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글로리'가 안길호 감독의 과거 학교 폭력으로 씁쓸함을 자아내고 있는 가운데, 배우 박성훈의 열연이 호평을 자아내고 있다.
지난 10일 넷플릭스 시리즈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됐다. '더 글로리' 파트2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파트1 공개 이후 줄곧 화제성을 이어오며 애청자들을 기다리게 만들었던 인기와 완성도 높은 대본, 배우들의 열연 등에 긍정적인 반응이 대부분이다. 이에 힘입어 넷플릭스 글로벌 순위 또한 2위까지 치솟았을 정도.
그러나 논란도 있다. 연출을 맡은 안길호 감독이 과거 학교 폭력 가해자였음이 드러난 것. '더 글로리' 파트2 공개 당일, 안길호 감독과 과거 같은 시기 필리핀 유학 생활을 했던 폭로자는 당시 그의 여자친구를 놀렸다는 이유로 친구와 함께 안길호 감독 무리에게 폭행당했다고 주장했다. 고3이었던 안길호 감독이 중2였던 폭로자를 집단 폭행했다는 이야기가 충격을 더했다.
안길호 감독은 당초 "아무리 기억해도 그런 일이 없다"라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지난 12일 법률대리인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하며 가해 사실을 인정했다. '학교 폭력 복수극'인 '더 글로리'의 연출이 학폭 가해자에 의해 이뤄졌다는 사실은 국내 시청자들에게 큰 배신감을 선사했다.
안길호 감독의 과거 학교폭력이 더욱 씁쓸한 것은 '더 글로리'가 이를 제외하면 거의 비판이 없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호불호 없는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다소 갑작스러운 러브씬이나 운명에 의존하는 듯한 로맨스 라인이 옥의 티처럼 여겨지기도 했으나 이는 김은숙 작가 특유의 작품색으로 인식될 수도 있었다.
무엇보다 '더 글로리'는 빌런을 맡은 배우들의 열연으로 극의 몰입도와 사실감을 높였다. 모든 시청자들이 부르짖는 "연진아"의 주인공이 된 박연진(임지연 분)은 물론 전재준(박성훈 분), 이사라(김히어라 분), 최혜정(차주영 분), 손명오(김건오 분) 일명 박연진 패거리인 이들은 실감나는 연기로 공포감과 분노감, 긴장감을 동시에 선사했다. 이들의 호연 덕분에 문동은(송혜교 분)의 복수가 더욱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며 작품이 호평을 받았던 바. 이를 무색케 한 안길호 감독의 과거 논란이 더욱 안타까움과 분노를 자아낸 것이다.
그 중에서도 박성훈의 경우 전재준으로 전에 없던 연기를 보여주며 배우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전재준은 극 중 '박연진 패거리'에서도 가장 급발진하고, 광기 어린 행보를 보여주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인물이었다. 분노와 광폭한 분위기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때로는 익살맞은 유머와 대사로 시종일관 여유 넘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 가운데 박성훈은 자연스럽고 인간미 넘치는 연기들로 캐릭터의 매력을 살렸다. 그를 통해 전재준은 분명히 죽어 마땅한 죄를 저지른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몇몇 장면에서 마냥 미워할 수 만은 없는 캐릭터로 회자되기도 했다.
가령 친딸 예솔(오지율 분)이 추 선생(허동원 분)에게 치마 속 사진이 찍히고 있던 사실을 알자 곧바로 교무실을 찾아가 폭력 행사까지 하며 응징하는 모습은 아동 성추행범에 대한 분노가 담겨 속 시원하다는 말까지 자아냈을 정도. 또한 예솔과 함께 지낼 상상을 하며 집을 꾸미던 중 반려견 털이 아이 기관지에 안 좋을까 걱정하던 전재준이 섬짓한 표정을 지은 뒤 반려견 루이의 털만 밀고 오는 모습은 영락 없는 '개 아빠'라는 평을 듣기도 했다.
분명히 빌런인데 일순간 사이다를 주기도 하는 박성훈 표 전재준의 활약들에 배우로서 새로운 모습을 보고 싶다는 기대감까지 생겨났다. 나쁜 면만 싹 걷어낸 저돌적인 주인공 캐릭터를 맡은 박성훈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반응도 있던 것이다. 이처럼 도저히 미워할 수밖에 없는 악역도 배우로서는 미워할 수 없게 만든 연기자들의 활약이 있기에, 마음 편히 카타르시스를 즐길 수 없게 만든 '더 글로리' 감독의 논란이 더욱 씁쓸함을 남긴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