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이 없었다”고 배우 김선호의 캐스팅에 대해 말했던 박훈정 감독의 판단은 통했다. 김선호는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며 배우로서의 스펙트럼을 넓혔고, 박훈정 감독은 그런 김선호를 알아보고 신뢰한 감독으로 조명됐다.
영화 ‘귀공자’(제작: (주)영화사 금월, 제공/공동제작: (주)스튜디오앤뉴, 공동제공/배급: NEW, 각본/감독: 박훈정)는 필리핀 불법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앞에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김선호)를 비롯한 각기 다른 목적을 지닌 세력들이 나타나 광기의 추격을 펼치는 이야기다.
지난 21일 개봉한 ‘귀공자’는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 ‘신세계’, ‘대호’, ‘브이아이피’, ‘마녀’ 등을 연출한 박훈정 감독의 작품이면서, 배우 김선호의 악역 도전기로 주목을 받았다.
사실, ‘귀공자’는 그 이전부터 주목을 받았다. ‘슬픈열대’라는 제목으로 시작한 ‘귀공자’는 ‘갯마을 차차차’로 떠오르던 김선호를 캐스팅했는데, 김선호의 사생활 논란이 불거지면서 그를 품은 유일한 작품이 됐다.
박훈정 감독이라고 고민은 없었을까. 그는 30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OSEN과 만나 가진 인터뷰에서 김선호 캐스팅에 대해 “시나리오를 쓸 때 특정 배우를 염두하진 않고 다 쓴 뒤에 맞는 배우를 찾는 편이다. 그리고 1순위로 캐스팅을 하고 나면 그 다음은 없는 편이다”라며 캐스팅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박훈정 감독은 “이번에도 그랬다. 캐스팅을 하고 나서 배우의 사생활 이슈가 생겼는데, 다른 작품에서 하차를 시켰지만 아무리 찾아도 대안이 없었다. 이미 캐스팅이 된 후에는 김선호라는 배우에 다 맞춰져 있었고, 지켜보자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주변에서 다른 작품에서 하차시켰으니 이제는 결심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했다. 그런데 나는 우유부단해서 결심을 빨리 하지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다면 왜 김선호여야만 했을까. ‘귀공자’ 전까지 영화에서 크게 활약을 한 적이 없고, 악역의 이미지도 아니었기에 궁금증이 커졌다. 박훈정 감독은 “캐스팅하는 과정에서 후보가 되는 배우들의 작품을 쭉 보는 편이다. 그때 김선호의 전작들을 봤는데, ‘귀공자’와 안 맞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나는 괜찮을 것 같았다”며 “다른 분들이 볼 때는 모르겠지만 악역의 느낌이 있었다. 그런 얼굴을 아직 아무도 쓰지 않았으니 내가 먼저 써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효과는 상당했고, 기대는 그 이상이었다. 박훈정 감독은 “스크린을 장악하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지간한 배우로서의 에너지로는 버겁다. 그런데 김선호는 생각 이상으로 잘했다. 본인도 영화가 거의 처음이라 동경의 마음도 있지만 두려움도 있었을텐데 영화를 몇 편 찍었던 친구처럼 노련했다.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 싶었다”고 이야기했다.
박훈정 감독은 차기작 ‘폭군’에서도 김선호와 호흡을 맞춘다. 또한 ‘귀공자’ 시즌2에 대해서도 이야기도 나눴을 정도. 박훈정 감독은 “‘귀공자’ 캐릭터가 너무 좋았다. 내가 쓰고 만들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배우가 잘 해줬기 때문에 플러스 알파가 되어서 매력적으로 나왔다”며 “김선호가 ‘귀공자는 어떤 삶을 살아왔어요’라는 궁금증을 가지고 있었는데, 잘되면 풀어준다고 했다. 캐릭터가 아까우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를 우리끼리 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