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효섭을 이렇게 만들다니..‘너시속’ 김진원 감독 “끝까지 보면 이해, ‘N차’ 해주길”[인터뷰 종합]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3.09.11 16: 50

 ‘너시속’ 김진원 감독이 작품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혔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너의 시간 속으로’ 김진원 감독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1년 전 세상을 떠난 남자친구를 그리워하던 준희(전여빈 분)가 운명처럼 1998년으로 타임슬립해 남자친구와 똑같이 생긴 시헌(안효섭 분)과 친구 인규(강훈 분)를 만나고 겪게 되는 미스터리 로맨스다.

총 12부작으로 제작된 ‘너의 시간 속으로’는 지난 8일 넷플릭스에서 전편이 공개됐다. 김진원 감독은 “제가 SNS를 전혀 하지 않아서 그런 부분들은 잘 몰랐는데,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잘봤다는 인사가 많이 오기도 하고 피드백이 빨리온다는 느낌이 있었다. 외국에서도 연락 주시더라. ‘넷플릭스의 힘인건가’라는 생각을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로벌 OTT 순위 집계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너의 시간 속으로’는 넷플릭스 TV시리즈 중 글로벌 8위, 국내 1위에 올랐다. 김진원 감독은 “주말에 마음 졸인 것에 비해 지금은 조금은 가벼운 마음”이라면서도 “인터뷰를 하게 되니 다시 긴장된 상태”라고 털어놨다.
이번 ‘너의 시간 속으로’는 김진원 감독에게 있어 첫 넷플릭스와의 작업이었다. “저는 계속 넷플릭스와 일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떤 그는 “작업 과정이 상당히 새로웠다. 작품을 할 때마다 제가 모르는 스태프들이 늘어난다. 그전에는 60명, 70명 정도였고 저는 웬만하면 스태프들을 다 기억하는데, 갈수록 늘어나더라. 이번엔 넷플릭스라 그런지 제가 모르는 어느 한쪽에서 업무를 담당하는 스태프가 있고 그 분과 피드백이나 작업을 컨펌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분화되고 발전하는구나’라고 느꼈다. 저도 계속 배우고 습득하는 과정이라 처음 미니시리즈 할 때랑 비슷한 느낌이었다”며 “제가 몰라서 더 재밌던것도 있고 모르기때문에 고민해야되는 지점도 있었다”고 돌이켜 봤다.
“너 치고 잘 만들었더라”라는 지인의 연락이 기억에 남는다고 밝힌 그는 “‘착한남자’ 촬영때 만난 재일교포분이 있는데, 이번 작품이 ‘착한남자’ 이후 작품들에 비해서 자신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줬다더라. 아련하고, 한국에 있었을때의 기분도 생각난다고 말씀해 주셨다”고 뿌듯했던 일화를 전했다.
‘너의 시간 속으로’는 지난 2020년 인기리에 종영한 대만 드라마 ‘상견니’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상견니’는 국내에서도 적지 않은 팬덤이 형성돼있을 정도로 글로벌 흥행을 거뒀던 바. 이에 ‘상견니’를 한국 드라마로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주안점으로 둔 부분을 묻자 김진원 감독은 “구태여 대본 작업과정부터 작품을 크게 바꾸겠다는 생각을 하진 않았다. 우리 결대로 가다보면 인물이 움직이게 되는 부분도 있다. 그에 맞춰 가자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는 “캐릭터에서 변화된 부분이 많다. 전체적 내용의 변화보다 캐릭터의 변화가 작품의 톤, 감정선, 그런것들을 다르게 느끼게끔 한 게 아닐까 생각이 든다”며 “촬영하면서 제일 힘들었던게 너무 원작하고 같아보여도 안될 것 같고 원작하고 멀어지면 저도 원작을 좋아했던 사람이다 보니 ‘원작 팬분들이 많이 달라진 모습을 좋아할까?’라는 고민이 있었다. 원작과 같아지는것도 경계하고, 너무 달라지는 부분도 조심해야해서 밸런스를 잡는게 많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김진원 감독은 배우들에게 원작을 보지 않을 것을 권유했다고. 이와 관련해 김진원 감독은 “처음 만났을때 전여빈 배우는 이미 ‘상견니’를 매우 좋아하고 있었고, 강훈 배우, 안효섭 배우는 ‘상견니’를 보지 않은 상태였다. 가급적이면 보지않는게 좋겠다고 했다. 저도 원작을 좋아했지만 대본 수정 과정부터는 원작을 아예 보지 않았다. 무언가 따라갈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배우 입장에서는 대본만 봤을 때 감정선을 잡는 다거나 시간과 시간을 이을 때 상상 같은 것들이 필요한데 원작을 보게되면 은연중에 따라갈 수 밖에 없을것 같아서 가급적이면 보지않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캐릭터의 변화가 많다는 그의 말 처럼, 작중 안효섭이 맡은 남시헌은 원작에 비해 진지한 면모가 부각됐다. 