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X…일론 머스크의 마지막 남은, 아직은 유효한 로망 
OSEN 강희수 기자
발행 2023.05.09 11: 12

현 시대의 혁신가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테슬라’로 자동차 애호가들의 세 가지 ‘로망’을 건드렸다. 스포츠카, 자율주행, 걸윙도어(Gull-wing door)다. 자동차를 넘어서면 하이퍼루프도, 우주여행도 있지만 테슬라에 접목된 로망(이노베이션)은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스포츠카는 자동차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의 꿈이다. 자동차업계 후발주자인 머스크는 만인의 꿈을 ‘전기차’에서 실현시켰다. 테슬라 전기차의 모든 ‘모델’들은 스포츠카의 속성을 내재하고 있다. 
자율주행은 공상과학 영화에 어김없이 등장하던, 미래형 자동차의 필연적 덕목이다. 일론 머스크는 사람들이 아직은 멀다고 여기던 자율주행을 앞당겨 실현했다. 자율주행 기능만 떼어 내 따로 상품화를 했다는 건 머스크의 사업수완이다. 이 대목은 자동차 회사가 소프트웨어 기업이 될 수 있다는, 레거시 업계의 깨우침으로 진화했다. 

걸윙도어는 차 문이 갈매기의 날개처럼 지붕 위쪽으로 열리는 형태를 말한다. 테슬라 모델 X에 적용된 걸윙도어는 차문이 열리며 만드는 회전반경을 최소화하기 위해 천장에서 한 번, 루프라인에서 또 한 번 접히게 만들었다. 테슬라는 갈매기(gull)로는 성이 안 차 덩치가 훨씬 큰 ‘팰컨(falcon)’ 윙 도어라 부른다. 
테슬라의 세 가지 이노베이션은 레거시 브랜드들에 의해 차차 일반화되기 시작했다. 전기차는 유럽의 탈탄소 정책에 의해 세계 자동차 시장을 뒤흔들고 있고, ‘전기 스포츠카’는 출발과 동시에 최대 토크가 발휘되는 전기 고성능 모델이 속속 출시되면서 애호가들의 꿈을 채우고 있다. 
자율주행은 전기차뿐만 아니라 내연기관부터 실리기 시작했고, 신종 전기차에는 이 기능이 빠지면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현실이 됐다. 완전 자율주행을 막는 건 각종 규제와 인간 운전자뿐이라는 이야기도 나돈다. 
마지막 남은 팰컨 윙 도어는 어떨까? 
기술적 문제라기 보다는 ‘용기’의 벽에 부딪혀 유행을 타지는 못하고 있다.
덕분에 팰컨 윙 도어는 일론 머스크가 건드린 ‘로망’의 마지막 영역으로 남아 있다. 일론 머스크 로망의 집합체가 곧 ‘모델 X’가 된 셈이다. 팰컨 윙을 향한 사람들의 로망은 길거리 시선으로 여전히 유효하다. 위로 열리는 차문으로 내리는 ‘하차감’을 당당히 즐기려면 꽤 큰 용기가 필요하다. 
지난 3월 30일, 테슬라코리아는 우리나라에 모델 S와 모델 X를 출시했다. 그 중 온전한 로망, 모델 X를 시승할 기회를 얻었다. 
테슬라코리아가 최근 판매를 시작한 ‘모델 X’는 2015년에 처음 출시된 그 모델 X가 아니다. 생긴 건 비슷하지만 속은 상당 폭 변화를 거쳤다. 그렇다고 갓 출시된 건 아니다. 미국에선 2021년 1월에 출시된 게 2년 뒤에 한국에 상륙했다. 
테슬라가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는 않지만 어쨌든 모델 X는 플래그십 SUV다. 차체 크기로만 따지면 대형 SUV에 버금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급으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실루엣이 유선형(공기저항 계수가 0.24 Cd에 불과하다)이고, 서스펜션으로 차체 높이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델 X의 전장은 5,057mm다. 기아 모하비(4,930mm) 보다 길고 카니발(5,155mm) 보다 살짝 짧다. 공식 출시를 앞두고 있는 EV9(5,010mm)보다 더 길다. 
전고는 서스펜션을 최고로 높였을 때 1,740mm가 된다. 가장 낮았을 때(1,680mm)와 60mm 차이가 난다. 기아 EV9의 전고가 1,755mm이고, 모하비는 1,790mm, 카니발은 1,775mm다.
