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진입장벽이라고 하지만 일단 보면 멈출 수 없다. 헤어 나올 수 없는 개미지옥 같은 ‘케미지옥’의 ‘혜미리예채파’가 드디어 웃음·힐링 궤도에 올랐다.
ENA 새 예능 프로그램 ‘혜미리예채파’는 외딴 산골에서 안락한 정착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혜미리예채파(이혜리, 미연, 리정, 예나, 김채원, 파트리샤)의 복작복작 살림살이를 담아낸다.
당초 ‘혜미리예채파’는 ‘파워 연예인’ 이혜리와 ‘놀라운 토요일’ 이태경 PD의 재회로 기대를 모았다. 이혜리가 ‘파워 연예인’으로 주목 받을 수 있었던 건 ‘놀라운 토요일’에서 제대로 판을 깔아준 이태경 PD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혜리가 연기에 집중하기 위해 하차했지만, 곱창 3인분을 미끼로 다시 예능판으로 끌어들이는데 성공했다.
‘놀라운 토요일’에서 막내였던 이혜리가 ‘혜미리예채파’에서 맏언니가 되는 등의 모습이 관전 포인트였지만 출연진이 이혜리를 포함해 여섯 명이나 되는 만큼 포인트는 많았다. 각 멤버를 보는 포인트도 있지만, 이들이 서로 만들어내는 케미의 경우의 수도 많기에 ‘혜미리예채파’는 늘 순간순간이 관전 포인트다.
조용하고 차분하며 나른할 것 같은 미연은 ‘게임 천재’였다. 조용히 있다가 댄스에 급발진하고, 멤버들에게 “더 적극적으로 하자”고 소리치는 모습은 상상도 하지 못한 부분이었다. 카리스마 넘칠 것 같았던 셋째 리정은 러블리했고, 유일한 ‘I’ 김채원은 최예나를 만나자 아이즈원 룸메 케미를 보이며 들어본 적 없는 큰 소리를 치기도 했다. 파트리샤는 막내의 패기와 함께 파워연예인 혜리 못지 않은 인싸력으로 멤버들에게 스며들었다. 최예나는 스케줄 소화로 인해 늦게 합류했지만 특유의 친화력과 예능감으로 벌써부터 명장면을 생성해내는 중이다.
기대했던 맏언니 이혜리로서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게임할 때는 여전한 파워 연예인 면모로 하우스를 무대로 만들더니, 신이 내린 듯 키워드만 듣고 가수와 노래 제목을 알아냈다. 힘겹게 얻은 캐시를 멤버들과 함께 탕진해 계획형인 ‘J’가 맞나 싶기도 했지만,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마이크를 챙겨주고 멤버들을 위한 아침밥을 만드는 등 언니미를 보였다.
‘놀라운 토요일’ 때는 최대한 개입하지 않았던 이태경 PD도 전면에 나섰다. 살림살이 구매를 위한 캐시를 벌기 위해 퀘스트를 주고, 문제를 직접 출제하는 등 멤버들과 충돌(?)하고 있다. 멤버들과 뭔가를 두고 기싸움을 펼치는 방향에서는 나영석 PD의 그것에 못 미치지만 젊은 감각으로 멤버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조금이라도 더 흥미를 느낄 수 있게 유도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혜미리예채파’가 더 기대되는 점은 이제 2회가 방송됐을 뿐이라는 점이다. 제목이 진입장벽이라지만3월 2주 차 굿데이터 TV-OTT 통합 화제성 비드라마 조사 결과 톱10에 이름을 올리며 관심을 증명했다. 특히 skyTV가 ENA로 채널명을 바꾼 후 단독 제작한 예능 중에서는 처음으로 화제성 상위 10위 내에 진입했다. ENA 드라마하면 ‘이상한 변호사’가 떠오르듯 ENA 예능하면 ‘혜미리예채파’가 떠오를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름이 진입장벽이라는 선입견을 갖지 말고 일단 보면 어떨까. ‘오도이촌’의 삶이 주는 힐링부터 집을 채우기 위한 ‘혜미리예채파’의 고군분투, 그리고 다채로운 케미에 제목은 유행어처럼 읽혀지고 이들의 산골 생활이 기다려질 게 분명하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