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의 새 프로그램 '지구마불 세계여행'이 방송과 유튜브에서 전혀 다른 성적을 받고 있다. 플랫폼 사이 간극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적응과 동시에 기존 유튜버들보다 나아야 한다는 숙제가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김태호 PD가 제작사 테오(TEO)를 차리며 본격적으로 선보인 새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약칭 지구마불)'이 유튜브와 TV 모두에서 베일을 벗었다. 유튜브에서는 테오 공식 채널을 통해 지난달 티저부터 눈길을 모았고, TV에서는 케이블TV ENA를 통해 지난 4일 첫 방송을 마쳤다.
유튜브 공개와 TV 첫 방송 후 시간이 다소 흘렀으나 프로그램의 반향은 좀처럼 드러나고 있지 않다. 먼저 유튜브에서는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 세 여행 크리에이터들이 출연하는 방송들이 나름의 성과를 보이고 있긴 하다. 7일 오후 기준으로 빠니보틀의 싱가포르 여행은 조회수 96만, 곽튜브의 라오스 여행은 조회수 108만, 원지의 방글라데시 여행은 조회수 90만 회를 기록한 것이다. 적지 않은 수이지만, 세 사람이 각자의 유튜브 채널에서 조회수 100만 회는 심심치 않게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방송 성적은 더욱 아쉽다. '지구마불' 첫 방송 시청률이 0.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가구 기준)에 그쳤기 때문.
물론 이제 막 시작하고 공개된 프로그램인 만큼 성과를 단정 지을 순 없다. 방송의 경우 첫방보다 종영 송적이 더욱 중요하고, 유튜브의 경우 언제든 입소문 탈 기회가 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대형 유튜브 콘텐츠의 경우 초반 이슈몰이에 따라 성적이 크게 좌우되고 드라마가 아닌 예능의 경우 장수 예능이 아니고서는 방송에서 입소문으로 성적 전환이 어렵다. '지구마불'의 초반 성적이 그리 희망적이진 않은 이유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점은 흔히 '곽빠원'으로 불리는 여행 유튜버 3대장 곽튜브, 빠니보틀, 원지를 뭉쳐놓고 더 큰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산술적으로만 봐도 세 사람이 모였으니 3은 기본이다. 그 이상의 효과와 파급력을 내줘야 사이즈가 다른 대형 프로젝트라 할만 하건만. 아직까지 '지구마불'은 그렇지 못한 실정이다.
오히려 프로그램 공개 초반, 테오 측은 늑장 공개와 이렇다 할 해명 없는 사과로 팬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태호 PD라는 이름값에 기대 높아진 기대치에 사소한 진행 실수도 용납할 수 없었던 여파다. 다행히 공식 첫 방송과 이후 유튜브 공개 일정에 차질은 없었으나 실망한 팬심은 아직까지 완전히 회복되진 않았다.
결국 떠나간 민심을 뒤집을 수 있는 건 강력한 한 방이다. 곽튜브, 빠니보틀, 원지를 모은 스타 PD 제작사 테오의 역량은 기존 유튜브 크리에이터들과 다르다는 힘을 보여줘야 한다. 그 중에 주목할 만한 점은 '지구마불'의 방송과 유튜브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는 것. 방송과 유튜브 콘텐츠의 편집 방향과 구성이 다른 것 만으로도 두 개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단, 여전히 대중이 기대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앞서 크리에이터들을 모아 큰 성공을 거뒀던 '가짜 사나이', '머니 게임' 등은 각각의 크리에이터들에게서 볼 수 없던 전혀 다른 신선함을 내세워 크게 호평받고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구마불' 역시 마찬가지다. '1+1+1=3' 이라는 당연한 공식을 원한다면 수학 책만 봐도 될 일. 곽튜브의 여행, 빠니보틀의 여행, 원지의 여행은 이 세 크리에이터들의 채널에서도 충분히 볼 수 있다. 그 이상의 뭔가가 '지구마불'에서 나올 수 있을까. 김태호 PD와 테오의 도전, 주사위는 던져졌다. / monamie@osen.co.kr
[사진] 테오, ENA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