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엔 지상파 예능? 파일럿도 씨 마른 '명절 밥상' [Oh!쎈 초점]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3.09.28 20: 15

명절 안방극장은 그야말로 골라먹는 뷔페와도 같다. 지상파를 비롯해 방송사마다 명절을 타겟으로 특집 프로그램들을 선보이며 시청률 경쟁을 벌였기 때문. 하지만 올 추석은 게으른 편성 라인업으로 먹을 것 없는 잔칫상 신세가 됐다.
매해 명절은 파일럿 예능프로그램들의 경연의 장이었다. 정규편성이 확정되지 않은 파일럿 예능들이 연휴를 틈타 치열한 자리싸움을 벌이는 것이 전통과도 같았고, 방송사별로 쏟아지는 파일럿 예능들 중에서 어떤 것을 볼지 고민하는 것 역시 연휴의 즐거움 중 하나였다.
불과 올해 설 연휴만해도 '떠나보면 알 거야', '미쓰 와이프', '안방판사', '걸어서 환장 속으로' 등 다양한 파일럿들이 시청자들과 만났다. 그 반면 올 추석은 g.o.d나 김호중, 송가인과 같은 유명 가수를 섭외한 콘서트나, 기존 프로그램에 '추석특집'이라는 구색만 맞춘 예능들이 편성표를 채웠다.

물론 이번 추석 연휴와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시기가 맞물린 탓에 지상파의 경우 불가피하게 대부분의 시간을 아시안게임 중계에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평창동계올림픽과 시기가 겹쳤던 2018년 설 연휴에도 총파업의 후폭풍을 맞은 KBS를 제외하고는 MBC, SBS, tvN 모두 파일럿 예능들을 선보였다. '문제는 없다', '로맨스 패키지', '자리 있나요?', '비밀의 정원' 등 개수는 적더라도 각자 파일럿 하나씩은 빼놓지 않고 내세운 것에 비한다면 이례적인 상황임은 부정할수 없다.
더군다나 현재 지상파 예능은 위기에 내몰려있다. 그나마 주기적으로 새로운 프로그램들로 세대교체를 하고 있는 종편이나 케이블과는 달리 지상파의 경우 대부분이 2년 이상 된 장기예능으로 연명하고 있는 처지다. 그나마 KBS2 '홍김동전', SBS '동네멋집', MBC '결혼지옥'이 새롭게 등장했지만, '결혼지옥'을 제외하고는 세대교체를 일굴정도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이런 가운데 기존 예능들마저 OTT 등의 영향으로 저조한 성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이런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새롭고 신선한 콘텐츠들을 꾸준히 생산해내는 것이다. 실제 '슈퍼맨이 돌아왔다', '미운 우리 새끼', '구해줘! 홈즈', '골 때리는 그녀들', '조선의 사랑꾼' 등이 명절 파일럿부터 시작해 좋은 반응을 얻은 후 정규편성까지 이어지며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바.
뿐만아니라 아시안게임 중계로 기존 예능과 드라마마저 결방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볼거리는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마저도 없다면 시청자 입장에서는 더욱 TV를 틀 이유가 사라진다. 올 추석 방송사들의 게으른 편성에 더욱 아쉬움이 따르는 이유다.
명절 전통과도 같았던 파일럿이 씨가 마른 추석 안방극장에는 특선영화들이 아쉬움을 달랠 예정이다. KBS에서는 '교섭', '덕구', '데시벨', SBS에서는 '킹메이커', '정직한 후보2', tvN에서는 '공조', '공조2: 인터내셔날', '보이스', '브로커', '헤어질 결심', '외계+인 1부', '리멤버', '모가티듀', 채널A에는 '임금님의 사건수첩', JTBC에서는 '헌트', '올빼미' 등이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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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tvN, JTBC, KBS2, MBC,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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