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연진 명단에도 없던 방탄소년단(BTS)이 갑작스럽게 '잼버리 K팝 콘서트' 구원투수로 호명됐다. 주최 측의 실책으로 인한 국제적 망신살을 K팝 아티스트로 때우려는 처사가 팬덤의 공분을 사고 있다.
'2023 새만금 세계스카우트 잼버리(약칭 새만큼 잼버리)' 공동조직위원장인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6일 오후 브리핑에서 '잼버리 K팝 슈퍼 라이브(이하 잼버리 K팝 콘서트)'에 대해 날짜와 장소 변경 등을 밝혔다. 당초 이날 오후 8시 전라북도 부안군 새만금 야외무대에서 치러지리고 했던 콘서트 일정이 11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으로 변경됐다는 것이다. 날짜와 장소가 달라진 만큼 출연진에도 일부 변화가 예견된 가운데, 방탄소년단의 합류 소문까지 불거졌다. 이와 관련 박보균 장관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고 밝혔다.
유보적인 입장이지만 방탄소년단의 합류 가능성 만으로도 K팝 팬덤은 들썩였다.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까지 장악하는 세계적인 인기를 끄는 K팝 대표 그룹인 만큼 당연한 결과다. 문제는 연기된 '잼버리 K팝 콘서트' 또한 불과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 방탄소년단이 최초 출연자 명단에 없던 데다가, 일부 멤버들은 군복무 중이기도 한 만큼 변경된 공연의 출연 여부를 따지는 것을 두고 팬들의 반대 의견도 상당했다. 흡사 방탄소년단을 볼모 삼아 '잼버리 K팝 콘서트'에 대한 반감을 희석시키려는 듯한 주최 측의 의도가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실제 '잼버리 K팝 콘서트'는 물론 '새만큼 잼버리' 자체가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질타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는 세계 스카우트 연맹이 4년 마다 진행하는 전세계 청소년들의 야영 축제다. 국내 개최는 지난 1991년 강원도 고성군에서 열린 '제17회 세계 스카우트 잼버리' 이후 32년 만이다. 이에 큰 기대를 모으고 있었으나, 기후위기로 인한 기록적인 폭염에도 열악한 준비 탓에 온열질환자들이 속출했고 국가적 망신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잼버리 K팝 콘서트'는 전 세계 170여 개 국가에서 온 청소년들을 'K팝'이라는 문화로 소통하게 해줄 장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행사 파행 속에 긴급하게 연기됐다. 연기된 11일은 '새만금 잼버리' 폐영식이 진행될 날이나, 동시에 금요일이라 공연 주관 방송사인 KBS의 음악 프로그램 '뮤직뱅크' 정규 방송일이기도 하다. 이에 '뮤직뱅크' 특집으로 '잼버리 K팝 콘서트'가 갈음되는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에 당초 '잼버리 K팝 콘서트' 출연진 라인업에 올랐던 아이브, 제로베이스원, 엔믹스, 스테이씨, 피원하모니, 앤팀, 베리베리, 이채연, 네이처, 싸이커스 등의 11일 출연이 장담할 수 없는 상황. '새만금 잼버리' 주최 측이 이에 대한 비판을 잠재울 구원투수로 방탄소년단을 들먹이는 모양새다.
심지어 팬덤 일각에서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라는 박보균 장관의 유보적인 답변 또한 방탄소년단을 향한 출연 압박처럼 느껴진다고 꼬집고 있다. 진과 제이홉 등의 멤버들이 군복무 중이고 단체 활동의 공백기라고는 하나, 방탄소년단은 활발한 멤버 개인 활동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멤버 정국이 최근 솔로곡을 발표했고, 슈가는 이날 오후 단독 콘서트 '어거스트 디 투어 '디-데이' 더 파이널'의 앙코르 무대를 열기도 했다. 이에 출연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멤버들 뿐만 아니라 팬덤에도 부담감이 전달된다는 것이다.
이미 '새만금 잼버리'로 인한 국제적 망신살에 예정된 행사의 진행 여부마저 불투명해진 상황. KBS 측은 "취소가 아니라 연기"라며 출연진 등 세부적인 사항에 대해 "논의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그러나 어떤 열린 방안으로도 방탄소년단 언급이 '새만금 잼버리'라는 급한 불을 끄자고 잘 나가는 K팝씬을 흔드는 식의 인상을 지우기 어렵게 됐다. 잼버리 행사 자체에 대한 비판이 방탄소년단은 물론 나아가 K팝 팬덤의 원성으로 이어지는 꼴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KBS, 빅히트 뮤직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