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편성을 노리는 피, 땀, 눈물이 담긴 파일럿 프로그램이 이번 추석 연휴에는 없다. 전과는 달라진 시청 형태, OTT의 상승세, 여기에 추석 연휴와 겹친 아시안게임 여파다.
명절 연휴 선보이는 파일럿 프로그램은 프로그램을 정규 편성하기 전 먼저 반응을 살펴보고 가능성을 평가하고자 시범적으로 제작하는, 이른바 ‘체험용’ 프로그램이다.
현재 각 방송사의 대표 프로그램도 ‘파일럿’일 때가 있었다. KBS를 대표하는 ‘슈퍼맨이 돌아왔다’, MBC를 대표하는 ‘복면가왕’, SBS를 대표하는 ‘미운 우리 새끼’가 대표적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구해줘! 홈즈’, ‘골 때리는 그녀들’ 등도 모두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에게 ‘체험판’을 제공한 뒤 정규 편성되는 기쁨을 안았다.
지난 설 명절 연휴만 하더라도 ‘떠나보면 알 거야’, ‘미쓰 와이프’, ‘안방판사’, ‘걸어서 환장 속으로’ 등 다양한 파일럿 프로그램이 가능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파일럿이라는 이름을 달고 등판했다. 이 중에서는 ‘안방 판사’와 ‘걸어서 환장 속으로’가 가능성을 인정 받았다. ‘안방 판사’는 1월부터 2월까지 6부작으로, ‘걸어서 환장 속으로’는 1월부터 9월까지 방송되며 시청자들과 만났다.
하지만 2023년 추석, 각 방송사들이 내놓은 추석 연휴 파일럿 프로그램은 전무한 상황이다. ‘나 혼자 산다’, ‘전지적 참견 시점’, ‘불후의 명곡’ 등 각 방송사의 대표 프로그램이 그나마 ‘추석 특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조금 더 풍성한 내용을 내보일 뿐이다.
다른 ‘추석 특집’으로는 데뷔 25주년을 맞은 god와 KBS가 손을 잡은 대기획 ‘ㅇㅁㄷ 지오디’, 진성과 김연자가 호흡을 맞춘 한가위 빅쇼 ‘만월만복’ 정도 뿐이다. 이마저도 정규 편성을 노린 파일럿이 아닌 특집으로 기획된 공연일 뿐이다. 특히나 명절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아육대’도 편성이 불발되고, MBC와 SBS가 다큐멘터리 등을 추석에 선보이면서 지상파 방송 3사가 모두 파일럿과는 거리를 뒀다.
이번 추석 연휴 편성표는 ‘스포츠’로 가득하다는 점 또한 각 방송사가 파일럿을 선보이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스포츠는 다름아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지난달 30일 개막한 아시안게임은 오는 8일까지 펼쳐진다.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있을 때마다 각 방송사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이기보다는 이를 생중계하거나 기존 프로그램의 특집을 마련한 바 있다. 때문에 이번 아시안게임은 추석 연휴와 겹치는 만큼 중계와 함께 특선 영화가 편성표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시안게임 떄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겠지만 OTT 등으로 시청자들이 쏠리는데 새로운 매력의 콘텐츠를 내놓지 못했다는 부분은 아쉽기만 하다. /elnino8919@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