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 PD의 ‘지구마불’은 왜 ‘태계일주’보다 재미없을까 [Oh!쎈 초점]
OSEN 김채연 기자
발행 2023.03.09 14: 10

김태호의 신규 예능 ‘지구마불 세계여행’이 베일을 벗었다.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 곽튜브, 원지와 함께 호기롭게 시작한 ‘지구마불 세계여행’은 유튜브를 통해 첫 티저 영상을 공개한 뒤 지난 4일 ENA에서 첫 방송을 마쳤다. 순조롭지 않았던 유튜브 공개 때문이었을까. 김태호와 곽빠원(곽튜브·빠니보틀·원지)가 힘을 모은 ‘지구마불’은 큰 파급력이 없었다. 시청률도 0.6%(닐슨코리아 전국 유료방송 가구 기준)로, 생각보다 반응도 낮은 수치였다.
158만 유튜버 빠니보틀, 140만 유튜버 곽튜브, 58만 유튜버 원지가 뭉쳤으나 시너지는 없었다. 당연한 내용인 게, 이들은 모두 다른 나라로 홀로 여행을 떠나기 때문에 결국 세 사람의 유튜브 내용을 뭉쳐서 방송하는 것밖에는 되지 않는다.

특히 주사위를 굴려 도착하게 된 나라로 즉석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점, 여행에 계획이 없다는 점이 관전포인트라고 볼수도 있지만, 방송에서 나온 것처럼 MBTI J타입(계획형) 시청자들에게는 상상조차 하고 싶지 않은 콘셉트이기도 하다. 그런 불호를 제외하더라도, ‘지구마불’의 몰입도를 떨어뜨리게 하는 요소는 많다. 여행 유튜버들이 넘치는 유튜브 채널 속에서 많은 구독자를 보유하게 되고, 사랑을 받게 되는 점은 여행을 하면서 겪게되는 의도치 않은 순간도 있겠지만, 여행에서 느낀 점을 가감없이 직접 편집해 보여준다는 점이 크다. 그러나 ‘지구마불’ 속 세 여행 유튜버에게는 주 편집권이 없다.
물론 여행 유튜버들이 함께 여행했던 제작진과 편집방향을 논의해 편집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자신의 유튜브 채널만큼의 자유로움은 당연히 아니다. 고프로를 들고 다니면서 촬영을 하는 것은 동일하나 티비 밖 시청자들은 김태호 PD 산하 제작진이 편집한 정제된 영상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지구마블’의 키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황금열쇠에도 아쉬움을 안긴다. 실제 게임에서 핵심을 가져다주는 황금열쇠는 일부 나라에 붙어 미션처럼 이어졌는데, 싱가포르에 가게된 빠니보틀은 ‘원지, 곽튜브가 정해준 대로 여행하기’가 나왔다. 싱가포르 여행의 경우 여행 유튜버들이 극구 사양한 여행지 중 하나로, 여행하기는 좋지만 콘텐츠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 이유였다. 이에 빠니보틀은 ’10달러 버티기 챌린지’를 스스로 만들어 냈는데, 정작 제작진이 넣어둔 황금열쇠에서는 ‘상대가 정해준대로 여행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더욱 아쉬움을 안긴다.
최근 몇달 사이 여행 예능이 우후죽순 런칭됐고, MBC의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의 경우 큰 인기를 얻으며 종영했다.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 기안84를 주축으로 이시언과 빠니보틀이 함께 떠난 세계여행은 흔히 갈 수 없는 나라에서도 행복한 하루를 보내는 세 남자의 모습에 많은 공감을 보내며 호평을 받았다.
돌발상황에도 당황하지 않는 기안84의 모습은 물론, 무계획 여행 속에서도 서로가 원하는 1순위 여행을 위해 쿨하게 찢어져서 여행하는 상황에도 시청자들은 몰입했다. ‘태계일주’는 최고 시청률 5.2%를 기록하면서 종영과 함께 시즌2를 확정하기도 했다.
반면 ‘지구마불’ 티비 시청자들에게 곽빠원의 인지도는 너무나 낮고, 유튜브를 통해 곽빠원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지구마불’은 시청 메리트가 없다. 여행 예능을 보고 싶은 자들은 ‘텐트 밖은 유럽’, ‘뭉뜬 리턴즈’ 등 내가 아는 사람이 나오는 방송을 선택했고, 곽빠원의 팬들은 그들의 유튜브로 향했다. 김태호 PD는 하나의 예능을 유튜브, 티비 채널을 통해 매체 특성별로 공개하는 방식을 선택해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 했으나, 첫 방송을 통해 잡은 토끼는 없었다. /cykim@osen.co.kr
[사진] ENA,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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