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최강야구’를 단순히 예능 프로그램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은퇴 선수들의 두번째 그라운드 생활을 그린 ‘최강야구’는 영건들의 합류를 알리며 신구조화가 적절하게 이뤄진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최강야구’는 영건들이 소속된 학교, 구단 등과 경기를 치르면서 해당 선수에게 선택권을 주고, 이로인해 미묘하게 변화된 최강 몬스터즈 멤버들과의 관계를 유쾌하게 그렸다. 올해에는 해당 선수에게 선택권을 주지 않고, 상대편으로 보내버리면서 역전된 관계성이 그려지기도 했다. 특히 원성준이 소속된 성균관대학교와의 경기에서도 이러한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원소속팀으로 돌아간 원성준은 몬스터즈를 상대로 2타점 역전 적시타를 그려내며 분위기를 가져왔고, 성균관대는 몬스터즈를 상대로 1점차로 승리했다. 달콤한 승리 끝에는 실직 위기도 닥쳤다. 원성준도 의자가 사라졌을 수도 있다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출근했으나, 그를 맞이한 건 뜻밖의 환대.
따뜻한 환대 뒤에는 이대호의 당부가 있었다. 부상자가 다수 발생한 몬스터즈에게 4할 타자 원성준은 소중한 전력이었기 때문. 이대호는 원성준이 출근하기 전 멤버들에게 “미안한데 형이 선배로서 한마디만 할게. 성준이 오면 아무 말 하지 마라. 계속 엉덩이 긁어주고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 성준이 4할타자야, 건드리면 안돼”라고 당부했다.
젊은 피의 열정을 보여주는 영건들과 갖은 고생과 경험을 쌓은 베테랑 선배들의 조합이 ‘최강야구’의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여기서 원성준의 경우 유리한 3볼 상황에서 어이없는 체크스윙으로 아웃을 당한 뒤 김성근에게 “정신이 있는 거냐”며 호되게 혼이 난 모습이 그대로 방송에 담기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김성근 감독은 원성준에 앞으로 훈련에 나오지 말고 경기에만 출전하라고 지시했고, 원성준은 고민 끝에 정근우에 통화를 걸어 조언을 구했다고. 정근우는 나오지말라고 했다고 진짜로 안나가면 다음은 없다며 용기를 내라고 조언했고, 원성준은 훈련에 나가 3시간 넘게 외야를 달리며 고뇌하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김성근은 원성준의 몫으로 햄버거를 남겨두며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였고, 원성준이 다음 경기 2번타자로 나가 안타를 만들어내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에게 짜릿한 순간을 선물했다.
이와 함께 ‘최강야구’는 올해로 두번째 신인드래프트를 담았다. 지난해 윤준호, 류현인 단 둘이었던 신인 드래프트 참가자는 올해 정현수, 원성준, 고영우, 황영묵 등 네 명으로 두배나 늘었다. 그러나 결과는 조금 달랐다.
롯데 자이언츠의 지명을 받은 정현수(2라운드), 한화 이글스의 지명을 받은 황영묵(4라운드), 키움 히어로즈의 지명을 받은 고영우(4라운드)와 달리 원성준은 11라운드가 지나가도 이름이 불리지않았다. 지명을 받지 못한 것.
원성준은 휴대폰을 보면서 “의윤 선배님이 메시지가 온다. 괜찮다고. 저 근데 진짜 괜찮다”고 담담하게 말했고, 뒤이어 등장한 부모님의 “집에 가자”라는 말에 원성준은 펑펑 눈물을 흘렸다. 지난해처럼 모든 신인 선수들이 프로 지명을 받았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프로는 냉정했다. 그러나 희망이 없던 것은 아니다. ‘최강야구’ 제작진은 다음날 대학리그 왕중왕전에 출전해 적시타를 터트린 원성준의 모습을 공개하며 “성준이는 모 구단으로부터 테스트 제의 전화를 받았다”는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최강야구’는 체계적으로 한 시즌을 운용하고 있다. 시즌이 종료되면 ‘7할 승률’로 인해 방출자가 결정된다. 아직 승률로 인한 방출자는 존재하지 않지만, 원년 멤버 심수창이 부상으로 인해 방출된 바 있다. 방출이 완료되면 새 시즌을 위한 트라이아웃이 진행되고, 여기서 새 은퇴 선수와 대학교, 독립리그를 통해 프로 데뷔를 기다리는 영건 선수들이 선발된다. 영건 선수 중 일부는 신인드래프트를 통해 프로에 지명되기도 한다.
프로그램과 제작진은 미지명의 순간도 세심하게 담아내며 끝까지 영건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신인드래프트를 보며 선수들이 소속된 학교가 불리기를 기다리고, 시청자들을 팬으로 만들어 트라이아웃부터 시작해 신인드래프트까지 응원하게 만드는 ‘최강야구’가 재밌는 이유다.
/cykim@osen.co.kr
[사진] 원성준 SNS, JTBC, 방송 캡처, 유튜브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