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다 까발려' 부부 예능, 초심 잃고 결혼 지옥 떨어지나 [Oh!쎈 초점]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23.04.23 18: 40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부터 ‘요즘 남자 라이프-신랑수업’,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 ‘속풀이쇼 동치미’, ‘조선의 사랑꾼’ ‘아내의 맛’ 등 부부들이 만나게 된 계기부터 결혼 후 생활, 그리고 사소한 일상들까지 시시콜콜 담아낸 부부 예능.
제목부터 직설적인 이런 류의 부부 예능은 솔직함과 털털함으로 중무장해 방송 초기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그간 알지 못 했던 스타들의 사생활을 본인들이 직접 카메라 앞에서 털어놓으면서, 일정 부분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준 덕분이다.
물론 어느 정도 수위를 지켰고 사생활 침해를 막기 위해 다 밝히지 않고 안 보여준 부분도 있겠지만, 멘트 중 수치심과 혐오를 불러일으킨 부분을 그대로 내보낸 것에 충격을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는 조작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었고. 그렇게 자극적인 사연팔이가 전파를 탈수록 시청률은 치솟았다.

여러 언론 매체들이 근무시간을 할애해 각자 십여 개의 기사를 내는 보도 행태가 지속되면서 지금은 유치한 수준으로까지 떨어졌다. 언론이 너무 연예인들의 입만 바라보고, 그들의 동선만 쫓는 것도 이제와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마음이 든다. 기자로서 자조적인 웃음이 나와 반성하게 된 이유다.
부부 예능 제작진과 기자의 합작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해, 더 이상 이런 포맷을 뛰어넘는 신개념 예능을 만들어내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이제는 부부 예능이 안정기를 유지하고 있는 분위기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냥 수용했던 부부 예능을 이제는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이제 막 결혼에 골인한 연예인 신혼부부들, 산 지 오래 되어 ‘찐 가족’으로 사는 연예인 부부들이 방송을 통해 인기를 얻고 또 다른 프로그램, 작품 캐스팅으로 진출하려는 하나의 도구로 밖에 여겨지지 않아서다.
시청률을 좇는 방송사들도 문제의 1차적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사생활 침해 부분을 고심했다고 하는데, 고심을 했다면 방송에 내보내지 말았어야 한다. 스타들과의 사전 미팅을 통해 하나라도 더 자극적인 것을 캐치해 내려는 것 같다.
오로지 화제성을 위해 사생활 부분을 적나라하게 내보낸 것은 돌이켜보니 매우 부적절했다는 생각이 든다.
부부 예능은 스타들의 생생한 경험에 기반해 있기 때문에 강력한 흡입력을 갖지만, 현실과 화제성의 줄타기라는 긴장은 때로는 외적인 부작용을 낳는다.
시청자들도 선정적 방송만 볼 게 아니라, 시청자 중심의 유익한 방송을 우대하는 사회적 감시와 압박을 해야 한다. 
/ purplish@osen.co.kr
[사진] 각 방송사 예능 포스터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