차체가 유선형이냐 박스형이냐에 따른 시감각의 인식차가 있을 뿐, 대형 SUV임에는 틀림없다. 대형 SUV를 유선형으로 디자인하면서 손해를 본 실내 공간은 운전석의 광활한 시야각으로 보상됐다. 덕분에 모델 X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울트라 슈퍼급 파노라마 윈드실드를 앞 창에 끼울 수 있었다. 
시트 배열도 틀림없는 대형 SUV다. 모델 X는 3열 6, 7인승 또는 2열 5인승이다. 물론 다른 대형 SUV와 마찬가지로 3열이 넉넉하진 않다. 7인승의 경우 2, 3열 좌석을 모두 접어 풀플랫 효과를 낼 수 있는 점도 대형 SUV임을 방증하고 있다. 
모델 X는 트림이 두 가지다. 기본형(1억 4,306만 1,000원부터)과 고급형인 플래드(Plaid, 1억 5,706만 1,000원부터)다. 가격이 1,500만 원 가까이 차이가 나는만큼 파워트레인이 다르다. 기본형에는 듀얼 모터가 장착되지만 플래드에는 트라이 모터가 들어갔다. 최고속력은 250km/h 대 262km/h, 최대출력은 670마력 대 1,020마력, 0→100km/h 도달시간 3.9초 대 2.6초다. 
시승차로 제공되고 있는 차량은 904만원짜리 FSD(Full Self Driving, 오토파일럿) 옵션이 들어간 모델 X 기본형이다. 
트라이 모터가 아니라고 해서 퍼포먼스를 아쉬워할 게 하나도 없다. 우리나라에서 670마력짜리 출력으로도 감당이 안되는 공도는 없다. 태생부터 ‘전기 스포츠카’를 지향한 탓에 인세인(insane) 모드를 선택하고 내달리면 웬만한 슈퍼카들도 코를 납작하게 한다. 안락한 주행감은 스포츠 지향의 테슬라에서는 기대하면 안 되지만 모델 X는 그 중량감 덕분인지 비교적 매끄럽다. 
사실, 외관 디자인이나 주행질감은 2021년의 업그레이드에서 공을 들인 분야가 아니다. 변화의 핵은 운전자 주변의 조작 장치들이다. 많이 바뀌었다. 페이스리프트임은 분명하나, 얼굴은 거의 바뀌지 않았으니 속뜻만 받아들여야겠다. 
가장 큰 변화는 센터페시아를 차지한 17인치 터치스크린이다. 세로형이던 종전 터치스크린은 가로형으로 배치됐고, 보는 이에 맞춰 좌우 각도 조절이 가능해졌다. 
터치스크린이 가로형으로 바뀐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스티어링 휠 아래쪽에 달려 있던 칼럼식 기어 노브가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가로형 디스플레이의 좌측면으로 들어갔다. 정확하게 말하면 디스플레이 안쪽에 ‘밀어서 잠금해제’ 방식으로 들어갔다. 데스크탑이나 노트북 컴퓨터에서 ‘작업 표시줄’을 좌측 세로로 설정해 놓고, 그 안에 ‘밀어서 잠금해제’ 방식의 P/D/R/N이 배치됐다고 이해하면 된다. 세상에, 후진 기어를 터치스크린을 손가락으로 밀어서 체결한다. 
스티어링 휠 아래쪽에 응당 있어야 할 것 중에 사라진 게 또 있다. 왼쪽의 방향지시기도 없다. 오른쪽의 와이퍼 작동 레버도 없다. 스티어링 높낮이를 조절하는 장치도, 아무것도 없다. 어디로 숨은 거야?
방향 지시기는 스티어링 휠 왼손 엄지가 닿는 부위로, 와이퍼 워셔액 분사 버튼은 오른손 엄지가 닿는 부위로 들어갔다. 스티어링 휠의 높낮이 조절은 센터페시아의 터치스크린에서 조절된다. 
레거시 제조사의 엔지니어들이 기겁할 노릇이다. 방향지시등을 켤 때마다 왼 손가락이 혼란스럽다. 왼쪽 방향지시등을 켤 지 오른쪽을 켤 지 먼저 생각하고, 눈으로 화살표를 확인한 뒤에야 버튼을 눌렀다. 레거시 엔지니어들이 “직관적이지 않다”고 비판을 해도 할 말이 없어 보인다. 
터치스크린에서 ‘밀어서 잠금해제’ 방식으로 ‘주행(D)’과 후진(R)’을 선택하고, 1~2초간 꾹 눌러서 ‘주차(P)’와 ‘중립(N)’을 명령하는 것도 많이 낯설다. 
