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속 터지면 트럭 시위까지…경질 후폭풍, 준비된 감독이 극복해야 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23.05.16 05: 00

‘보살’로 유명한 한화 팬들이 트럭 시위로 집단 행동에 나섰다. 카를로스 수베로(51) 감독 경질 후폭풍이 쉬이 가라앉지 않는다. 신임 최원호(50) 감독이 이 상황을 극복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준비된 감독이라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일부 이글스 팬들은 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화그룹 본사 앞에서 트럭 2대를 동원해 시위에 나섰다. 지난 11일 수베로 감독을 전격 경질한 한화 구단 프런트를 성토하기 위한 시위였다. 본사뿐만 아니라 상암, 압구정 갤러리아 등에서 18일까지 시위를 이어간다. 
팬들은 ‘습관성 경질, 책임 회피를 반복하는 프런트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트럭 시위를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김성근, 한용덕 전 감독에 이어 수베로 감독까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며 ‘한화 감독 잔혹사’가 재현됐다. 

한화 최원호 신임 감독이 덕아웃에서 경기를 주시하고 있다. 2023.05.12 /rumi@osen.co.kr

지난 11일 삼성전 승리 직후 밤 9시쯤 계약 해지를 통보한 ‘타이밍’이 팬들의 공분을 샀다. 경질 전까지 한화는 5승2패로 반등 중이었다. 구단이 뽑아온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이 뼈아픈 상황에서 성적 부진의 모든 책임을 수베로 감독에게만 뒤집어 씌웠다는 비판이다. 
팬들은 매번 반복되는 외국인 영입 실패, 일관성 없이 좌절된 리빌딩을 비판 대상으로 삼았다. 맞는 말이다. 단장이 바뀌고, 스카우트 실무자가 바뀌어도 매년 반복되는 외국인 선수 농사 실패는 어떤 이유에서든 명백한 구단 책임이다. 3년 전 리빌딩을 위해 수베로 감독을 영입했지만 지난해부터 이기는 야구로 기조가 바뀌면서 현장과 프런트가 바라보는 방향도 조금씩 어긋났다. 
15년 넘게 이어지는 길고 긴 암흑기에도 한결같은 응원을 보내온 보살팬들의 마음이 오죽할까. 십시일반 돈을 모아 트럭 시위를 할 만큼 답답한 심경을 표현하고 있다. 팀에 대한 사랑, 애정, 열정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팬들의 의견과 행동은 충분히 존중받아 마땅하고, 한화 구단도 책임을 통감하며 새겨들어야 한다.
수베로 감독 경질 후폭풍이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새로 시작한 최원호 감독 체제에도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점이 걱정스러운 부분이다. 수베로 감독을 밀어낸 모양새가 된 최원호 감독에겐 당장 성적을 내야 할 부담스런 상황이다. 어수선하겠지만 선수단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한다. 
경기에 앞서 한화 선수단이 국민의례를 가지고 있다. 2023.05.13 /sunday@osen.co.kr
최원호 감독은 한화의 준비된 감독이었다. 지난 2019년 시즌 후 퓨처스 감독을 맡아 2020년 6월부터 1군 감독대행으로 114경기를 지휘하며 팀을 재정비했다. 2021년 다시 퓨처스 감독으로 돌아가 육성에 집중한 최 감독은 지난해 퓨처스 역대 최다 14연승을 달리면서 북부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육성 능력을 인정받아 올 시즌 앞두고 퓨처스 감독으론 이례적으로 3년 재계약까지 맺었다. 
지난 2년간 1군 수베로 감독과 정기적인 미팅을 갖고 긴밀하게 소통하며 2군에서 팀 리빌딩 작업을 함께했다. 감독대행 시절 1군 지휘 경험도 있고, 팀 내 선수들에 대한 파악도 누구보다 잘 돼 있다. 체계적인 선수 관리도 검증돼 합리적 운영과 리더십으로 팀의 지속적 성장을 이끌 적임자로 평가됐다. 갑자기 위에서 꽂은 감독이 아니다. 사촌동서 지간인 손혁 단장보다 훨씬 먼저 팀에 왔다. 
다만 감독 교체 과정과 타이밍이 너무 나빴고, 일련의 상황과 맞물려 수베로 감독과 대척점에 서게 된 최 감독으로선 성적 부담이 커졌다. 신임 감독이지만 허니문 기간을 갖기 어렵게 됐다. 1군 정식 감독은 처음이라 시행착오가 불가피한데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선 팬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승리만큼 확실하게 지지를 이끌어내는 것은 없다. 지난 주말 인천 원정에서 1위 SSG 상대로 1승1패1무로 대등하게 싸우며 최 감독 체제에서 스타트는 괜찮게 끊었다. 이번주 대전 롯데전, 잠실 LG전으로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다. 
7회초 1사 1,3루 한화 이진영의 우익선상으로 향하는 2타점 동점 적시 2루타에 최원호 감독이 득점을 올린 박정현, 오선진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SSG의 파울 관련 비디오 판독 요청이 있었으나 원심 유지. 2023.05.14 /cej@osen.co.kr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