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간 동성애는 너무 과했던 것일까. 임성한 작가의 신작 '아씨두리안'이 단 2회만에 시청률 하락세를 그리며 위기를 맞았다. 시청률부터 OTT 랭킹까지 다잡은 김은희 작가의 '악귀'와는 희비가 교차되는 행보다.
지난 23일과 24일, SBS 새 금토드라마 '악귀'와 TV조선 새 토일드라마 '아씨두리안'이 나란히 첫 방송됐다. '장르물계 대모'라 불리는 김은희 작가의 신작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드라마.
첫 방송부터 한국형 오컬트를 적절히 활용한 세계관으로 몰입감 있는 전개를 펼친 '악귀'는 1회 시청률 9.9%(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를 기록하며 단숨에 동시간대 1위로 자리잡았다. 김태리(구산영 역)의 섬뜩한 '악귀 들린' 연기, 오정세(염해상 역)의 강렬한 연기변신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열연 역시 시청률 견인의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더군다나 '악귀'는 단 2회만에 시청률 10%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토요일의 경우 동시간대 무려 다섯 작품이 맞붙는 상황에서도 '악귀'는 오히려 시청률이 상승하는 기염을 토했다. '악귀' 제작발표회 당시 이정림 감독이 했던 "1, 2부 합쳐서 시청률 20% 정도로 예상했다"는 말이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음을 증명한 셈이다.
TV 시청률 뿐 아니라 OTT 플랫폼에서도 '악귀'의 저력이 돋보였다.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악귀'는 지난 26일 기준 디즈니+ 한국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웨이브에서도 공개와 동시에 시청량으로 드라마 부문 1위를 기록했으며, 신규 유료 가입자들의 최다 선택을 받은 작품으로 등극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오는 30일 방송되는 3회에서는 김태리와 오정세의 공조가 예고됐다. 작품 전개를 위해 포석을 놓는 단계를 거쳐, 악귀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두 사람의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되는 만큼 '악귀'의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 반면, '아씨두리안'은 방송 첫 주부터 삐걱이며 순탄치 않은 행보를 예감케 했다. '막장계 대모'라 불리는 임성한 작가의 신작임에도, 그 명성이 무색하게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거둔 것.
'아씨두리안'은 조선시대 양반집의 두 여인이 시간 여행을 통해 2023년 현재의 남자들과 얽히게 되는 판타지 멜로드라마다. 첫 방송을 앞두고 공개된 예고편에서 "어머님 사랑해요", "며느리로서가 아니라 여자로서요"라는 파격적인 대사가 등장해 뜨거운 관심을 모았던 '아씨두리안'은 1회부터 '고부 동성애'와 '타임슬립' 스토리가 어우러진 전개로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하지만 이런 파격 소재가 오히려 독이 됐던 것일까. 첫 방송에서 4.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라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거둔 '아씨두리안'은 2회만에 3.4%로 시청률 하락세를 그리며 위기를 예고했다. 종편채널이라는 리스크를 감안하더라도, 전작인 '결혼작사 이혼작곡 3'가 4.9%로 시작해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며 16.6%로 유종의 미를 거뒀던 바. 단 2회만에 시청률이 3%대까지 하락한 것은 임성한 작가에게 있어서도 이례적인 상황이다.
그간 임성한 작가는 빙의, 유체이탈, 사후세계 등 독특한 소재와 예측 불가 전개로 시청자들의 뒷통수를 얼얼하게 만들어 왔다. 중요한 것은 이런 파격적인 스토리들이 시청자들의 흥미를 자극하며 매번 높은 시청률을 기록해 왔다는 것. 자연스레 상식을 뛰넘은 소재와 전개가 임성한 작가만의 아이덴티티로 자리매김하며 그를 '흥행 보증수표', '막장계 대모' 자리에 올려놓는 역할을 했다.
다만 '아씨두리안'에서는 이런 임성한 작가의 아이덴티티가 제대로 작용하지 못한 모양새다. 고부간 동성애라는 키워드가 궁금증을 자극하기도 했지만, 도리어 일부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안기는 요소로 작용한 것. 아무리 대중들이 막장에 끌린다 하더라도 너무 자극만을 좇는 듯한 전개에 실망을 표하는 반응도 이어졌다. 박주미, 전노민, 윤해영, 지영산 등 임성한 작가의 전작 '결혼작사 이혼작곡'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다수 출연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뒤따랐다.
이와 관련해 '아씨두리안' 측은 "1, 2회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드라마에 대한 소개라고 볼 수 있다"며 "본격적인 피비(임성한)표 최초 판타지 멜로 드라마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아씨두리안' 3, 4회에서는 더욱 흥미진진하고 짜릿한 내용이 전개된다.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과연 '아씨두리안'이 시청률 3%대의 위기에서 벗어나 임성한 작가 최대의 흥행 실패작이라는 불명예를 피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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