물리 버튼을 없애야 한다는 노력이 강박에 가깝게 가해진 흔적이다. 차의 작은 움직임까지도 소프트웨어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지상과제가 떨어진 모양이다. 딴은, 완전자율주행이 이뤄지려면 꼭 거쳐야 할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신형 ‘모델 X’는 초음파와 레이더를 없애고 카메라에만 의지해 사물을 인식하도록 하는 ‘테슬라 비전’이 적용된 모델이다. 카메라는 무려 9개나 들어갔다. 앞 쪽에 3개, 사이드에 4개, 후면에 1개 그리고 실내에 1개가 달렸다. 
엔지니어들의 우려는 많다. 눈비가 올 때나 고속 주행 시 먼 거리의 차량이나 사물을 인식할 때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염려 때문이다. 서울 도심과 경기도 외곽의 고속화도로를 이틀 정도 주행해 본 경험만으로 한계치를 논하기는 부족하다. 모델 X는 카메라만으도 중앙분리대를 대신한 라바콘이나 형광봉을 인식해 계기반 클러스터에 착실하게 보여줬다. 20~30미터 앞의 횡단보도를 지나가는 보행자의 모습이나, 정차된 차량들 사이를 누비는 오토바이의 움직임도 빠짐없이 잡아냈다. 
회생제동의 강도 선택이 사라진 원페달 주행은 몸에 익을수록 발이 편해진다. 속도를 갑자기 줄여야 할 상황이 아니면 브레이크를 거의 밟을 일이 없다. 발바닥을 까딱거리는 동작만으로 공차중량 2,360kg의 덩치를 자유자재로 다스린다.  
오토파일럿(반자율주행)은 운전자의 개입을 강하게 거부하는 게 특징적이다. 이 기능이 작동된 상태에서는 운전자가 스티어링을 의도적으로 움직이면 오토파일럿이 해제돼 버린다. 그렇다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고 가는 것도 허락하지 않는다. 아직은 교통 법규가 보조 기능으로만 사용하기를 강제하기 때문이다.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따라 목적지까지 길을 찾아 가는 기능은 국내에서는 적용하지 않았지만 목적지로 가기 위해 고속도로 교차로와 출구로 안내하는 것까지는 가능하다. 이 또한 법규 탓이다. 
자동 차로 변경(Auto Lane Change)은 한층 부드럽게 작동된다. 이 기능을 작동시킬 때면 비로소 테슬라 엔지니어들이 방향지시기 레버를 없애버린 이유를 알게 된다. 방향지시기 버튼만 살짝 누르면 최적의 공간을 찾아 안전하게 차로를 바꾼다. 방향지시기 레버를 아래 위로 밀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심플하고 모던한’ 미래지향적인 인테리어 디자인의 강박은 그 흔한 송풍구도 없애버렸다. 송풍구가 아예 막혔을 리는 없겠지만, 적어도 시트에 앉은 상태에서는 바람이 나오는 구멍을 찾을 수 없다. 36W 급속 충전이 가능한 usb-c 포트도 포켓 깊숙한 곳에 숨겨 놓았다. 대신 무선 충전기는 한 눈에 찾을 수 있다. 
오디오 시스템은 고차원적으로 업그레이드 됐다. 액티브 로드 노이즈 저감 기술이 들어간 22개의 스피커가 차량 곳곳에 숨어 있다. 오디오 출력은 960W다. 사운드는 청량하면서 깊이도 있다. 
자동차에 대한 해석이 달라서일까? 레거시 브랜드의 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치들이 없는 것도 꽤 있다. 운전자의 시선을 흐트러뜨리지 않게 도와주는 헤드업 디스플레이, 엔진 사운드가 없는 전기차에서 운전하는 재미를 배가시켜 주는 가상 주행 사운드가 없다. 현대차그룹의 전기차들이 강조하고 있는 V2L(차의 배터리에서 220V 전원을 빼서 전자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한 장치)도 테슬라에는 없다. 
‘혁신의 아이콘’ 테슬라도 하나 둘 혁신 요소들이 추격당했다는 방증이다. 우주에서 온 듯 했던 미래지향적 디자인도 슬슬 보통 자동차가 돼 가고 있다. 2012년 최초의 테슬라, 모델 S가 세상에 등장했고, ‘신형’이 배출된 모델 X도 2015년에 고고성을 울렸으니 슬슬 새로운 모습을 기대할 때도 됐다. 
일론 머스크가 누구인가? 보통 사람들의 생각에 머무르기를 거부하는 혁신가 아닌가? 그의 연구소에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다음 단계의 테슬라 패밀리룩이 이미 완성돼 있을 지도 모른다. /100c@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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