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의 여지 없다면서 또? 논란 유발 섭외→떠나는 시청자 [Oh!쎈 초점]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3.04.13 20: 22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방송사의 변명을 언제까지 들어야 할까. 시대 정서와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한 섭외로 인해 불편함을 겪고 피해를 입는 시청자들을 위해 방송가의 각성이 필요하다.
한낮에 음주운전으로 인해 초등학생이 사망한 사건이 보도된 날, 3번의 음주운전을 한 가수가 복면을 쓰고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그것도 같은 방송사에서. 시청자들 모두 경악했다.
가수 호란을 섭외한 ‘복면가왕’의 이야기다. 지난 9일 방송된 MBC ‘복면가왕’에서는 가왕 결정전이 펼쳐졌고, ‘펑키한 여우’라는 복면을 쓴 호란은 가왕결정전에서 ‘우승 트로피’에게 패하면서 가면을 벗었고, “아무래도 경험이 많이 없고 긴장하는 편이다. 오늘은 1라운드 때부터 따뜻한 응원을 받았다 .용기를 내서 끝까지 서있을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호란은 2016년 9월 음주운전 사고를 내 교통사고 처리 특례법 및 도로 교통법 위반 혐의로 벌금 700만 원 약식 기소 처분을 받았다. 당시 호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01%로, 면허 취소에 해당하는 수치였다. 무엇보다 호란은 앞서 두 번의 음주운전을 저지른 바 있다.
잠재적 살인으로 여겨지는 음주운전을 한 번도 아닌, 세 번이나 저지른 호란이다. 김새론, 곽도원, 신혜성, 남태현 등 최근 연예계에 음주운전이 만연하게 일어나고 있는 만큼 경각심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는데, 세 번의 음주운전을 범한 호란이 ‘복면가왕’을 통해 다시 복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뭇매를 맞았다.
시청자들은 분노했다. ‘복면가왕’ 시청자 게시판은 호란과 호란을 섭외한 제작진, 그리고 방송사를 비난했다. ‘복면가왕’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청자 여러분들께 불편함을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호란의 OST 사용을 중지하겠다고 밝힌 KBS2 월화드라마 ‘오아시스’보다 늦은 결정이어서 더 비판을 받았다.
‘복면가왕’ 제작진은 부랴부랴 호란의 출연이 담긴 399회(9일 방송), 398회(2일 방송) 다시보기 서비스를 중지했다. ‘펑키한 여우’가 ‘세 번 음주운전 호란’으로 밝혀지기 전까지 멀쩡하게 다시보기 서비스가 되고 있었는데, 만약 호란이 가왕에 올랐다면 언제까지 그의 출연이 담긴 영상을 봐야 했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복면가왕’ 제작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이것은 모두 제작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생긴 일이다. 방송 후 시청자 여러분의 질타를 받으며 반성했다. 앞으로 출연자 섭외에 있어 보다 엄격한 기준을 도입하겠다. 또한 시청자 여러분과 현 시대의 정서를 세심히 살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더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복면가왕’ 뿐만이 아니다. 최근 방송가에서는 시청률과 화제성을 잡기 위해 무리한 섭외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논란을 일으킨 일부 스타들이 섭외가 되고, 프로그램에서 그들이 해명 아닌 해명을 하면서 그들에게 면죄부를 쥐어주고, 복귀길을 터주는 게 아니냐는 질타를 받고 있다.
자숙의 기간을 결정하는 건 논란을 일으킨 스타도 아니고, 방송사도 아니다. 그렇다고 시청자들이 기간과 기준을 정하는 것도 아니지만, 시청자들이 보고 싶고, 알고 싶은 건 구구절절한 해명이 아닌 진정으로 반성하고 자숙하는 모습이다. 섭외를 진행하는 방송사 역시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더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변명은 변명도 안될 뿐더라 무능함을 증명하는 말밖에 될 수 없음을 꺠달아야 한다. /elnino8919@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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