이 역시 “의도 한 것”이라고 밝힌 김진원 감독은 “시헌 캐릭터의 변화가 드라마 전체의 결과 톤을 바꾸는데 밀접한 것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작가님은 ‘우리 드라마 남주는 좀더 어른스럽고 성숙한 느낌이라고 생각했다’고 얘기하셨다. 시헌이가 인규의 아픔을 헤아리는 모습, 민주의 고백을 단호히 거절하지만 민주를 다치지 않게 하는 배려 있는 인물로 시헌이를 생각했다. 시헌이가 어른스럽고 성숙한 게 이야기 진행에 매끄럽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다만 작중 2023년 시점의 남시헌의 스타일링에 대해서는 일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멀끔한 원작 모습과는 달리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는 덥수룩한 머리카락에 수염도 제대로 밀지 못한 안효섭이 등장해 충격을 안겼던 것. 이에 김진원 감독은 “그 부분은 저도 현장에서 효섭 배우한테 ‘내가 너를 이렇게 만들어 놓다니 작품이 나가면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수 있겠다’고 얘기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40대 시헌의 콘셉트는 안효섭 배우와 여러번 이야기 하고 스타일링 테스트도 여러번 했다. 머리 모양도 바꾸고 가발도 여러가지를 써봤다. 40대 시헌의 콘셉트에서 제일 중요한건 고통의 깊이감이 보여야했다는 점이다. 상실감을 겪고 많은 걸 포기했고,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고 지쳐있는 모습이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0대 시헌이의 여러 모습을 테스트했는데 어떻게 해도 댄디해 보이더라. 그래서 그런 선택을 했다. 형식적인 이유도 있었다. 안효섭 배우가 1인 4역을 하게 된다. 물리적으로 나이차가 가장 크게 나는 시헌이었고, 그러다 보니 비주얼적으로 두 인물을 확실히 갈라놓고 차별점을 두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둘의 모습이 확연히 달라야 감정 대비가 쉽게 이해된다고 생각했다”며 “40대 시헌이의 비주얼이 팬분들에게 얼마나 속상했겠냐. 저도 당연히 너무 속상했지만 드라마의 이해도와 감정을 위해서는 대학교 장면이나 연준이(안효섭 분)의 모습에서 더 예쁜 모습을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사진만 봤을땐 거부감을 느낄 수 있지만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견니’ 시그니처 장면인 비 오는 날, 빗길을 뛰어가는 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원작에서는 남시헌, 권민주, 정인규 세 사람이 함께 뛰는 장면이었지만 ‘너의 시간 속으로’에서는 남시헌과 권민주 둘만 등장한다. 김진원 감독은 “저도 상당히 많은 부담이 있었다. 원장에서 빗길 신이 최애 신 중 하나라 ‘저것 보다 잘 찍기는 힘들 것 같다’는 고민을 했다. 장소 선정부터 엄청나게 많은 공을 들였다. 뛰어가는 시간대도 저희가 해가 강물에 반사되는 시간을 맞춰서 찍었다”고 중요성을 짚었다.
그는 “그만큼 중요한 신이었고, 원작에서는 세 명의 우정이 더 강조 됐는데 저희는 아무래도 초반에 중심사건까지 빨리 진입해야 된다는 목표가 있었고 그러다 보니 그 두사람에게 좀 더 포커싱을 주는 것들이 필요했다. 저는 시헌이가 준희를 공원에서 마주쳤을 때부터 좋아했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의 포인트는, 시헌이가 준희를 좋아한단 걸 깨닫게 되는 장면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OST에서도 사랑에 빠졌다는 얘기를 한다. 준희를 바라보는 시헌이에 명확히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원작과 다른 결말에 대해서도 김진원 감독은 “저희 나름대로 결말을 만드는 게 어떻게 보면 꿈이지 않을까 싶다. 리메이크 과정에서 결말을 원작 그대로 간다고 하면 우리들이 만들어 놓은 인물들에게 조금은 최선을 다하지 않은 느낌이 들 것 같더라. 의외로 결말부분은 작가님이 초고 써오셨을때 큰 이견이 없었다. 변화된 지점은 시헌이의 직업과 디테일한 내레이션 대사들이었고, 작가님이 ‘우리 엔딩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고 초고를 가져왔을 때 모두가 그 신에 대해 만족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끝까지 보게되면 앞부분을 다시 되새기게 되는 작품이다. 최대한 많은 분들이 ‘N차’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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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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