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넘은 주호민 분풀이, 자폐 아들·침착맨 잡고 사임계 털기 [Oh!쎈 초점]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3.08.07 20: 39

교사들의 비극에 대한 공분, 그 분풀이 대상으로 주호민 가족이 지목돼 자녀 학교까지 까발려지고, 그의 절친인 침착맨(이말년, 이병건)까지 불똥이 튀었다. 변호사들의 사임 진위 여부까지 거론되는 광폭한 여론몰이 속에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주호민 사태'로 변질됐다.
유튜버 침착맨은 지난 4일 또 다른 유튜버 궤도와 합동 라이브 방송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다음 방송을) 아직 정한 건 아닌데 나중에 해야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이제 그만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침착맨이 일찌감치 방송에 대한 '번아웃'을 고백하며 활동을 서서히 축소할 계획을 암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침착맨의 절친인 웹툰작가 주호민이 자녀 담임 특수교사를 고소한 일로 대다수의 공분을 사고 있는 상황. 이에 침착맨의 번아웃 고백이 주호민 사태로 인한 은퇴설로까지 번졌다. 
소위 '주호민 사태'로 일컬어지는 일련의 논란은 지난달 26일 익명으로 유명 웹툰작가의 자녀 교사 아동학대 신고 건이 알려지며 수면 위로 부상했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으로 교권 침해, 학부모의 교권 간섭 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졌던 상황. 익명의 유명 웹툰작가가 주호민임이 드러나며 파장이 커졌다. 

더욱이 주호민 부부와 피소당한 특수교사 사이에 상당한 견해 차이가 존재했다. 담당 검사가 고소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참고한 녹음이, 교사의 동의 없이 주호민 부부가 자녀 가방에 몰래 녹음기를 넣어 진행한 것이 알려지며 더욱 공분을 샀다. 교권을 침해하는 학부모들의 지나친 간섭 대표 사례로 동의 없는 무분별한 녹음이 꾸준히 거론돼온 바. 이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건에 대한 비판이 급격하게 과열됐다. 그 열기는 주호민 부부를 향한 비판이 피소당한 교사에게 교육받은 그들의 첫째 아이에게도 향했다. 더욱이 그 아이가 자폐 증상을 가졌고, 이는 통제가 어려운 발달장애라는 인식이 더해지며 자폐 혐오로까지 확산됐다. 심지어 주호민 부부의 첫째 아이의 전학 학교까지 언론에 특필되는 등 불필요한 과도한 관심까지 이어졌다. 침착맨을 향한 사실상 종용되는 분위기의 은퇴설과 비판 또한 그 연장선상에 있다. 
영화 '신과함께' 시리즈의 원작자로 널리 알려진 주호민. 최근까지 다양한 방송, 콘텐츠 출연한 만큼 유명세는 뒤따를 수밖에 없었다. 그로서는 자녀의 일로 개인적인 송사이겠으나, 대중이 느끼기엔 한 사건을 대표할 만한 유력인사임은 분명했다. 그러나 주호민의 유명세가 과연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까지 포함해 모든 이슈를 집어삼킬 만큼 대단한가. 고작 웹툰작가 한 명과 그의 아내가 모든 교권을 파괴하는 대표명사인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주호민 사태'로 축소돼서는 안 된다. '교권 추락' 더 나아가 교육 공무원들의 근무 환경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사안의 해결 방식을 개인의 일탈에 대한 대응으로 규정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당상 주호민을 향한 비판이 극에 달하던 지난 2일, 서울시교육청이 발표한 교원 교육활동 보호 우선 추진방안에 '면담 사전예약 시스템'과 같은 미온적인 대처가 전부였다. 정작 교사들이 원한 것은 학부모와 교원 사이 불필요한 대면 면담의 원천 차단이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주호민'으로 대표되는 소수 학부모들의 일탈이 교권 추락의 원흉이라는 잘못된 인식이 이미 확산됐기 때문이다.
교권, 정확히는 교육 공무원들의 근무 환경에서의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못한 데에는 그들을 '세금 서비스직'으로 바라보는 잘못된 인식이 깔려있다. 교사들이 교육 전문가가 아니라, 내 세금으로 내 자녀를 교육시키는 봉사직이라는 오만한 편견. 그로 인해 교사 또한 국민이고 한 개인이고 누군가의 학부모가 될 수 있다는 사고의 전환이 마비된 것이다. 더욱이 교육 당국이 그 구성원인 교사들에 대한 보호를 방만하게 하며 유사 사건들을 촉발했다. 
물론 체제의 허점과 빈틈이 있다고 해서 개별 사례들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주호민 부부의 동의 없는 녹음이나 교사와 학교와 협의 없던 태도는 교육계에 대한 인격적인 대우가 패싱된 사례로 공분을 자아낸다. 단, 그보다 중요한 것은 주호민 사태보다 앞서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전에 교권이 대중에게 어떻게 인식됐는지다. 이 고민이 없이는 학교와 교육청이 미래 세대인 학생들을 위한 배움의 터전이자 동시에 교사들의 근로 현장으로 어떻게 기능했는지를 분별할 수 없다. 거센 분노는 사안을 움직일 동력은 될 수 있어도 해결책은 아니며, 문제의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고 소수의 일탈로 간주할 경우 교사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는 반드시 재발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호민 사태에 대한 관심은 식을 줄 모르고 커지는 형국이다. 당장 오늘(7일)에는 주호민이 지난달 31일 사선 변호인 2인을 선임했으나 이틀 만에 변호사들이 사임했다는 의혹까지 불거졌다. 변호사들의 갑작스러운 사임 이유가 주호민 측의 패소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는 의혹과 동시에, 변호사를 선임한 적 없다는 주호민 측의 2차 입장문 속 주장에 대한 진실공방이 불거지는 대목이다.
잊을만 하면 더해지는 반발심을 자극하는 주호민 측의 실책과 진정한 사과 없는 태도에 빌런 몰이가 덧씌워졌다. 이미 파괴왕이라는 별명 탓에 이미 주호민이 교권 추락의 이슈마저 파괴했다는 밈까지 더해졌다. 생명이 사라진 비극이 조롱 거리로 희화화 되거나 한 개인을 향한 분노로 쉽게 잊히는 일이 가당키나 한가. 미완의 대책이 아닌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까지 관심의 불길이 어느 곳으로도 새지 않아야 한다. 그 전까지 적어도 오직 '주호민' 만이 교권 추락의 주범은 아니다. / monami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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