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신료 받아 일본에서 가요대축제…공영 방송의 착각 [Oh!쎈 초점]
OSEN 장우영 기자
발행 2023.08.01 21: 35

국내 팬들을 설득하지 못하고, 일본 팬들도 의아해 하는 ‘KBS 가요대축제’ 일본 개최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1일 KBS 측 관계자는 OSEN에 “(‘2023 KBS 가요대축제’ 일본, 한국 개최에 대해서)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KBS 가요대축제’ 일본 개최 이야기가 나온 건 지난 6월. 매년 연말 진행하는 ‘가요대축제’를 일본 사이타마현 토코로와지시에 위치한 베루나 돔(세이부 돔)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팬들은 발칵 뒤집혔다.

16일 오후 서울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2022 KBS 가요대축제:Y2K’ 레드카펫 행사가 진행됐다.김신영, 나인우, 장원영이 무대 위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12.16 /rumi@osen.co.kr

KBS 측이 “일본 공연은 아직 검토 단계다.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공식입장을 밝혔지만, 공영 방송의 연말 행사를 일본에서 진행한다는 것 자체에 시청자들이 분노했다. KBS 시청자 센터 게시판 내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가요대축제 일본 반대’라는 제목의 청원에는 반나절도 되지 않아 100명이 넘는 시청자들이 ‘동의’하며 분노의 크기를 짐작케 했다.
KBS 측은 “KBS는 ‘뮤직뱅크’와 ‘뮤직뱅크 월드투어’를 통해 K-POP 한류 확산에 기여하고 새로운 한류 스타를 소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지난 몇 년 간의 팬데믹으로 막혀있던 K-POP 해외 공연이 가능해지면서 우리나라 가수들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글로벌 팬들의 요청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KBS는 이에 부응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도 멕시코, 일본 등 ‘뮤직뱅크 월드투어’를 지속적으로 계획 중”이라고 답을 밝혔다.
특히 KBS 측은 “기존의 ‘KBS 가요대축제’를 전 세계인을 대상으로 하는 ‘뮤직뱅크 월드투어- 글로벌 페스티벌 (가제)’로 확대하여 국내와 해외에서 함께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로써 우리 문화의 우수성과 파급력을 세계에 알림과 동시에 국내 팬들을 위한 더욱 풍성한 K-POP 프로그램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일본 개최에 대한 설득으로는 부족했다. 시청자의 수신료를 통해 운영되는 ‘공영 방송’ KBS가 연말 최대 축제 중 하나인 ‘가요대축제’를 일본에서 연다는 것 만으로도 분노를 일으켰다.
국내 시청자들은 “KBS는 공영방송사인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일본에서 연말 무대를 진행하겠다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NHK 한국지부냐” 등의 비판을 쏟아냈다. 이는 일본인들도 마찬가지였다. 일본인들도 일본 내 연말 최대 축제 중 하나인 ‘홍백가합전’이 한국에서 개최되는 것과 같다면서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시청자들의 뭇매를 맞은 지 약 한 달이 지난 가운데 KBS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이 드러났다. 12월 9일 일본에서 개최를 하고, 12월 16일 한국에서 다시 한 번 개최하겠다는 내용이다. KBS 측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으나, ‘일본 개최’를 놓지 못하는 모양새로 또 한 번 뭇매를 맞았다.
‘K팝의 글로벌화에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일본 개최’를 못 놓는 이유로는 ‘수익’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미국, 중국 등과 함께 K팝 소비가 가장 큰 시장 중 하나인 일본인 만큼 일본 개최를 통해 수익을 도모하겠다는 것. 글로벌화에 기여하겠다면 K팝을 자주 접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개최해도 되겠지만, 그 첫걸음으로 ‘일본’을 꼽는다는 건 수익성을 고려했다는 부분을 간과할 수 없다.
‘공영방송의 연말 행사 일본 개최’라는 점만으로도 이미 많은 국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청자들의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 방송’인 만큼 좀 더 책임감 있는 선택이 요구된다. /elnino8919@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