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시리즈 영화 ‘가문의 영광: 리턴즈’를 공동 연출한 정태원, 정용기 감독이 작품의 흥행 부진에 대해 “저희는 달라진 시대상을 적극적으로 반영했지만 SNS의 발달이 영화의 흥행에 영향을 끼친 거 같아서 아쉽다”고 분석했다.
정태원 감독과 정용기 감독은 26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전편들에 비해 흥행이 안 된 것은 SNS 때문인 거 같다. (흥행에 성공한) 1편도 당시 관객들에게 일부 혹평을 받았었는데 지금 만큼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손에서 스마트폰을 놓지 않고 살며 수많은 정보를 접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 거 같다”고 6편의 흥행 부진에 대해 이 같이 자평했다.
‘가문의 영광: 리턴즈’(감독 정태원 ·정용기, 배급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 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는 잘나가는 스타 작가 대서(윤현민 분)와 가문의 막내딸 진경(유라 분)을 결혼시키기 위해 온갖 음모를 꾸미는 장씨 가문의 사생결단 결혼성사 대작전을 그린 코미디. 지난 2012년 개봉했던 영화 ‘가문의 영광5-가문의 귀환’ 이후 6번째 시리즈다.
추석 연휴를 겨냥해 이달 21일 극장 개봉한 ‘가문의 영광: 리턴즈’는 어제(25일)까지 10만 5703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날 정태원 감독은 “1편부터 5편을 선보이던 시대에는 영화가 재미있으면 입소문으로 퍼지던 시기였다. 5편 이후 지난 11년 동안 SNS가 급속도로 발달했고 (연예)매체들도 많아졌다. 유튜브도 생활화했다”며 “사람들이 휴대폰을 붙들고 살면서 불필요한 정보까지 흡수하는 거 같다. 저희는 높아진 여성들의 지위를 반영해 진경 캐릭터에 녹여냈고 달라진 시대상도 반영했는데 (개봉 전 일부 관객들의 혹평이) 이번 6편의 흥행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싶다”고 분석했다.
이어 정 감독은 “옛날에는 관객들이 극장에 가서 스스로 보고 싶은 영화를 선택하는 경향이 짙었는데 요즘에는 SNS나 인터넷으로부터 너무 많은 정보를 얻어서인지 TMI에 묻히는 거 같다. 몇 개의 글만 읽고 본인의 선택을 결정하는 거 같아 아쉽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영화 선택에 방해를 받는 게 아닐까 싶다”는 생각을 털어놨다.
이날 정태원 감독과 정용기 감독은 ‘공동 연출하면서 이견은 없었느냐’는 물음에 “부담은 전혀 없었다”며 “저희가 알고 지낸 지 20년이 넘었다 보니 서로 의견을 나누면서 이견은 나오지 않게 됐다”고 답했다.
11년 만에 6편을 제작한 이유는 배우 김수미의 소원이었기 때문. 앞서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서 김수미는 ‘죽기 전에 가문 시리즈를 다시 하고 싶었다’는 속내를 털어놓았던 바.
이날 정태원 감독은 “김수미 선배님이 몇 년에 걸쳐서 하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하게 됐다”며 “시나리오 단계에서 여러 가지 구상을 했었는데 삼형제 이야기로 끌고 가기엔 신선한 아이디어가 없었다. 김영찬 작가와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가 1편을 리부트해보자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 작가는 ‘가문의 영광4’(2011), ‘조폭 마누라3’(2006), ‘가문의 부활-가문의 영광3’(2006), ‘가문의 위기-가문의 영광2’(2005) 등의 각본을 써 왔다.
그러나 정용기 감독은 “사실 저는 6편의 제작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정태원 감독도 제작할 생각이 별로 없었다”며 “‘가문의 영광’(2000)은 스토리가 탄탄했기 때문에 20여년 만에 리뉴얼 해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태원 감독도 “20년이 지난 현재의 관객들은 ‘가문의 영광’ 속 시그니처 장면들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고 리부트한 이유를 설명했다.
1편과 차별화한 포인트에 대해 정 감독은 “조폭 얘기는 빼야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높아진 여성상을 반영해야만 했다. ‘리턴즈’의 진경은 할 말은 하는,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을 하는 인물이다. 1편 속 진경은 어머니의 뜻에 따라 결혼식까지 갔지만, 달라진 진경은 스스로 계획하고 풀어낸다”며 전보다 능동적인 여성상으로 바꾸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진경에게 액션도 부여했다. 옛날 같았으면 대서가 했을 거다. 1편의 진경도 하지 않았던 거다. 진경이 대서를 대신해 싸우는 걸로 바꾸었다”고 설명했다.
두 감독은 1편에서 배우 김정은이 불렀던 ‘나 항상 그대를’과 유라가 소화한 ‘나 항상 그대를’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비교했다.
이날 정 감독은 “유라가 피아노를 치면서 노래 부를 때 갸날프지 않고 센 느낌으로 불렀다. 여성상을 크게 바꾼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반 작업까지 마치고나서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니터 시사를 많이 했다는 두 감독은 “대학교 영화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니터를 해서 불편한 부분은 없는지 체크했다. 그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비평을 받은 부분은 대폭 수정했다”고 노력한 과정을 들려줬다.
“촬영한 부분을 날리는 게 아까웠지만 젊은 세대의 의견을 수용해 편집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런 과정을 거쳤는데도 불구하고 영화가 난도질을 당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모니터 시사 후 편집을 안 했어도 됐을 거 같다. 이보다 더 안 좋은 평가를 받지 않았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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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NEW, 태원엔터테인먼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