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닥터 김사부3'가 막을 내린다. 배우 이경영의 캐스팅 논란과 '닥터 차정숙'과의 비교 속에도 지켜낸 '의학 드라마'의 본질이 끝까지 울림을 남긴다.
SBS 금토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3(극본 강은경, 연출 유인식, 약칭 김사부3)'가 17일 방송되는 16회(마지막 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지난 15회에서는 돌담병원 외상센터가 잿더미가 되는 사고와 김사부 부용주(한석규 분)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 수 없는 드라마의 퇴장이 유독 아쉬워지는 대목이다.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는 지난 2016년 11월 첫 시즌으로 포문을 열었다. 지방의 초라한 병원 돌담 병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 트리플 보드라는 전설적인 실력의 낭만닥터 부용주를 중심으로 '진짜 의사'의 가치를 조명한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작부터 큰 울림을 남겼다. 배우 유연석과 서현진이 각각 강동주, 윤서정 역을 맡아 부용주의 제자이자 진짜 의사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활약했다. 이에 힘입어 작품은 최고 시청률 27.6%를 기록했고, 한석규는 그해 S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당초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즌제로 기획되진 않았다. 그러나 화려한 성적과 인기 속에 시즌2 제작이 결정됐다. 3년 여 만인 2020년 1월 돌아온 시즌2에서는 유연석과 서현진이 빠지고 배우 안효섭과 이성경이 서우진과 차은재 역으로 새롭게 등장했다. 이 때부터는 김사부는 물론 '돌담병원'이라는 의사들의 공간이 부각됐다. 정인수(윤나무 분), 오명심(진경 분), 장기태(임원희 분), 남도일(변우민 분), 박은탁(김민재 분)에 더해 윤아름(소주연 분), 배문정(신동욱 분), 박민국(김주헌 분) 등 새로운 돌담병원의 멤버들이 등장해 연기 구멍 없는 열연을 보여줬다. 역시 27.1%를 기록하며 화려한 성적을 거둔 '낭만닥터 김사부2'는 시청자들에게 타이틀롤 한석규를 넘어 돌담병원이라는 낭만닥터들로 가득한 배경을 시청자에게 각인시켰다.
그리고 코로나19 시국을 딛고 다시 3년 여 만에 돌아온 '낭만닥터 김사부3'. 드라마는 이번 시즌에는 의사들의 대립을 통해 의료계와 대중이 대치 중인 사회 현안을 부각시켰다. 시즌1에서는 김사부 같은 실력과 인류애를 잃은 의사들에 대한 경종을 울렸고, 시즌2에서는 사람을 살리는 일에 있어 의사 한 명이 아닌 병원 구성원들의 노력을 조명했다면 시즌3에서는 의료계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자체를 전면에 내세웠다.
실제 시즌3 방송에 앞서 한국에서는 사회적으로 의료계에 대한 현안들이 산적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의료인력 부족에 대한 심각성이 대두됐다. 그 대안으로 의대생 정원 확대가 거론됐다. 그러나 의료계는 건강보험료 인상이나 의료수가 조정 같은 실질적인 재정 마련 대안이 없음에 반대했다. 이에 의사들의 파업과 의대생들의 대규모 시위가 있었고, 최근에는 소아과 폐과 선언까지 이어졌다.
이에 의사라는 자부심과 사회의 냉담한 시선에 반발심을 가진 의료계 권위자 차진만(이경영 분)이 시즌3 새로운 빌런으로 등장했다. 방송에 앞서 공개된 캐스팅 라인업에서는 과거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가 인정돼 사회봉사를 이행하고 손해배상금까지 지급한 이경영의 출연을 두고 거센 반대 여론이 일기도 했다. '진짜 닥터'라는 이상적인 의사들의 공간처럼 묘사되는 돌담병원에 이경영의 전력은 계속해서 괴리감을 남기기도 했으나 그가 핵심 악역으로 김사부와 대립각을 세웠다는 점에서 다소 희석됐다.
무엇보다 이경영의 캐스팅을 떠나 '김사부VS차진만'을 통해 간결한 메시지 전달을 보여준 강은경 작가의 구성이 빛을 발했다. 의료계를 둘러싼 사회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김사부라는 실력과 인류애로만 똘똘 뭉친 듯한 타이틀롤은 현실감을 잃었다. 드라마 한 편으로는 덮어씌울 수 없을 정도로 의료계에 편견과 반감이 팽배해졌고 이에 대한 반사효과로 존경과 인정을 잃었다는 의료계의 박탈감도 실재했다. 이에 차진만과 김사부의 대립구도는 그 자체로 '김사부3'에서도 현실에서도 대중과 의료계의 갈등 국면을 나타냈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작품 핵심 줄거리에 서우진(안효섭 분)과 차은재(이성경 분), 박은탁과 윤아름의 로맨스가 긴장감 해소를 위해 활약했다. 결코 가벼워질 수 없는 메시지에 작품은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냈으나, 청춘남녀들의 로맨스와 낭만이 느슨함을 더해주며 편안한 감상을 도왔다. 돌담병원이라는 작중 배경이 사랑스러운 낭만적인 공간으로 남을 수 있던 이유이기도 했다.
물론 세 시즌이나 반복된 의사들의 로맨스,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는 굵직한 메시지와 완급조절에 공을 들여야 할 정도로 신선함을 잃기도 했다. 시즌1 이후 햇수로만 7년, 그 사이 달라진 시청 패턴이나 전보다 더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라며 가벼운 이야기에 열광하는 대중의 성향 등은 '김사부3'의 장애물이었다. JTBC 드라마 '닥터 차정숙'이 경쟁작으로 부상한 바. 시즌1, 2와 같은 27%가 넘어선 화려한 성적은 애초에 달성하기 힘든 과제인 듯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사부3'는 '낭만닥터 김사부' 시리즈의 최종장으로 공들인 작품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시리즈 내내 '의학 드라마'라는 본질을 잊지 않고 장르적 매력, 따뜻한 휴머니즘, 로맨스의 설렘 모두를 잃지 않고 챙겼다는 점이 감탄을 자아낸다.
시리즈 출범을 알린 '낭만닥터 김사부' 첫 시즌 제작발표회에서 한석규는 '낭만'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목적이 수단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연기를 하는 게 배우의 목적이고 스타가 되기 위해 배우를 하지 않으며, 사람을 살리는 게 의사의 목적이고 병원장 같은 지위를 노리고 의사를 하는 게 아니라는 그의 설명은 작품의 낭만을 보여줬다. 시즌3에서도 마찬가지, '낭만닥터 김사부3'는 '진짜 의사들의 이야기'라는 작품의 목적을 잊지 않고 달려왔다. 끝까지 자신들의 낭만을 잃지 않은 이 드라마의 피날레에 박수를 보낸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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