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파에 이어 유튜브까지?...유재석→신동엽, ‘날것’에 빠진 개그맨 [Oh!쎈 초점]
OSEN 유수연 기자
발행 2023.09.20 20: 12

이경규, 유재석, 신동엽 등, 공중파에서 이미 이름을 알린 '탑' 개그맨들이 너도나도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앞서 2017년 SBS '웃찾사', 2020년 KBS2 '개그콘서트'에 이어 지난 9월 tvN '코미디빅리그'까지 국내 공개 코미디가 연달아 폐지되며 수많은 개그맨이 일자리를 잃었다. MC 등으로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했던 '탑' 개그맨들의 입지는 다행히 크게 흔들리지 않았지만, 공개 코미디류의 '콩트'로 활약을 펼쳤던 다수 개그맨의 상황은 크게 달랐다.
이렇듯 설 자리를 잃은 개그맨들은 자연스럽게 유튜브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땅을 찾아 나섰다.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개그맨들도 더러 있었지만, '피식대학', '숏박스', '빵송국' 등 스케치 코미디를 전면에 내세운 개그맨들이 대세로 떠올랐다. 더불어 '개그콘서트'의 대선배 김대희 역시 '개콘' 시절 인기를 끌었던 코너 '대화가 필요해'의 콘셉트를 사용한 '꼰대희'로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이처럼 유튜브로 이름을 알린 후 공중파로 다시 진출하게 된 개그맨들이 주류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공중파에서 이미 이름을 알렸던 '명MC' 개그맨들이 역으로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어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술 방송 콘텐츠인 ‘짠한형 신동엽’을 론칭한 신동엽을 포함해, 이경규, 유재석 등 국민 MC들의 유튜브 콘텐츠 ‘픽’은 ‘수다’였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연예인 게스트를 위주로 익숙한 그림이지만, 그간 방송에서 속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던 일명 ‘비방용’ 토크가 이어진다. 정제된 공중파와 달리 탑 MC들의 자유롭고 색다른 면모가 대중들의 흥미를 끌었고, 어마어마한 게스트라인업은 해당 스타들의 팬덤까지 끌어들였다.
토크가 아닌 전문 유튜버 콘텐츠로 방향을 튼 개그맨들도 있다. ‘할명수’를 운영하는 박명수와 '미선임파서블'을 운영하는 박미선은 단독으로 진행하는 음식 리뷰, 브이로그 콘텐츠 등을 선보이며 '전문' 유튜버들의 콘텐츠를 답습함과 동시에 세븐틴, 지수, 윤종신, 도경수, 설경구 등과 함께하는 먹방 및 토크로 연예인 유튜버로서의 장점을 십분 살린 콘텐츠도 선보인다.
시작점이 어디가 되었든, 최근 코미디언의 가장 '핫'한 무대는 유튜브 웹 콘텐츠가 되었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전 세대가 유튜브를 통해 세상 이모저모를 보는 시대가 찾아왔다는 점 역시 영향을 끼치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날것'이 먹히는 시대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친밀한 부캐를 이용해 '하이퍼리얼리즘'을 모토로 삼고 있는 스케치 코미디 콘텐츠만의 '날것'은 물론, 공중파에선 깊게 보지 못했던 '탑' 개그맨들의 더욱 친밀한 면모의 '날것'이 시청자의 니즈를 더욱 자극한 것이다. 
물론 거물급 개그맨들까지 유튜브에 뛰어든 마당에 '생태계 교란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수도 있겠다. 하지만 유튜브의 가장 큰 장점은 해당 시간대에 방영 중인 프로그램을 견디고 봐야 하는 공중파가 아닌, '좋은 것만 골라 볼 수 있다'는 것에 있다. 더불어 그간 유튜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별다른 구독자와 호응을 얻지 못한 채 한순간에 유령 채널로 남은 사례도 분명 존재한다.
밖에서도 웃긴 개그맨이 안에서도 웃긴 법이다. 어떤 주력 콘텐츠를 가지고 있건, 총력을 쏟아붓지 않은 스타는 외면받기 십상인 유튜브계에서 개그맨들이 펼쳐나갈 '선의의 경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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