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만 해도 '킹'받게 하는 캐릭터들의 활약이 이어지고 있다. ‘킹받다’는 ‘열받다’에서 ‘열’대신 ‘킹(King)’을 넣어 ‘엄청 화가 났다’라는 의미로 쓰이고, 굉장히 짜증나거나 화가 나는 상황에서 사용되는데 최근에는 이런 분노 유발 캐릭터들이 분노와 짜증을 유발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모습으로 비춰지면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대표적인 킹받는 캐릭터로는 ‘SNL코리아’의 ‘MZ오피스’ 코너에 많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김아영이 연기하는 ‘맑눈광’으로, ‘맑은 눈의 광인’으로 불린다. MZ세대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사무실에서는 이어폰을 낀 상태로 일하며, 꼰대 상사들의 말 중에서는 듣고 싶은 말만 골라 듣고 대답한다.
그런 ‘맑눈광’도 꼰대로 만드는 건 윤가이가 연기하는 ‘기존쎄’ 캐릭터. ‘맑눈광’의 이어폰에서 업그레이드 되어 헤드폰을 착용한 상태로 일하는데, 헤드폰 사용을 지양하는 게 좋겠다는 ‘맑눈광’의 말에 “패션 능률이 올라가는 편”이라고 답하며 ‘킹받게’ 한다. 상사의 말에 따박따박 말대답을 해 말문이 막히게 하고, 뒷담화를 그대로 블라인드에 올려 동료들을 당황케 한다.
개그우먼 박세미의 ‘부캐’이기도 한 ‘서준맘’도 대표적인 킹받는 캐릭터다. 몸매가 드러나는 롱 원피스, 로고가 크게 새겨진 명품 크로스백 등 ‘신도시 미시 패션’부터 아이를 비싼 영어 유치원에 보내려 애쓰고 화려함을 추구하는 모습이 커뮤니티, 뉴스에서 보는 그들과 높은 싱크로율을 보인다. ‘맘충’으로 불리기도 하지만, 이에 담긴 혐오를 유쾌하게 바꾸면서 웃음을 선사한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어쩐지 킹받게 하는 캐릭터를 가진 스타들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주우재다. 훈남 비주얼에 뛰어난 패션 감각, 솔직한 입담을 갖추고 있지만 병약하고 시크해 보이면서도 허당미 있는 모습이 킹받게 하는 포인트다. 김종국에게 쉐도우 복싱을 한 뒤 “다 들어갔으면 죽었죠”라고 말하는 허세가 미워보이지 않는 건 주우재만의 매력 포인트가 잘 드러나는 모습이다.
‘택배는 몽골몽골’에서 용띠클럽 형들과 여행을 떠난 강훈도 은근히 킹받게 하는 포인트로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1991년생으로 1976년생으로 구성된 ‘용띠클럽’ 형들과는 15살 차이가 나는 강훈은 형들에게 도움은커녕 오히려 짐이 되고, 몽골 예절과는 반대 되는 왼손잡이에 평소 습관을 가지고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프로그램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안방을 장악한 킹받는 캐릭터의 매력은 무엇일까. 가장 큰 매력은 ‘공감’이다. 주변에서 봤을 법한 이들의 말투와 행동 등을 선을 넘지 않게 보여주며 미워하려 해도 미워할 수 없는 매력으로 표현해낸다. 현실에 있을 법한 캐릭터로, 연기를 넘어 하이퍼리얼리즘으로 보여지며 보는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성공했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