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놀면 뭐하니?'가 2주간의 재정비에 나섰다. 제작진을 비롯해 멤버 교체를 통해 변화에 나선 것.
앞서 '놀면 뭐하니?' 측은 공식입장을 내고 "2년동안 함께 한 정준하·신봉선이 10일 방송을 끝으로 떠난다"고 밝혔다. 유재석과 이이경, 박진주, 하하, 이미주만 잔류하게 됐다. 그간 연출을 맡았던 박창훈PD도 하차하고, 함께해왔던 김진용, 장우성 PD가 메인 연출을 맡는다. 이와 더불어 재정비를 위해 2주간 휴방을 결정, 오는 7월부터 새로워진 모습으로 시청자들을 찾는다.
'놀면 뭐하니?'는 '무한도전'을 이끌었던 김태호PD가 지난 2019년 첫 론칭한 프로그램이다. 김태호PD와 유재석의 재회로 방영 전부터 기대를 모았던 '놀면 뭐하니?'는 낮은 시청률로 고전했던 초기를 지나 유재석의 '부캐'를 내세운 유(YOO)니버스 세계관으로 방향을 바꾸면서 점차 반응을 얻기 시작했다.
유재석의 1인 체제로 진행됐던 '놀면 뭐하니?'는 '유고스타', '유산슬', '유라섹', '닭터유', '유두래곤', '지미유' 등 다양한 유재석의 부캐를 탄생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이 역시도 오래가지 않아 위기를 맞았다. 뽕포유와 싹쓰리 등 음악 프로젝트로 흥행에 성공하자 과도하게 음악 프로젝트에 편향된 행보로 시청자들의 비판을 산 것. 더군다나 매너리즘 극복을 위해 패밀리십 체재로 탈바꿈하고 박창훈PD가 새로운 메인 연출을 맡았지만 이후로도 MSG워너비, WSG워너비 등 비슷한 아이템을 반복하는 등 '놀면 뭐하니?' 만의 특색을 드러내긴 커녕 뻔하고 식상한 기획의 연속이라는 평을 벗어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놀면 뭐하니?'는 음악 프로젝트 외에는 이렇다할 화제성과 시청률을 기록하지 못했으며 최근 시청률은 3%까지 떨어졌다. 아무리 대중들이 TV가 아닌 OTT로 방송을 보는 추제라 해도 '놀면 뭐하니?'의 방송 시간이 토요일 저녁 황금시간대임을 감안하면 처참한 수치다. 그나마도 이제는 흥행 치트키처럼 의존했던 음악 프로젝트의 효력마저 다해, 진퇴양난의 위기에 처했다. 이를 두고 지난달 방송에서 이경규는 "시청률이 안 나올때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에 "가장 좋은건 폐지하는 것"이라고 돌직구를 날리기도 했다.
특히 유재석은 13일 진행된 디즈니+ '더 존: 버텨야 산다 시즌2' 제작발표회에서 "프로그램의 존폐여부는 저희가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청자 분들이 좋아하지 않으면 폐지되는 것이 맞다"면서도 "노력으로 충분히 좋은 상황을 만들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위기라는 단어에 집착하기 보다는 한 주 한 주의 즐거움을 드리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고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프로그램을 폐지하느냐, 더 좋은 결과를 위해 과감히 변화를 시도하느냐는 오랜 기간 포맷을 유지해온 장수 예능이면 으레 마주하게 되는 고민이다. 대부분의 예능프로그램들이 비슷한 레파토리의 반복으로 시청률이나 화제성이 저조해지는 단계를 겪기 때문. 그럴 때마다 멤버 교체나 새로운 기획으로 반등을 꾀하는 것이 수순이지만, 도리어 개편으로 인한 고정팬층 이탈까지 더해지며 끝내 폐지 수순을 밟는 경우도 많다. '놀면 뭐하니?'의 뿌리격인 '무한도전' 역시 연일 하락세를 그리다 마지막회에서 11.1%를 기록하며 쓸쓸히 퇴장했다.
기존의 색채를 유지하면서도 새롭고 신선한 웃음을 주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기존의 것을 고집하다 보면 시대에 뒤쳐진다는 평을 듣고, 프로그램 고유의 차별성이나 방향성을 잃고 이리저리 변화만 추구하다 보면 오히려 기껏 쌓아둔 시청층까지 쫓아내는 결과가 벌어지기도 하다. 일례로 같은 MBC 예능인 '나 혼자 산다'는 여러 차례 위기를 맞았지만, 기존 출연진을 활용한 다채로운 캐릭터 시도와 색다른 매력을 가진 새 멤버 영입을 적절히 병행하며 시청률 반등에 성공했다.
'놀면 뭐하니?'도 그간 여러 차례 변주를 시도해 왔다. 당초 유재석 1인체제에서 시작해 2021년 정준하, 하하, 신봉선, 이미주를 영입했고, 지난해에는 여기에 박진주와 이이경까지 추가로 영입하며 7인 체제로 굳혔다. 이 가운데 내달부터는 정준하, 신봉선이 하차하고 다시 5인체제로 돌아간다. 물론 이를 두고 다양한 우려의 시선도 쏟아지고 있는 상황. '놀면 뭐하니?'의 고군분투기가 이번에야말로 빛을 발할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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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