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으로 모든 것을 잃은 여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가해자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 ‘더 글로리’를 연출한 안길호 PD가 결국 학교폭력 의혹을 인정했다. 안 PD 측은 “기억이 없다”고 했지만 끝내 의혹이 불거진 지 3일 만에 인정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12일 오후 안길호 감독의 법무법인을 맡은 지평의 김문희 변호사는 “안길호 감독은 96년 필리핀 유학 당시 교제를 시작한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본인으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주었습니다”라며 학교 폭력 사실을 인정했다.
이어 “이 일을 통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마음 속 깊이 용서를 구합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라도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좋지 않은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송구합니다”라고 사과했다.
앞서 앞서 10일, 제보자 A씨는 미국에 사는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 ‘헤이코리안’에 1996년 필리핀 유학 시절 당시 고3이던 안 PD로부터 친구 한 명과 함께 두 시간가량 심한 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을 폭로했다.
A씨는 “동급생 친구들이 안 PD의 당시 여자친구인 B씨를 놀렸다는 이유로 폭행했다”라며 당시 안 PD가 국제 학교에 다니는 다른 학생을 통해 A씨와 친구를 불러오라고 지시했고, 협박에 이기지 못해 끌려 간 곳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논란에 당시 안 PD의 여자친구 B씨는 한 매체를 통해 직접 인터뷰를 공개했다. B씨는 “친구들은 안 PD의 이름을 바꿔 '안길어'라고 놀렸다”며 “일부에서는 이 단어가 '성적인 농담'이라고 해석을 하는 데 당시 성적인 농담을 할 나이도 아니었고, 당시 롱다리 숏다리가 유행하던 때인데 다리가 짧아서 놀리는 그런 식의 놀림이었다”고 했다.
이어 제보자 A씨 역시 “폭행은 정당화할 수 없다. 하물며 고3 학생들이 중2 학생 2명을 인적이 없는 데서 폭행하는 것이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인지 되묻고 싶다”라며 “안 PD가 지금이라도 당시 일을 제대로 사과하고, 반성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안 PD 측은 필리핀에서 1년여간 유학 사실은 맞지만 학교 폭력 의혹은 부인했다. 그는 매체와의 통화에서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며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를 무리 지어 때린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안 PD는 법무법인을 통해 학교 폭력을 인정했다.
‘더 글로리’는 지난해 파트1 공개 전 문동은 역의 송혜교가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이라고 내레이션을 하는 포스터를 공개해 눈길을 끌었고, 실제 드라마에서 송혜교는 가해자들에게 용서 없는 복수를 했다.
하지만 ‘더 글로리’를 연출한 안 PD는 “용서를 구한다”며 사과, 드라마 내용과는 다른 태도를 보인 안 PD에 아쉬운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kangs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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