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갈등 다음은 섹스리스일까. 공중파와 케이블을 막론하고 섹스리스 부부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과거 ‘애로부부’,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등에 출연했던 부부들이 상담을 받으면서 ‘섹스 리스’를 고백한 것과 더불어 최근에는 ‘섹스리스 부부’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도 등장했다.
먼저 지난달 방송된 SBS플러스 ‘당신의 결혼은 안녕하십니까’에서는 3기 부부에서 처음으로 섹스 리스 ‘파랑 부부’가 등장했다. 파랑 부부의 고민은 남편이 부부관계를 거부하고 있다는 것. 파랑 아내는 “결혼식 이후 부부관계 횟수가 10번 이하다”라고 털어놨고, 상담 끝에 파랑 남편은 “예전에 아내랑 관계를 맺었을 때 아내한테 ‘나 임신한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다. 임신은 아니었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우린 딩크족이고, (자녀 계획이) 안된 상태에서 그런 일이 터지니 잘 안되더라”고 솔직히 고백했다.
다음으로 등장한 ‘섹스리스’ 부부는 홍승범♥︎권영경이었다. 두 사람은 ‘오은영 리포트-결혼 지옥’에 출연해 홍승범이 교통사고를 당한 뒤부터 7년간 부부관계가 없었다고 말했다. 고민을 나누는 과정에서 홍승범은 부부 관계를 하다가 장인어른이 들어온 적이 있다고 고백해 충격을 안겼다. 그는 “부부관계를 하다가 장인어른이 확 들어온 적이 있다. 딸 방과 가깝기도 하고 한번은 강아지들과 살 때도 저희가 관계할 때 강아지 세 마리가 사이에 들어와서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고 부부관계가 어려운 환경적 요인을 언급하기도 했다.
섹스리스 부부들의 고민을 나누는 자리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난 19일 첫 방송된 MBN ‘쉬는 부부’는 본격적으로 섹스리스 부부들을 모았다. 다양한 사회적, 개인적 이유로 ‘섹스리스’로 사는 대한민국 부부들에게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부부 관계 솔루션’을 제안하며 공감을 유발하는 신개념 토크쇼라는 것.
1회 방송 역시 파격적인 토크가 이어졌다. 신동엽은 “다양한 이유로 관계를 쉬는 부부들이 있다”면서 한채아에게 “언제까지 쉬었냐”고 물었다. 또한 김새롬에게는 “사실 어떻게 보면 싱글일 때가 제일 바쁘다”고 질문을 던졌고, 김새롬은 “저는 공식적인 입장이 없으니까 무조건 쉰다”고 자연스럽게 답변을 이어갔다. 완곡한 표현으로 돌려이야기하고 있지만, 원론적으로 출연진의 관계 여부를 묻고 있는 상황이었다.
여기에 결혼 1년차 개그맨 정찬민♥︎배우 임수현 부부는 ‘안돼요’, ‘콜택시’라는 별명으로 참여했다. 임수현은 “언제든 갈 준비가 돼 있는데 부르질 않는다”라면서 자신의 별명을 ‘콜택시’라고 정한 이유를 밝혔고, 정찬민은 아내가 스킨십을 하고 싶다고 표현할 때마다 ‘안돼요’라고 했던 게 부부관계를 쉬게 되는 것으로 이어진 것 같다면서 자신의 별명의 이유를 알렸다.
또한 ‘8282’, ‘돼지토끼’라는 별명으로 유튜버 무철부부가 등장했고, 아내는 “저는 2013년에 첫째를 낳았는데 자연 출산이 유행이었다. 그걸 보고 나서 남편이 이제 엄마구나, 경이롭고 소중하면서도 이제 여자보다는 엄마구나라는 생각이 더 컸다고 한다. 남편이 그걸 보고 나서 생각이 많이 바뀐 것 같다”고 섹스 리스의 이유를 전했다.
이렇듯 다수의 부부들이 방송에 출연해 섹스리스의 이유를 고백하고, 이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다만 공중파와 케이블을 가리지 않고 등장하는 소재에 시청자들의 피로감도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시청자들의 반응도 갈린다.
‘섹스 리스’라는 참신한 소재와 함께 공감대를 일으키는 예능에 만족을 표하는 시청자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부부관계’를 주제로 하는 만큼 19금 소재와 선정적 콘텐츠 사이에서 정확한 선이 없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특히나 넘쳐나는 부부 예능 속 갈등 소재를 찾다 못해 나온 아이템이 섹스 리스가 아닌가하는 의문도 있다. 부부의 사생활을 알다못해 이제 남의 집 섹스 리스까지 티비로 봐야하는가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해야할 부분이다.
뿐만 아니라 방송에서도 부부관계를 언급하며 19금의 선을 어떻게 지켜야할지 더욱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함께 등장하는 패널들의 멘트 하나하나도 중요하다. 섹스 리스가 최근 연달아 등장하면서 공감보다는 자극적인 소재로 변질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 ‘부부 상담’을 핑계로 ‘섹스 리스’라는 부부의 단골 고민 소재가 선정적인 타이틀로 변화하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cykim@osen.co.kr
[사진] 방송 캡처, 방송 프로그램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