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더 글로리' 파트2가 이틀 연속 넷플릭스 TV쇼 부문 전 세계 1위에 등극하고 화제성은 두말 할 것도 없이 대박 난 흥행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안길호 PD의 때아닌 학폭 논란은 확실히 드라마의 여운을 반감시키는 외적 요소로 작용 중이다. 여기에 안 PD가 직접 인정한 폭력을 학폭으로 봐야하느냐 안 봐야하느냐는 여전히 논란이 현재 진행중이다. 어쩌면 학교에서 발생하는 폭력 사태를 어디까지 학폭으로 봐야하는지가 '더 글로리'가 던진 진짜 화두일지도 모르겠다.
'더 글로리'는 유년 시절 폭력으로 영혼까지 부서진 한 여자 문동은(송혜교 분)이 온 생을 걸어 치밀하게 준비한 처절한 복수와 그 소용돌이에 빠져드는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14일(현지시간) 글로벌 OTT 플랫폼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더 글로리' 파트2는 넷플릭스 TV쇼 부문에서 1위를 지켰다.
이날 '더 글로리'는 홍콩, 인도네시아, 자메이카, 일본, 요르단, 케냐,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멕시코, 모르코, 뉴질랜드, 파라과이, 페루, 필리핀, 폴란드, 카타르, 살바도르, 사우디아라비아, 싱가포르, 한국, 스리랑카, 대만, 태국, 터키, 아랍에미리트, 베네수엘라, 베트남 등 전 세계 다양한 나라에서 1위를 차지했고, 총 42개국에서 정상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른바 '작감배'가 굉장한 시너지를 냈다. 앞서 드라마 '더 킹:영원의 군주'로 주춤했던 김은숙 작가의 필력이 다시금 인정 받았고 안길호 PD의 세밀하고 감각적인 연출력이 매 신을 빛나게 만들었다. 여기에 송혜교를 필두로 임지연, 박성훈, 차주영, 김히어라, 염혜란 등 출연배우들은 모두 인생캐란 호평을 들으며 연기자로서의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10일 공개 당일 불거진 안길호 감독의 27년 전 학폭 폭로는 충격적. 제보자 A씨는 미국에 사는 한인 커뮤니티 사이트 '헤이코리안'에 1996년 필리핀 유학 시절 당시 고3이던 안 PD로부터 친구 한 명과 함께 두 시간가량 심한 폭력을 당했다는 내용을 주장했다.
A씨는 “동급생 친구들이 안 PD의 당시 여자친구인 B씨를 놀렸다는 이유로 폭행했다”라며 당시 안 PD가 국제 학교에 다니는 다른 학생을 통해 A씨와 친구를 불러오라고 지시했고, 협박에 이기지 못해 끌려 간 곳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A씨와 동급생들이 B씨를 심하게 놀렸기 때문에 안 PD에게 폭행을 당한 것이 아니냐’ 등의 추측을 내놓자 당시 안 PD의 여자친구 B씨는 한 매체를 통해 "친구들은 안 PD의 이름을 바꿔 '안길어'라고 놀렸다. 일부에서는 이 단어가 '성적인 농담'이라고 해석을 하는 데 당시 성적인 농담을 할 나이도 아니었고, 당시 롱다리 숏다리가 유행하던 때인데 다리가 짧아서 놀리는 그런 식의 놀림이었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제보자 A씨 역시 "폭행은 정당화할 수 없다. 하물며 고3 학생들이 중2 학생 2명을 인적이 없는 데서 폭행하는 것이 정당화할 수 있는 일인지 되묻고 싶다. 안 PD가 지금이라도 당시 일을 제대로 사과하고, 반성하기를 원한다”라고 강조했다.
안 PD 측은 처음에는 "아무리 생각해도 누군가를 무리 지어 때린 기억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법무법인을 통해 폭로가 사실임을 인정했다. 안 PD 측은 "안길호 감독은 96년 필리핀 유학 당시 교제를 시작한 여자친구가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본인으로 인해 학교에서 놀림거리가 되었다는 얘기를 듣고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져 타인에게 지우지 못할 상처를 주었습니다"라며 "이 일을 통해 상처를 받으신 분들께 마음 속 깊이 용서를 구합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직접 뵙거나 유선을 통해서라도 사죄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좋지 않은 일로 물의를 일으킨 점 송구합니다"라며 공식 입장을 밝히게 됐다.
'더 글로리'의 숫자적 성공에 이런 안 PD의 학폭 논란은 전혀 부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결국 현실에는 '연진이가 이겼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 그러나 '안 PD=연진'아라고 하기에는 네티즌의 크게 엇갈린 의견이 과거 학폭 사건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는 안 PD 사건은 기존에 문제가 됐던 학폭 사건들과는 결을 달리하며, 더 나아가 이는 학폭의 기준과 정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된 모습이다.
안 PD의 폭행을 학폭이라고 단정해 말하기 어렵다는 쪽에서는 괴롭힘과 폭력의 지속성이 불명확하고(일회성일 가능성) 놀림이라는 원인 제공이 있었다는 점 등을 이유를 들고 있다.
하지만 학폭이 맞다는 입장에서는 1대 1은 다툼이라고 할지라도 2인이상 대 한 명과의 싸움은 학폭이라고 볼 수 있으며 학교라는 배경과 공간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 사태, 특히 약한 학생(후배)에게 가한 폭력은 학폭에 해당한다고 주장한다.
팽팽한 양측의 논쟁은 현재 진행형인 가운데, '학폭의 정의를 좁고 분명하게 내려야 한다'와 반대로 '기준을 좀 더 포괄적으로 잡아야 한다'는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학폭이란 것을 사회적 합의로 명확하게 그리고 좁게 범위를 정하되, 중한 건은 강력히 처벌해야 함", "학폭 가해자 피해자는 무조건 어떠한 경우라도 생겨서는 안된다. 학폭에서 어떠한 경우든 남을 괴롭히고 아픔을주는 행위는 학폭, "일방적이고 지속적인게 학폭이다", "아이들끼리 싸우고 화해할 수 있는 것까지 학폭으로 해결하지 말고 진짜 심각한 것만 전문가들이 선별해서 판단할 필요도 있다", "세부적으로 매뉴얼 만들어서 학폭기준, 처벌수위, 학교의 역할 등등 개인의 판단이 아닌 매뉴얼대로 절차나 처벌이 이루어져야 한다", "기준이 모호해야 죄지을 생각도 안 한다", "평소 동등한 관계로 친하게 지내다 서로 말싸움이나 몸다툼이 벌어졌으면 다툼, 그 외는 학폭" 등.
그간 연출의 사생활 이슈와 그가 만든 작품의 메시지를 분리해 바라봐야 하느냐, 아니면 연장선상에서 비판을 가해야하느냐의 문제는 논란의 감독에게 항상 존재해왔다. '더 글로리' 역시 마찬가지. 이 작품이 전파하는 강력한 사회적 영향력만큼은 사그러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nyc@osen.co.kr
[사진] OSEN DB,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