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감독(개그맨+영화감독) 박성광이 첫 상업 장편영화 '웅남이'를 연출한 가운데, 한 평론가가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라는 한줄 평을 남기면서 파장이 커졌다. 대중문화 급나누기 논란까지 번지면서 해당 평론에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박성광은 오늘(22일) 개봉한 '웅남이'를 통해 첫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했고, 그간 단편 '욕'(2011), '슬프지 않아서 슬픈'(2017) 등을 선보이며 연출의 꿈을 키워왔다. 실제로 동아방송예술대학에서 영화 연출을 전공한 그는 제11회 서울세계단편 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제2회 한중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제1회 미추홀 필름 페스티벌 연출상 등을 수상하며 차곡차곡 준비했다.
개그맨으로 성공한 뒤에도 감독의 꿈을 포기할 수 없었던 박성광. '웅남이' 공개를 앞두고 초조하게 평가를 기다렸는데, 한 영화 평론가가 '전문가 20자평'에 "여기가 그렇게 만만해 보였을까"라는 멘트와 함께 5점 만점에 '별점 1개 반'을 줬다.
별점과 평론은 지극히 주관적이기에 관객들도 참고만할 뿐 절대적 기준이 되진 않는다. 하지만 이 평론가의 멘트는 영화의 내용이나 완성도가 아닌 박성광 자체를 폄하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면서 문제가 됐다.
이 평론가가 언급한 '여기가'는 대체 어디를 의미하는 것일까. 그들만의 상위 문화라는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일까? 그리고 '만만하게'의 기준은 무엇일까. 어디까지나 한줄 평도 자유지만, 경력있는 전문가라는 점에서 경솔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현재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이를 두고 "영화평으로 텃세를 부린다", "우월의식이 쩔어서 웃기다", "정말 무례한 발언이다", "작품 평을 해야지 왜 사람의 꿈을 깎아 내리나", "너뭐돼..?의 표본", "텃세와 무례함의 컬래버", "진짜 너무하다..박성광이 좋아하는 일인데 속상하겠다", "영화가 좋든 안 좋든 영화판이 무슨 성역도 아니고", "희극인 무시하는 풍토는 우리나라만 있는 거 같다" 등의 비판을 쏟아내는 중이다.
영화 평을 벗어난 박성광 개인에 대한 혹평은 되려 역풍을 맞았고, '웅남이'에 관심 없던 사람들마저 개감독 박성광의 도전을 응원하는 댓글을 달고 있다. "내가 직접 보고 평가하겠다"는 댓글도 꽤 눈에 띈다.
워낙 매체와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그 경계가 흐릿해졌지만, 과거에는 영화하는 배우들을 A급, 드라마하는 배우들은 B급으로 나누는 듯한 분위기가 존재하기도 있다.
하지만 과연 누가 예능, 가요, 드라마, 영화, 연극, 뮤지컬의 서열을 구분할 수 있겠는가? 직업에 귀천이 없는 것처럼, 대중문화에도 서열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있다면 개인의 마음 속 편견에서 비롯됐겠지만.
2년 전, '제57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에서 유재석이 대상을 수상했을 때, 일부 배우들의 태도가 논란이 된 적이 있다.
당시 이준익 감독이 영화 부문에서 대상을 받았을 때 대다수 배우들이 기립해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지만, 유재석이 무대에 오르자 그냥 앉아서 박수조차 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상 받은 유재석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라는 말이 나오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영화 감독과 예능인이 각각 대상을 받았을 때의 현장 분위기가 극과 극"이라며 홀대 논란이 인터넷을 달군 바 있다.
이와 함께 영화 시상식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축하 무대를 꾸밀 때, 배우들의 심드렁한 리액션과 팔짱 낀 무표정 등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한때 배우들에겐 공포의 시간이 된 적도 있다.
전부 쓸데없는, 우리 사회 보이지 않는 대중문화 급나누기에서 시작된 문제점이자 기싸움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대중문화에 우선 순위가 있을 수 있을까. 결국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유기적으로 소통되고 맞물릴 때 발전이 있을 수 있다.
/ hsjssu@osen.co.kr
[사진] OSEN DB, 영화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