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라면 한 그릇 먹으러 더운 날 분장까지 하고 무인도에 들어가다니. MBC ‘놀면 뭐하니?’가 메인 PD와 멤버 교체라는 초강수를 두고서도 알 수 없는 기획력으로 시청자들의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고 있다.
16일 방송에서 유재석-하하의 서울 데이트 코스 짜기 특집에 이서 험난한 한 끼 특집이 시작됐다. 멤버들은 MBC 인기 드라마 ‘연인’을 따라한 듯 조선시대 피난민 분장을 한 채 무인도에 잡혀왔다.
제작진은 “여기까지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탈출 방법은 단 하나. 라면 한 끼를 해먹으면 됩니다. 단 퀴즈를 풀어야 합니다”라고 알렸고 라면을 끓이는 데 필요한 물, 불, 해산물 세트를 퀴즈 상품으로 내놨다.
먼저 제작진은 5리터 3리터 두 개의 물통을 이용해 4리터의 물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tvN ’문제적 남자’ 등에서 ‘뇌섹남’ 면모를 보였던 주우재는 깡깡이 멤버들 사이 재빠르게 답을 맞혔다. ‘문제적 남자’ 때 문제와 비교하면 너무 쉬웠기 때문.
“미안하다 5초 걸렸다”며 제작진에게 사과하는 주우재를 보며 유재석은 “여기 섬마을 선생님이 아니다. 주우재가 문제를 풀었는데 기분 나쁘다”고 디스했다. 하지만 라면을 끓일 물을 손쉽게 얻은 까닭에 멤버들의 기세는 등등했다.
두 번째 불을 건 문제를 앞두고 주우재는 “어떻게 못 푸는 그걸로 갈까? 너무 미안하다. 빨리 풀어서. 10초 남기면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굴었다. 그러는 사이 뜻밖에도 미주가 성냥개비 문제를 풀었고 불까지 쉽게 얻어냈다.
마지막은 해산물 세트. 이번에도 주우재가 나서서 문제풀이를 이끌었지만 제한시간이 다 흘렀다. 그러나 제작진의 의도와 또 다른 문제풀이에 성공한 셈이었고 제작진은 해산물 세트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모든 게 평화로운 문제풀이였다.
멤버들은 무인도에서 맛있게 해산물 라면을 끓여먹었지만 시청자들로서는 의아할 따름이었다. 30분도 채 안 되는 분량과 고작 라면 한 그릇 끓여먹는 그림을 담으려고 더운 날 분장까지 한 상태로 무인도에 들어갔을까 의구심이 들 뿐이었다.
물론 ‘놀면 뭐하니?’의 기획의도는 ‘예능 베테랑 유재석, 하하! 예능 뽀시래기 주우재, 박진주, 이이경, 이미주! 웃음을 위해선 다짜고짜 뭐든지 하는 버라이어티’다. 웃음을 위해선 뭐든지 하겠다는 의도에는 부합했을지언정 중요한 웃음이 부족했다.
문제는 날카롭지 않았고 식재료 획득 과정은 다른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평화로웠다. 멤버들이 끓여 먹은 라면은 맛있게 보였지만 제작진이 깐 ‘험난한 한 끼’ 특집의 의도는 물음표만 가득 남겼다. 더운 날 고생한 멤버들이 안쓰러울 지경.
‘놀면 뭐하니?’는 정준하와 신봉선, 연출을 맡았던 박창훈 메인 PD까지 교체하는 초강수를 뒀다. MBC를 대표하는 간판 예능인데도 좀처럼 시청률은 반등할 기세가 보이지 않았기 때문. 주우재가 투입돼 활력은 늘었지만 교체된 연출진의 역량은 여전히 역부족이다.
다음 주 '놀면 뭐하니?'는 믿고 보는 음악 콘텐츠로 반전을 꾀하고 있다. 과연 집 나간 시청자들이 돌아올 수 있을지 좀 더 지켜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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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