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가족의 문제’라 표현하며 사적인 부분으로 논란을 빚게 된 점을 사과했다. 하지만 이젠 ‘가족’이 아닌 ‘저들’이 됐다. 방송인 박수홍이 남보다 못한 친형과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다.
박수홍은 지난 2021년 3월, 친형 박씨와 형수에게 수억 원의 수입을 갈취당했다는 소문을 인정하면서 “최근 저와 가족에 대해 온라인 상에 돌고 있는 이야기로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이는 전 소속사와 문제 이전에 가족의 문제이기에 최대한 조용히 상황을 매듭지으려 했으나 부득이하게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며 심경문을 밝표했다.
이어 그는 “전 소속사와의 관계에서 금전적 피해를 입은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소속사는 제 형과 형수의 명의로 운영돼 온 것 또한 사실”이라며 “큰 충격을 받고 바로 잡기 위해 대화를 시도했지만 현재까지 오랜 기간동안 답변을 받지 못했다. 현재는 그동안 벌어진 일들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고, 다시 한번 대화를 요청한 상태다. 마지막 요청이기에 이에도 응하지 않는다면, 저는 더 이상 그들을 가족으로 볼 수 없을 것 같다”고 씁쓸하게 말했다.
1991년 KBS 대학개그제로 데뷔한 박수홍은 30년간 파란만장한 연예계에서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며 사랑 받았다. 집에서는 삼형제 중 둘째 아들이자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해왔다. 각종 방송에서 보여진 가족에 대한 그의 진심은 가짜가 아니었다. 그래서 친형 부부의 횡령 문제에 대해서도 “제가 가장 괴로운 부분은 부모님께 큰 심려를 끼친 점”이라며 누구보다 가족들을 생각했다.
그러나 친형 부부는 혐의 대부분을 부인하며 박수홍과의 대화를 거부했다. 결국 형 박씨는 서울서부지검으로부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박수홍의 형수인 박씨의 아내도 일부 공범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박씨가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회삿돈과 박수홍의 개인 돈 61억 7000만 원을 횡령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이에 박수홍 측은 친형 부부에 대해 민사소송을 추가로 제기하며 피해액이 총 116억 원이라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친형 부부는 앞서 2차, 3차 공판에서 대부분의 혐의를 부인했으며 검찰의 증거 목록 대부분에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박수홍은 15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제11형사부에서 진행된 4차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처벌을 강력히 원한다. 지난 수많은 세월 동안 저를 위해 주고, 제 자산을 지켜준다는 말을 많이 했고 믿게 했다. 다 네 거다는 말로 저를 기만했다”며 울분을 터뜨렸다.
특히 그는 “제가 이 사건을 알게 되고 나서도 마지막까지 피고인들에게 ‘가족이기에 원만히 해결하자’고 했으나, ‘잔고가 없다’, ‘장염에 걸렸다’, ‘지방에서 쉬고 있다’는 말로 1년간 피했다. 제가 고소하자 그때부터는 저와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을 인격살인했다”며 친형과 형수를 ‘피고인’ 혹은 ‘저들’이라고 표현해 눈길을 끌었다.
박수홍은 이번 사건으로 단순히 재산만 잃은 게 아니라 가족을 잃었다. 심지어 그는 지난해 10월, 친형이 구속되기 전 대질 조사에 출석했다가 아버지로부터 정강이를 걷어차이는 등 폭행을 당했다. 이때 박수홍의 아버지는 큰아들을 감싸며 자신이 횡령 범죄를 저질렀다고 주장하기도. 박수홍은 “내가 평생을 아버지와 가족들을 먹여 살렸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고 울부짖다가 과호흡증으로 실신, 근처 종합병원으로 실려갔다.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는 박수홍이다. 그가 ‘가족’이란 단어를 버리고 ‘저들’이라 부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 미우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