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웃기면 죽을 죄? 스타들 괴롭히는 '하차' 압박[Oh!쎈 초점]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3.07.03 18: 03

"하차청원 운동이 있었다. 내가 술을 원래 못 마시는데 그때부터 마시기 시작했다."
코요태 김종민이 '1박 2일' 시즌1 출연 당시 하차 압박으로 고통에 시달렸던 경험담을 털어놨다. 이미 10년도 지난 일이었지만, 김종민은 여전히 "그 당시 멤버들한테 트라우마가 있다"고 밝혀 당시 연출을 맡았던 나영석PD까지 충격을 표했다.
김종민은 지난 2007년 8월 첫 방송된 '1박 2일 시즌1' 원년멤버로 함께하던 중 군 입대를 이유로 같은해 11월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윽고 2009년 12월 군 복무를 마치고 소집 해제된 김종민은 곧바로 '1박 2일'에 복귀했지만,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김종민의 하차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김종민의 예능감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일부 시청자들은 서명운동까지 벌일 정도로 김종민의 하차를 강하게 요구했지만, 제작진은 "김종민의 하차는 없다"고 못을 박았다.

이후 김종민은 서서히 예능감을 회복하며 프로그램에 적응하는 듯 했지만, 지난달 공개된 '채널 십오야' 영상에서 그는 "난 시즌1때 적응을 한 적이 없다. 군대갔다 돌아오고 나서는 그냥 참고 노력했다"고 힘들었던 당시 상황을 털어놔 놀라움을 안겼다.
김종민은 "(하차청원이) 엄청난 충격이었나보다 나한테. 이상하게 그 당시 멤버들한테 트라우마가 있다. 아직도 촬영장 딱 가면 약간 공황? 이상한 기운 같은게 있다. 그러다 보면 자꾸 이상한 얘기를 하고 흐름에 맞지 않는 이상한짓, 행동을 한다"며 "그때는 위기라는게 아니라 아예 그냥 멘붕이었다. 뭐 어떻게 해야되지? 싶었다. 내 생각대로 안 되는 것도 안 되는거지만 관심이 너무 많았다 사람들이. 청원 운동을 처음 겪어봤다. 하차청원 운동이 있었다. 내가 술을 원래 못 마시는데 그때부터 마시기 시작했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이처럼 방송 능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쏟아지는 악플이나, 하차 압박은 꾸준히 방송인들을 괴롭혀 왔다. 최근에도 SBS '런닝맨'에 출연 중인 배우 송지효의 방송 태도를 문제삼은 시청자들의 하차 요구가 빗발쳤던 바. 그동안 송지효는 대담한 모습으로 게임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이며 '에이스' 칭호를 얻었지만, '런닝맨'에서 토크 비중이 높아지면서 그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것이 하차를 요구하는 일부 시청자들의 주장이었다.
뿐만아니라 최근 방송에서 송지효의 태도가 무성의 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다만 일각에서는 송지효가 초창기부터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는 '멍지효' 캐릭터를 유지해 왔으며,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성을 살리지 못한 제작진의 문제라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런닝맨'에서는 송지효에 앞서 전소민도 심각한 악플로 피해를 입었던 바 있다. 지난 2017년 '런닝맨'에 처음 합류했던 전소민은 이후 꾸준히 '런닝맨' 공식 유튜브 댓글 등을 통해 "하차하라"는 일부 시청자들의 악플에 시달려왔다. 이로 인해 결국 지난 2020년 '런닝맨' 제작진은 "출연자에 대한 무분별한 욕설과 과도한 비방, 사칭 등 악성댓글로 인해 시청자 게시판을 비공개로 전환한다"며 시청자 게시판을 폐쇄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전소민의 동생이자 피트니스 모델은 전욱민은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이런 것 너무 많이 온다"며 악플러에게 받은 DM을 공개하기도 했다. 악플러는 "전소민은 매일 '런닝맨'에 있다. 온 가족이 저주를 받는다. 전소민을 '런닝맨'에서 퇴장시키거나 가족이 매일 저주를 받도록 해라"라며 도 넘은 악성 메시지를 여러 차례 보냈다.
지난해에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 출연 중이던 개그우먼 박슬기가 한 시청자로부터 "이제 '골때녀'에서 하차하심이 어떨까요? 계속 아슬하게 지는 게 본인 탓인 것 같은데", "제발 '골때녀'에서 사라져 주세요. 그래야 원더우먼이 더 잘하고 더 많이 이겨요"라는 악성 DM을 받은 사실을 알려 공분을 샀다.
당시 그는 "저도 열심히 연습 참여하고 경기 때도 승리를 위해 구장 안팎으로 최선 다했습니다. 다음날 몸이 쑤셔야 하는데 목이 쉬는 건 저도 참 안타까운 부분이에요. 그렇기에 DM으로 하차를 생각해보란 의견도 깊이 통감합니다"라는 심경글을 올리기도 했다.
방송을 업으로 삼는 방송인에게 있어 방송을 '잘' 하는 것은 당연히 요구되는 사항이다. 더군다나 부적절한 언행으로 시청자의 불쾌감을 유발하거나, 방송의 취지와 맞지 않는 방향성으로 방송 전체에 해를 끼친다면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단순히 사소한 행동에 의미를 부여해 태도를 문제삼거나,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적응을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이유로 출연진을 몰아세우고 도 넘은 악플을 남기는 것은 지양할 필요가 있다.
물론 몇몇 경우를 제외하고 이 같은 하차 청원의 대부분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에 기반한 것임을 모르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애청자라면 방송을 이끌어나가는 출연진들을 존중하고, 적절한 비평은 하되 그들의 부족함을 과도하게 헐뜯지 않는 것이야 말로 진정으로 프로그램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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