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벚꽃연금’의 시대에 '엔딩'이 찾아온 걸까.
“봄바람 휘날리며 흩날리는 벚꽃 잎이”라는 노랫말이 한창 울려 퍼질 시기가 됐지만, 올해엔 다소 잠잠하다. 겉옷이 얇아지는 완연한 봄날씨에 벚꽃도 이미 만개했는데, 익숙하던 노래가 들리지 않는다. 이제 ‘벚꽃연금’으로 건물을 사던 시대는 지난 것일까. 올해엔 벚꽃연금송보다는 걸그룹들의 장악이 돋보였다.
매년 이맘 때 거리에 익숙하게 울려 퍼지는 곡이 있다. 바로 벚꽃연금송의 원조격이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다. 무려 지난 2012년 발매된 이 곡은 매년 봄, 벚꽃이 만개할 때면 늘 음악 팬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음원차트에선 역주행으로 신곡과 인기 아이돌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벚꽃엔딩’이 역주행을 시작할 때가 바로 봄을 알리는 시점이기도 했다.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은 ‘벚꽃엔딩’이 몇 년째 봄마다 사랑받으면서 이 곡으로 건물을 샀다고 말하기도 했을 정도다. 그리고 매년 봄 역주행하던 이 곡에 ‘벚꽃연금송’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벚꽃엔딩’ 이후에도 몇몇 곡들이 벚꽃연금송으로 사랑받아왔다. 하이포와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가 ‘벚꽃엔딩’의 뒤를 이었고, 방탄소년단의 ‘봄날’, 여자친구 유주와 로꼬의 ‘우연히 봄’이 때마다 역주행을 기록하며 사랑받았다.
하지만 올해 벚꽃연금송의 화력은 다소 약해진 모습이다. 역주행으로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톱100에 등장하긴 했지만, 상위권은 물론 1위까지 치고 올라오던 몇 해 전과는 확연히 다른 화력이다. 그렇다고 다른 봄 노래가 차트를 장악한 것도 아니었다.
벚꽃연금송 대신 올 봄 차트를 장악한 이들은 걸그룹이었다. 지난 해부터 흥행을 이어오고 있는 그룹 뉴진스의 ‘디토(Ditto)’와 ‘OMG’, ‘하입 보이(Hype boy)’는 여전히 차트 상위권에 붙박이다. 사실 이쯤되면 뉴진스는 4계절 내내 차트를 장악한다고 봐도 무방해 보인다.
여기에 지난 달 27일 발매된 그룹 아이브의 ‘키치(Kitsch)’, 스테이씨의 ‘테디베어(Teddt Bear)’가 상위권에 줄세우기를 했다. 그리고 지난 달 31일 공개된 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의 솔로 데뷔곡 ‘꽃’ (FLOWER)’이 단숨에 상위를 치자했다. 음원차트 톱10에 7곡이 걸그룹이다. 달리 걸그룹 전성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흔들림 없이 롱런 인기를 이어가고 있는 4세대 걸그룹과 막강한 화력의 지수까지 더해져 벚꽃연금송의 ‘엔딩’을 알리고 있는 듯 하다. /seon@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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