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가 ‘조선체육회’로 2달 만에 초고속 컴백을 알렸다. 주요 출연진은 전현무부터 이천수, 허재, 김병현, 조정식으로 2명의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과 축구, 농구, 야구계 레전드 스타 3인 조합이다.
‘조선체육회’는 오는 9월 개막하는 2023 항저우 아시안게임 중계를 확정한 TV조선이 선보이는 스포츠 예능프로그램으로, 현역 시절 사고 좀 쳤던 전설의 스타들이 모여 국가대항전 해설, 취재, 홍보, 응원 등의 업무를 펼치는 방송이다.
허재는 ‘현역시절 사고 좀 쳤던 전설의 스타’ 중 한 명으로 ‘조선체육회’에 출연하게 됐다. 근데, 정말 허재가 ‘현역시절’에만 사고를 쳤을까.
허재는 지난 6월 데이원 사태의 책임자로서 프로농구계에서 영구 퇴출됐다. 정확히 따지면, 허재는 앞으로 농구 지도나 구단 대표, 협회 임원 등 프로농구와 관련된 역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됐다. KBL로부터 지난 6월 20일 ‘구성원 등록 불허’ 징계를 받았기 때문.
허재가 이런 중징계(?)를 받은 이유는 간단하다. 지난해 8월 오리온 구단을 인수한 데이원은 가입비 15억을 제때 내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선수단과 사무국 직원, 경기 운영 인력의 임금을 체불하고, 구단 인수대금을 미납하는 등 각종 문제를 일으켰다.
대표를 맡은 허재는 이러한 구단의 자금 사정에 “나를 보고 믿어달라”는 말만 되풀이한 채 결국 후배들을 곤란한 상황으로 내몰았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쓴 허재의 노력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선수단이 피해를 본 건 분명하다. 그렇기 때문에 결국 데이원은 KBL로부터 제명당했고, ‘농구대통령’ 허재를 프로농구계에서 영구 퇴출하게 됐다.
지난 6월 20일 제명, 8월 4일 복귀. ‘조선체육회’는 허재를 ‘농구대통령’의 이름으로 섭외했다. 그러나 허재가 갖고 있는 또 다른 이름은 ‘농구계 영구퇴출’이다. 두 키워드는 우습게도 극과 극으로 충돌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말 허재와 ‘조선체육회’가 자유로울 수 있을까. 또, 허재가 ‘농구’를 대표하는 인물로 나오는 게 정말 맞을까.
이와 관련해 연출을 맡은 이승훈 PD는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한 일문일답으로 허재를 섭외한 이유를 간접 언급했다. ‘스포츠예능국장 전현무가 이끄는 ‘조선체육회’ 멤버들에게는 어떤 기대를 하고 있으신가요?’라는 질문에 이 PD는 “전현무와 조정식, 현역 시절에 ‘욱’하는 성질로 사고 좀 쳐봤던 레전드 스포츠 스타들 허재, 김병현, 이천수가 모였다. 이들은 쉽게 볼 수 없는 레전드들의 만남과 함께, 발 넓은 인맥을 활용해 여러 종목의 선수를 섭외하고 다양한 스토리와 케미스트리를 이끌어 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답했다.
다시 고민에 빠진다. ‘농구계 영구 퇴출’ 징계를 받은 허재가 ‘농구계의 얼굴’로, 발 넓은 인맥을 활용해 여러 종목의 선수를 섭외해 다양한 스토리와 케미를 보여주는 게 맞을까. 그걸 보는 게 진짜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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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OSEN DB, 방송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