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뿅 지구오락실’, ‘’혜미리예채파’, 댄스가수 유랑단’, ‘사이렌: 불의 섬’ 등, 최근 방송가에는 여성 출연자들로만 구성된, 여성을 내세운 예능 프로그램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대세의 흐름은 방송가 뿐만이 아닌 ‘웹예능’계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과거 예능가에 등장하는 여성 개그맨들의 쓰임은 매우 한정적이었다. 여성 개그맨들은 다소 떨어지는 얼굴을 가지고 있다면 ‘못생긴 여자’로 활용되어 웃음소재로 전락되었고, 예쁜 외모를 가지고 있다면 ‘예쁜 여자’로 등장해 말 그대로 남성 개그맨의 ‘꽃병풍’ 신세에 지나지 못했다.
물론 외모의 소재를 떠나 여성 개그맨들의 입담으로 인기를 얻은 예능들도 있었다. 과거 ‘여걸파이브’를 시작으로 ‘무한걸스’, ‘비디오스타’, ‘밥블레스유’ 등이 있었으나 약 15년간 손에 꼽을 정도로 극히 일부였고, 공중파 채널 속 표현의 한계와 좁은 기회로 인해 특정 캐릭터를 대중들에게 고루 각인시킬 수 있었던 여성 개그맨의 수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몇년간 OTT 플랫폼과 유튜브 콘텐츠의 확대로 인해 남녀 할 것 없이 공채 출신 개그맨들이 활력을 찾기 시작했다. 공중파에서 공개 코미디가 사라진 이후, 개그맨들은 펼치지 못했던 끼를 개인 채널을 통해 제약 없이 마음껏 펼칠 수 있었고, 이 과정에서 여성 개그맨들의 활약도 함께 두드러졌다.
시작은 2005년, 그 시대 Y2K 감성을 살린 ‘길은지’ 이은지, 현실감 있는 누군가의 ‘누나’, 혹은 ‘여자친구’ 등의 모습을 실감 나게 연기한 ‘엄지렐라’ 엄지윤과 신도시에 사는 젊은 엄마의 모습을 그려낸 ‘서준맘’ 박세미였다. 세 사람은 유튜브 콘텐츠를 기반으로 인기를 얻은 ‘부캐릭터’를 이용해 각종 공중파 출연까지 성공하며 ‘대세’ 방송인으로까지 떠올랐다.
이제 막 주목을 받고 있는 여성 개그맨들도 넘쳐난다. 각종 다이어트 콘텐츠를 진행 중인 ‘일주어터’ 김주연, 인터넷 방송 여성 BJ를 패러디한 ‘리리코’ 김리안, 여성들의 소소한 ‘찐친’ 일상을 리얼하게 담은 ‘쉬케치’ 박소라, 황정혜는 물론, 술자리에 모인 여성들의 적나라한 모습을 담은 ‘폭스클럽’ 허미진, 한지원, 김지유, ‘유부녀’ 캐릭터를 십분 활용한 다양한 홍예슬 등, 다양한 캐릭터를 표현한 이들이 시청자들의 공감과 더불어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1990년 KBS 코미디 대상에서 김미화가 대상을 받은 이후, 2018년 이영자가 다시 연예대상을 받기까지 28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간 수많은 여성 예능인이 있었지만, ‘꽃병풍’으로 조차 등장할 기회를 잃고 사라지기도 했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다. 예쁘거나, 예쁘지 않거나, 마르거나, 뚱뚱한 것이 전부가 아닌,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제약 없이 표현할 수 있게 됐다. 마침내 스스로 설자리를 만들어낸 여성 개그맨들이 펼쳐낼 꽃길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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