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신체에 위력을 가하는 폭행은 분명 중대 범죄다. 만약 안길호 PD가 외국 유학 시절, 타 학교 후배들을 때렸다는 게 명백한 사실이라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사과하고 반성한 뒤 넘어가야 하는 게 순리다.
하지만 A씨와 측근들의 주장을 읽어보면, 이 사건은 기존의 학폭 가해자, 피해자와는 또 결을 달리한다.
‘학폭’에서 말하는 따돌림은 학교 내외에서 동급생 2명 이상의 학생들이 특정 학생의 신체 및 심리를 반복적으로 공격해 지속적인 고통을 느끼도록 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런 점에 있어서 폭로자 A씨가 과거를 회상한 내용을 보면 이 사건은 그간의 연예계 ‘학폭’ 사건의 범주를 벗어난다. 당연히 누군가 자신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때리는 폭행 행위가 결코 정당하다는 뜻은 아니니 오해가 없길 바란다.
A씨의 주장에 따르면 지난 1996년 필리핀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3학년 안길호씨가 당시 중학교 2학년이었던 A씨의 동창 여학생과 교제했다. A씨의 무리가 동급생 여학생을 놀렸고, 이같은 소식을 전해듣게 된 안씨는 어느 날 A씨와 여자친구가 다니는 학교로 찾아가 A씨와 그 친구들을 불러내 폭행했다.
당시 사건 장소에는 안길호씨를 포함한 십여 명의 학생들이 있었고, A씨 무리는 이 선배들에게 2시간 가량 폭행을 당했다는 게 A씨 측의 주장이다.
다만 안길호 PD가 고등학교 3학년일 당시 그의 중학생 여자친구였다는 B씨는 동창생들의 놀림과 관련해, “그 친구들이 나를 놀렸던 것은 심한 놀림이 아니라 친구들끼리 웃고 떠드는 일상적인 것이었다. 친구들이 그렇게 (안길호 씨에게) 폭행을 당할 줄 알았다면 그런 말을 전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안길호 PD가 현재까지 자신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으나, 고교 시절 후배 A씨 무리를 폭행했다는 주장에 대해 전혀 그런 일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그 동창들의 주장대로 안길호 PD가 후배들에게 폭행을 가했던 게 사실이라면, 이것은 그간의 연예계 학폭 사건과는 또 결을 달리하는 폭행죄에 더 가까워보인다.
그런가하면 A씨와 측근들이 당시 안길호 PD에게 맞았다는 주장을 한 시점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은 인기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의 파트2가 전세계에 공개되는 날이었기 때문. A씨의 주장은 시점상 드라마에 흠집을 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지우기 어렵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PD가 고3 시절 타 학교 후배들을 폭행했던 게 사실이라면, 당사자들에게 당시의 일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과오에 대해 반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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