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가장 돋보인 배우를 한 명 뽑으라고 한다면 염혜란이 아닐까? 염혜란에 의한, 염혜란을 위한, 염혜란의 해였다. ‘더 글로리’부터 ‘마스크걸’까지 연타석 홈런을 치며 승승장구 중이다.
염혜란은 작품마다 색다른 캐릭터를 탄생시키며, 시청자와 관객들의 뇌리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연기력은 물론 인성도 좋아 호감도까지 끝없는 상승 곡선을 그리는 그녀는 표정과 제스처만으로도 순간의 공기를 바꿀 수 있는 배우다.
지난 2000년 연극으로 데뷔한 염혜란은 올해 연기 경력 23년 차 배우로서 단단한 내공을 자랑한다. 사실 한 배우가 각각의 작품에서 아무리 다른 캐릭터를 맡아도 말투, 표정에서 똑같은 느낌이 묻어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나 자신’이라는 클리셰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건데 염혜란은 다른 배우들과 비교해 캐릭터 변화의 폭이 비교적 넓다. 확실히 독특한 에너지와 뚜렷한 개성을 자랑하는 것이다.
염혜란이 작품 촬영 전 캐릭터를 어떻게 준비해 가는지 모르겠지만, 어쩐지 치밀하게 판을 짜는 노련미를 갖춘 듯하다. 그래서 어떤 장르, 어떤 캐릭터가 주어져도 함께 호흡하는 배우들을 든든히 받쳐주면서도 자신만의 존재감을 빛내는 것이다.
‘더 글로리’에서 가정폭력에 노출된 여자 강현남을 연기한 염혜란은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캐릭터의 진심을 전달했다.
‘마스크걸’에서는 아들 주오남(안재홍 분)을 홀로 키우는 김경자로서 극한의 모성애를 보여줬다. 현남과 경자가 원인과 목적은 다르지만 주체할 수 없는 강렬한 감정에 휩싸여 폭주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을 띤다.
염혜란은 표독스러움부터 애환을 스스럼없이 넘나드는 대담한 행보로 무엇이든 감당해내는 내공을 갖췄다.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굵직한 존재감을 보인 염혜란이 선보일 연기의 균형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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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