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과 '국가수사본부'까지 굵직한 다큐멘터리 시리즈 프로그램이 나란히 OTT를 통해 공개됐다. '새로운 기회'라는 희망적인 인식과 동시에 충분한 제작 역량을 갖추고도 실현하지 못했던 기존 지상파 체제에 대한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이하 나는 신이다)'이 지난 3일 공개돼 꾸준히 화제를 모으고 있다. 공개 이후 계속해서 한국 넷플릭스에서 '오늘의 TOP 10' 순위 내에 들고 있다. 같은 날 공개된 웨이브 오리지널 '국가수사본부' 또한 공개 직후 신규 유료가입콘텐츠, 시청시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웨이브 안에서만 보자면 인기 드라마인 SBS 금토극 '모범택시2'와 견줘도 될 수치다.
'나는 신이다'는 대한민국 현대사 속 '메시아'들과 이들 뒤에 숨은 사건과 사람을 추적하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기독교복음선교회(JMS)부터 아가동산, 만민공동회 등 다양한 종교집단에 얽힌 사건, 사고와 교주들의 이야기를 조명했다. 종교집단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이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내용의 주장과 수위가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선사하는 한편 동시에 섣부른 믿음에 대한 경각심도 일깨우는 중이다.
'국가수사본부'는 실제 한국에서 발생하는 사건의 시작과 끝을 강력계 형사들과 함께 추적하는 리얼 수사 다큐멘터리다. 일반인들에게 뉴스 보도로만 접하기 쉬웠던 강력 사건 범인들이 어떻게 검거되고, 수사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상세하게 조명한다. 기존 수사 다큐멘터리보다 한 차원 더 깊이 들어가 수사 일선의 형사들의 고충과 사건의 심각성을 보는 이들로 하여금 더욱 피부로 와닿게 만들고 있다.
주목할 점은 '나는 신이다'와 '국가수사본부' 모두 한국 지상파 방송사 제작진의 작품이라는 것이다. '나는 신이다'는 MBC, '국가수사본부'는 SBS 제작진의 작품이다. 실제 '나는 신이다'를 연출한 조성현 PD는 '아마존의 눈물'을 만들었던 김진만 PD와 오랜 시간 함께 했고 'PD수첩'에서도 경험을 쌓았다. '국가수사본부'의 배정훈 PD는 '그것이 알고 싶다'로 유명해져 일명 '그알 PD'로 불리는 인물이다.
'PD수첩'과 '그것이 알고 싶다' 모두 각 방송사의 간판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불렸던 바. 이들 프로그램의 선두에 있던 PD들이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리스나 토종 OTT 웨이브로 진출한 점은 방송가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OTT를 통해서도 사회적 이슈 파이티이나 의제 설정이 가능해진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 웨이브 등이 단순 콘텐츠 플랫폼을 넘어 미디어 플랫폼으로써 위상도 보유하게 됐다.
가요, 드라마, 예능으로 이어졌던 한국 콘텐츠들에 대한 관심이 다큐멘터리 시리즈로도 이어지고 있음은 물론이다. 특히 '나는 신이다'의 경우 해외 선교 활동까지 했던 종교집단들이 나오는 데다가, 넷플릭스를 통해 해외 시청자들에게도 전파된 만큼 보다 폭넓은 관심을 갖게 된 바. '씨스피라시'와 같은 넷플릭스 해양 다큐 멘터리 프로그램이 국내 시청자들에게 영향을 주는 것 만큼 한국의 다큐멘터리가 해외 시청자들에게 역으로 전파되는 모습이 가시권에 그려지게 됐다.
다만 동시에 현재 지상파 체제에 대한 내부적인 회의론도 치솟고 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OSEN에 "'나는 신이다'와 '국가수사본부' 같은 프로그램들이 OTT를 통해 나오면 나올 수록 각 제작진이 속한 방송사 내부적으로 아쉬움의 목소리도 나온다. 각 프로그램에 관한 아이템들이 분명히 'PD수첩'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혹은 각 방송사 교양국에서라도 취재 후 방송하겠다는 의견이 먼저 나왔을 텐데 어떤 이유에서든 국내 방송하지 못하고 넷플릭스, 웨이브로 가서 공개된 셈 아닌가. 호응을 얻으면 얻을 수록 방송사 안에서는 '왜 우리는 이런 걸 방송하지 못할까?'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교양 PD들의 '탈 방송국' 체제에 대한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지금까지 드라마, 예능이 외주 제작사 혹은 스튜디오 체제로 전환되는 동안 다큐멘터리 장르 만큼은 방송사 PD들의 영역으로 남아 있어왔다. 취재 환경도 방송사라는 울타리를 벗어나서는 하기 힘들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지컬:100', '나는 신이다'가 MBC 제작진과 넷플릭스 코리아의 협업, '국가수사본부'가 SBS 제작진과 웨이브의 만남으로 제작된 데 이어 한층 더 넓은 제작 영역이 열릴 수 있을지 제작진 사이에서 궁금증도 일고 있다. 심지어 '나는 신이다'의 방송 중단 가처분 소송 관련해서도 국내 방송사인 MBC와 외국계 회사인 넷플릭스 코리아를 향한 소송의 온도차가 있던 상황. 이를 두 눈으로 확인한 제작진 사이에서 한층 더 자유로운 제작 환경의 문이 넷플릭스나 웨이브 같은 OTT로 열린 것이기 때문이다.
제작 일선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회의 문이 열린 만큼 방송국들에게 이는 기회와 위기 의식을 동시에 느끼게 하고 있다. 먼저 희망적인 것은 다큐멘터리 같은 교양 프로그램도 플랫폼에 공급할 수 있게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선 지상파 방송사보다 우위를 점할 대상이 없다는 점에서 새로운 활로가 생긴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동시에 같은 미디어 플랫폼 차원에서는 "저널리즘 역할마저 OTT에 뺏기는 것은 아니냐"는 지적도 내부적으로는 제기되고 있다고. '나는 신이다'와 '국가수사본부' 같은 프로그램을 공급한 방송사와 이들에 대한 독점적 권한을 가질 넷플릭스나 OTT 사이 누가 우위가 될지는 너무도 쉽게 점쳐지는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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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웨이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