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옥, 임성한. 위기의 막장대모들이다. 황당무계하고 선을 넘는 소재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결국 전작들보다 못한 시청률을 보이고 있기 때문.
최근 ‘막장대모’라 불리는 김순옥 작가와 임성한 작가가 신작을 집필해 공개했다. 임성한은 지난 8월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아씨 두리안’을 선보였고, 김순옥은 방영 중인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을 선보이고 있다. 집필하는 드라마마다 ‘막장의 끝’을 보여준 작가들이라 당연히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내용이 주를 이룰 거라 예상했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었다.
♦︎ 선 넘은 김순옥 작가 ‘7인의 탈출’
‘7인의 탈출’은 화제성은 높지만 시청률은 화제성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김순옥은 전작 ‘펜트하우스’로 큰 성공을 거뒀다. 폭발적인 인기에 이 드라마는 무려 시즌3까지 방송됐고 시청률 또한 시즌3까지 두 자릿수를 기록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즌1은 28.8%, 시즌2는 29.2%, 시즌3는 19.5%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요즘 많은 시청자가 OTT로 눈을 돌리는 상황에서 이 같은 시청률은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7인의 탈출’은 전작만큼의 시청률 상승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1회 시청률은 6%(닐슨코리아, 전국방송가구 기준)를 기록했고 지난 9월 30일 방송된 6회는 7.3%를 나타냈다. 29일 방송된 5회 시청률은 무려 5.6%까지 하락했다. 이는 지금까지 방송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다. ‘펜트하우스’ 시즌1이 9.2%로 시작해 매주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하며 30% 가까운 시청률을 나타낸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이처럼 ‘7인의 탈출’ 시청률이 지지부진한 이유는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펜트하우스’는 인간의 욕망, 인과응보 등 메시지가 있었다. 펜트하우스라는 유형의 산물을 향해 번들거리는 욕망을 숨기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이 현실을 풍자하듯 보여줬다.
그런데 ‘7인의 탈출’은 첫 방송부터 시청자들에게 불쾌함만 선사했다. 현금부자인 방칠성(이덕화 분) 회장의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금라희(황정음 분)가 친딸을 버리듯 방치했다. 금라희는 고등학생이 됐을 때야 친딸을 데려왔다. 더욱이 한모네(이유비 분)가 감쪽같이 임신을 숨겼다가 아무도 모르게 학교에서 출산을 시도하는 일 등도 쉽게 납득할 수 없었다. 주인공들의 악인 설정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기 위해 더한 설정들이 작위적인 탓에 몰입과 흥미는 반감됐다.
5회 방송은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 유니콘, 오로라 등이 등장한 것. 시청자들은 황당하다며 “제발 국내에서만 보게 해달라. 해외에서 볼까 겁난다”는 반응까지 보였다. 시청률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오히려 시청률이 하락한 이유다. 앞으로도 이 같은 전개가 펼쳐진다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지지부진한 시청률을 기록할 수밖에 없을 듯하다.
♦︎ 황당 소재 임성한 작가 ‘아씨 두리안’
‘아씨 두리안’은 임성한이 처음 도전한 판타지 멜로 장르였다. ‘막장 대모’가 집필한 만큼 자극적인 막장 소재들을 어떻게 판타지 멜로라는 장르로 풀어낼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 보다 더 화제가 된 건 ‘고부 동성애’였다. 그야말로 세계 최초라고 단언할 수 있는 소재였다.
임성한 작가가 그간 워낙 해괴한 스토리를 선보였기 때문에 전작에서 귀신, AI 소재는 크게 놀랍지도 않았다. 시청자들은 “임성한 작가니까”라고 이해하며 드라마를 시청했다. 그런데 ‘아씨 두리안’은 얘기가 달랐다. 처음 판타지 멜로 장르에 도전한다기에 시청자들의 기대를 높였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충격 그 이상이었다.
드라마에서 고부관계를 긍정적으로 다루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그리 사이가 좋지 않은 것으로 그려진다. 사실 현실에서도 훈훈한 고부관계를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임성한 작가는 시어머니를 사랑하는 며느리의 얘기를 그렸다.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왔을 정도로 시청자들의 공감도 얻지 못하고 ‘암세포 대사’처럼 웃기지도 못했다.
물론 ‘아씨 두리안’은 최고 시청률 8.1%(닐슨코리아, 전국유료방송가구 기준)를 나타내는 등 첫 방송 시청률 (4.2%) 대비 2배 가량 상승한 수치를 보였다. 디지털 독점 공개된 쿠팡플레이에서도 이번 주 인기작 TOP 20에서 1위 자리를 오랜 시간 수성하는 등 역주행도 했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서는 “저조하다”고 표현할 수 있는 성적이다. 2015년 ‘압구정 백야’로 절필 선언을 한 지 6년 만에 복귀해 TV CHOSUN에서 선보인 ‘결혼작사 이혼작곡’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시즌1은 9.656%, 시즌2는 16.582%, 시즌3는 10.395%가 자체최고시청률이었다. 이에 비하면 ‘아씨 두리안’의 자제최고시청률은 낮다.
임성한 작가에 이어 김순옥 작가까지 대중의 큰 관심 속에 신작을 내놓았지만 과도한 설정들로 전작만큼 주목을 받지 못했고 비난 받고 있다. ‘위기의 막장대모’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angsj@osen.co.kr
[사진] TV조선, SBS 제공,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