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는 말, 적어도 '롤스로이스 인도 돌진 사건'을 보면 ‘갱생 예능’이 도움이 되나 싶을 정도다.
A씨는 지난 2일 오후 8시 1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에서 롤스로이스 SUV 차량을 몰다 인도로 돌진해 20대 여성 행인 1명을 들이받았다. 피해 여성은 양다리가 골절되고 머리와 복부를 크게 다치는 등 중상을 입었고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은 걸로 알려졌다.
현행범으로 체포된 A씨는 체포 후 실시한 마약 간이 검사에서 소위 ‘클럽 마약’으로 불리는 케타민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에 대해 그는 “지난달 31일 수술을 받았고 의사에게 처방 받은 주사액에 케타민 성분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등을 하지 않고 그대로 석방했다.
그런데 온라인을 중심으로 A씨의 과거가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 A씨가 과거 비행청소년 미화 논란에 휩싸였던 SBS ‘송포유’에 출연했다는 주장이 들리는 것. A씨와 방송사 측의 확인이 어려운 현 상황에서 진위 여부는 추후 경찰 조사 발표를 통해 볅혀지겠지만 이미 누리꾼들의 추측은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2013년 9월, 3부작으로 전파를 탄 ‘송포유’는 비행청소년을 음악으로 감화한다는 취지의 공익성 예능 프로그램이다. 이른바 문제 학생들이 많다는 오명 아닌 오명을 쓰고 있는 몇몇 고등학교의 청소년들을 데리고 이승철과 엄정화가 합창 배틀을 붙는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송포유’는 거창한 기획의도와 달리 초라한 결과를 초래했다. 명색이 비행청소년 갱생 예능을 꾀하면서 청소년 지도 전문가가 없었고 비행 청소년 인식 개선 캠페인의 문제, 죄의 경시 등의 지적이 쏟아졌다. 특히 온몸을 문신으로 도배한 비행 청소년들이 그대로 등장해 시청자들에게 불편함을 안겼다.
학생들이 과거 폭행 사실을 무용담처럼 얘기하는가 하면 거칠게 욕설을 내뱉는 평소 행동이 가감없이 담겨 위화감 조성 비난도 컸다. 무엇보다 해당 청소년들에게 피해를 입은 학생들과 가족들이 2차 가해라며 분노해 제작진으로서는 거듭된 논란에 사과하고 해명하기 바빴다.
심지어 A고 일부 학생들은 폴란드 합창대회에 참가했다가 클럽에 출입했고 술을 마신 인증샷까지 남겨 보는 이들의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 당시 제작진은 "폴란드에 21명의 학생이 갔는데 제작진이 나름대로 철저하게 관리를 했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저희의 실수였다"고 문제를 인정했다.
물론 방송에선 일부 아이들이 변하는(?) 그림이 담기기도 했다. 거칠기만 했던 아이들이 스스로 연습에 참여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혹시?’ 싶은 감동을 안겼다. 이에 제작진은 스스로 기획의도를 잘 살렸다며 뿌듯해 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송포유’는 3회로 급히 마무리 되며 방송계 흑역사 아닌 흑역사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 ‘송포유’ 출연자가 성인이 돼서도 엄청난 범죄를 저질렀다는 게 확실시 되면 '갱생 예능'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절로 들 수밖에 없다. 비행청소년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이들의 변화라는 억지 연출이 ‘짜고 치는 고스톱’ 혹은 어른들의 욕심처럼 보이기도.
‘송포유’의 기획 의도는 꿈이 없어 방황하는 학생들이 합창단을 통해 변화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는데 '롤스로이스 인도 돌진 사건' 가해자가 출연자 한 명이 진짜 맞다면 허탈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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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송포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