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빚투’에 돌맞는 스타, 책임과 연좌제의 사이 [Oh!쎈 초점]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23.10.03 04: 59

 '가족이 원수보다 못하다'는 말이 있다. 든든한 내 편이 돼야 할 가족이지만, 때로는 가족이라는 이유로 기본적인 존중조차 받지 못하거나 자신이 하지 않은 잘못으로 덩달아 피해를 입는 일도 종종 일어나곤 한다. 특히 최근 연예계는 가족의 채무 문제로 함께 구설에 오른 스타들의 사례가 시선을 끌고 있다.
지난 19일 트와이스 나연과 모친은 6억원 상당의 채무불이행 소송에서 승소했다. 나연 모친의 전 연인인 A씨는 나연 모친의 부탁으로 생활비 등 필요한 자금을 빌려줬지만 "연습생이었던 나연이 가수로 데뷔하게 되면 돈을 갚기로 약속했는데 나연 측이 약속을 어겼다"며 소송을 냈다.
하지만 재판부는 "금전 거래의 횟수, 기간, 금액, 경위 등에 비춰봤을 때 A씨와 나연 측이 이를 반환한다는 의사의 합치가 있었던 것으로 보기 어렵다. A씨와 나연의 어머니가 당시 연인관계에 있었음을 고려하면 이를 대여금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명목이 월세, 통신비, 대출금, 학비 등인 점으로 볼 때 생활비 용도로 지급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A씨 측 패소로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미 판결이 확정돼 종결된 건으로 아티스트의 연예활동과는 무관한 것"이라며 "이후 추측성 글 등으로 아티스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모욕을 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히 법적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부모의 '빚투'로 자숙기를 가졌던 마이크로닷은 논란을 딛고 복귀를 예고해 화제를 모았다. 산체스-마이크로닷 형제는 지난 2018년 부모의 사기 행각이 뒤늦게 알려져 문제가 됐다. 20년 전 충청북도 제천시의 마을 사람들에게 사기를 통해 돈을 편취한 뒤 뉴질랜드로 도주했다는 것. 당시 마이크로닷은 “허위사실”이라며 “법적대응 준비 중”이라는 입장을 냈지만, 구체적인 증거와 증언들이 쏟아지면서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에 마이크로닷은“가족이 뉴질랜드로 이민 갈 당시 다섯 살이었다”고 해명하며 “문제가 원만히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사과했다.
다만 이후 짐을 빼고 이사를 간 정황과, 마이크로닷이 부모의 사기에 대해 이전부터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대중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결국 마이크로닷의 부모는 각각 징역 3년과 1년을 선고받고 출소 후 뉴질랜드로 추방됐다. 논란의 여파로 자숙기간을 가졌던 마이크로닷은 지난달 MBN ‘특종세상’에 출연해 고깃집에서 일하며 ‘빚투’ 피해자들에게 돈을 갚고 있으며, 합의를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마이크로닷과 비슷한 사례로, 래퍼 도끼 역시 과거 어머니가 1천만원을 빌린 후 갚지 않았다는 폭로가 등장했지만 “1천만원은 내 한달 밥값”이라는 부적절한 해명으로 논란을 부추긴 바 있다. 이후 도끼는 추가글을 올리고 피해 당사자와 연락이 닿았으며, 아들로서 도의적 책임을 지고 변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혀 논란을 종결했다.
이밖에도 한소희, 김혜수, 마마무 휘인, 차예련, 이영자, 강민경 등 수많은 스타들이 가족의 채무 문제로 구설에 올랐다. 하지만 자식이 부모의 죄를 함께 떠안는 것은 의무가 아니다. 피해자들의 돈으로 호의호식한 이상 가해자의 가족에게도 피해를 보상해야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이 있는 한편, 연좌제가 폐지된 현대 사회에서 얼굴이 알려진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지우려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피해자들의 억울하고 간절한 마음도 이해 할 수 있지만, 범죄 행위에 함께 가담한 것이 아닌 이상 이들 역시 또 하나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는 반응이다.
실제 한소희는 모친이 딸의 이름을 팔아 당사자 몰래 거액의 빚을 졌지만, 법원은 한소희와 무관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한소희는 피해자들에게 사과를 하면서도, 어머니의 채무에 책임질 계획이 전혀 없음을 확실히 했다. 그는 “딸이 유명인임을 악용해 돈을 받아내려고 하는 일련의 행위를 원천 차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마무 휘인과 차예련, 강민경의 경우 이미 연을 끊고 교류가 없던 아버지의 ‘빚투’에 휘말리면서 아버지의 빚에 시달리거나 대신 변제까지 해준 과거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혜수 또한 어머니의 ‘빚투’에 연루되자 이미 오래전 모친의 채무 문제로 의절했음을 고백했다.
이처럼 마이크로닷이나 도끼처럼 부적절한 초기 대응으로 반발심을 산 경우를 제외한다면, 대다수의 대중들은 ‘가족 빚투’에 휘말린 스타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특히 개중에는 연예인 가족의 유명세를 이용해 논란을 부풀리며 억지 프레임을 씌우려는 경우도 적지 않아 원하지 않는 가정사를 고백하고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 등 엄한 피해를 입은 스타들을 향한 연민의 시선이 쏟아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많은 스타들이 가족으로서 빚 변제에 힘쓰는 등 도의적인 책임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일반 대중보다 더욱 엄격한 도덕적 잣대가 요구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자신이 하지 않은 일에도 나서서 피해를 감수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굳혀지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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