보다 투덜거리면서도 할 건 다 해내는 이상한 남자다. "tvN을 정말 싫어한다. 어떻게든 망하게 하려 나왔다”고 디스하면서도 ‘내 귀에 캔디’를 스윗하게 만들었고 “이 프로그램은 망했어”라고 독설하면서 ‘삼시세끼’의 폭발적인 인기를 이끌었다.
‘윤식당’ 때에도 그렇게 힘들어했으면서 어느새 다음 시즌 메뉴를 구상했던 이서진이다. 덕분에 현재는 사장으로 승진해 ‘서진이네’를 오픈했는데 여전히 까칠하고 예민한 보스다. 새 멤버 방탄소년단 뷔가 놀랄 정도.
하지만 이 모든 투덜거림이 바로 이서진의 예능을 사랑할 수밖에 없는 마력으로 작용한다. 투덜거리지만 열심히 농촌 일을 하고, 식당을 운영하고, 나PD의 게임판에 기꺼이 뛰어들어 최선을 다한다. 이서진이 호감을 얻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기안84
기안84는 누가 뭐래도 MBC가 키운 아들이다. 웹툰 '패션왕', '복학왕'을 연재하며 승승장구했지만 2016년 ‘나혼자 산다’를 통해 날 것 그대로의 싱글 라이프를 공개하며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거짓 없고 꾸밈 없는 일상 속 기안84의 모습이 ‘찐’이다. 다만 고집과 허세를 장착한 채. 곰팡이가 생긴 냉장고 속 배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땡볕에 배를 널어둔 일화, 오래된 편의점 음식들도 라면에 넣어 끓여 먹으면 살균이 된다는 고집은 듣는 이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든다.
영어에 대한 거침없는 자부심은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만들 때도 있다. ‘나혼자 산다’와 ‘태어난김에 세계일주’를 통해 해외여행을 떠난 기안84는 언어의 장벽에 자주 부딪혔다. 터무니없는 소통 실력으로 시청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불도저 같은 매력이 그가 얼마나 자존감 높은 사람인지 가늠할 수 있게 만든다. 별 것 아닌 영단어 앞에 초라해지는 보통 사람들이 아닌 언제 어디서나 짧은 언어 실력으로도 당당한 기안84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이 간혹 고집과 허세로 비춰지지만 기안84의 호감도와 화제성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MBC가 그를 놓지 못하듯 시청자들 역시 그만의 날 것 그대로 예능에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comet568@osen.co.kr
[사진]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