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에는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너희 같은 것들은 가족이 제일 큰 가해자"
말이 그대로 되돌아왔다. 박연진(임지연)은 자신의 든든한 배경이자 힘이었던 수상한 엄마로 인해 마지막 순간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10일 공개돼 인기리에 방송 중인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는 학폭을 소재로 한 여자의 복수를 담은 드라마이지만 '모성'에 대한 시각으로도 읽을 수 있다.
두 미치고 나쁜 엄마가 있다. 문동은(송혜교)의 엄마 정미희(박지아), 그리고 연진의 엄마 홍영애(손지나). 둘을 비교 대조하고 누가 더 못된 인간인가를 따져보는 것은 무의미하다. 마치 나쁜X과 미친X을 굳이 구분하듯. 하지만 '더 글로리'는 이들과 선아(최수인) 엄마 강현남(염혜란), 윤소희(이소이) 엄마 등 다른 엄마들을 통해 말한다. 세상에 엄마는 많지만 모든 모성이 다 같지는 않다고.
동은의 엄마는 동은의 최초 가해자. 용서 없는 복수로 비로소 영광을 되찾는 동은의 복수 명단에는 엄마도 포함됐다. 동사무소에서 문서 한 장만 떼면 어디서든 딸을 찾을 수 있다고 협박하고 박연진보다 더 차지게 자신의 딸에게 '썅X'이란 말을 달고사는 동은의 엄마는 자신이 그토록 강조했던 '핏줄'로 결국 인과응보를 당한다. 핏줄로 고통받은 동은의 핏줄 역공은 김은숙 작가의 필력을 다시금 인정케하는 부분.
특히 자신을 위협하는 박연진의 새로운 고데기가 돼 촌지를 받은 엄마를 향해 "그것만큼은 하지 말았어야지. 여전히 염치가 없을 수도 있지만 자식 인생 망친 X이랑 편은 먹지 말았어야지. 어떻게 날 또 이렇게 버려"라며 울분을 쏟아내는 동은의 모습과 반성의 기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엄마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넘어 마음의 저릿함을 자아냈다.
다른 한편에는 연진의 엄마가 있다.
돈으로 뭐든 가능하다는 인생관을 연진에게 심어준 인물인 그의 엄마 홍영애는 윤리와 법망을 우습게 알고 날뛰다가 처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비릿하게 번 돈으로 항상 해답은 뒤가 아니라 앞에 있다며 딸의 범죄까지 덮어주던 그는 비뚤어진 모정을 가진 인물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아니었다. 연진의 엄마는 결국 자신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사람. 절벽의 순간에서는 결국 딸보다도 자신을 구하는 그의 모습에서 연진의 말이 그대로 되돌아왔다. "너희 같은 것들은 가족이 제일 큰 가해자인데."
드라마는 이런 엄마들만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한다. 악몽 같은 고통을 맞이한 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병원에서 사람들을 붙잡고 호소하는 엄마, 딸의 안전을 위해 두려운 소용돌이에 스스로 들어가는 엄마. 아들을 살리기 위해 죽으려고 하는 여자에게 울며 호소하는 엄마, 이런 대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진정한 부모란 무엇인가를 생각케 한다. 김은숙 작가는 그랬다.
그렇다면 김은숙은 어떤 엄마일까. 지난 8일 진행된 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 GV에는 그는 제작발표회 당시 언급했던 딸의 질문을 이야기하며 "죽도록 맞고 오는 게 낫겠냐, 죽도록 때리고 오는 게 낫겠냐. ‘더 글로리’를 쓰면서 제 안의 답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죽도록 맞고 오면 해결 방법이 있겠더라. 저한테는 가해자들을 지옥 끝까지 끌고갈 돈이 있다. 그래서 차라리 맞고 왔으면 좋겠다는 결론을 냈다"라고 말했다. 지독히 현실적인 부자 엄마 김은숙은 그렇게 자신이 가진 것으로 '악'에 대해 경종을 울리며 선한 영향력을 미치게 됐다.
그런가하면 극 중 연진 역시 한 아이의 엄마다. 제 멋대로 살아온 악녀 연진의 유일한 아킬레스건은 딸 예솔이. 그의 표독한 얼굴도 "강아지~"라며 예솔이를 귀여워할 때는 사랑스러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이런 딸 역시 엄마에게 '뜨거운 것을 친구 몸에 댄 적이 있냐'고 묻게되는 상황이 온다. 과연 동은이가 불쑥 자신의 인생에 개입하고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면 연진이는 어떤 엄마가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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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더 글로리'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