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솔로' 재미있는데 왜 뒷맛은 죄책감 남기지 [Oh!쎈 초점]
OSEN 연휘선 기자
발행 2023.10.15 17: 25

연애의 설렘보다 뒷담화, 설전의 긴장감이 더 압도적이다. 재미 없다는 말은 못하지만 이대로 봐도 되는 지에 대해선 죄책감을 남기는 '나는 솔로(SOLO)'의 이야기다. 
ENA, SBS플러스 예능 프로그램 '나는 솔로(약칭 나솔)'가 최근 방송된 16기로 '역대급'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지난 10기에 이어 두 번째 돌싱 특집으로 구성된 '나는 솔로' 16기가 출연자들의 예측 불가능한 설전으로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나는 솔로' 16기 화제의 시작은 남자 출연자 상철이었다. 미국 교포인 그는 자신을 따라 미국에서 생활해줄 수 있는 연애 상대를 원했고, "부엌은 아내의 공간"이라거나 순종적인 형수의 모습을 닮은 아내상을 주장하며 빈축을 샀다. 여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을 산 그의 모습은 소위 '악역'을 자처한 캐릭터 플레이가 아니냐는 의혹까지 샀다. 

여기에 상철에게 호감을 보였던 여자 출연자 영숙으로 논란의 중심이 옮겨갔다. 순종적인 여성상을 요구하던 상철을 휘어잡는 연상의 매력을 보여줬던 영숙은 남여 출연자들 사이 불필요한 말을 옮기며 오해와 갈등을 낳았다. 이는 출연자들 사이 감정 싸움으로도 번지는 듯 했고, 또 다른 남자 출연자 광수가 "테이프 깔까?"와 같은 날선 발언까지 하며 갈등의 정점을 찍었다. 
대중과 네티즌들의 반응이 더해지며 '나는 솔로' 16기 출연자들은 매회 새로운 방송이 나올 때마다, 사과를 거듭했고 SNS를 통해서도 설전을 이어갔다. 오죽하면 매 기수를 마무리하는 '나는 솔로' 제작진의 라이브 방송 또한 갈등의 마침표는 커녕 새로운 쟁점으로 희화화 됐다. 급기야 옥순과 영숙의 고소전까지 논란이 번졌다.
누구를 위한 갈등인지 모를 오해와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그 과정은 '나는 솔로' 시청자들에게 고스란히 전시됐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다는 '싸움 구경'이 어떤 각본도 없는 일반인 출연자들의 모습으로 방송된 상황. "카메라 앞에서 저렇게까지 한다고?"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어떤 체면 치레도 남기지 않는 모습은 경악과 신선함을 동시에 선사했다. 전에 본 적 없던 풍경에 시청자들은 타인의 갈등과 괴로움을 감상한다는 경계도 잊고 '나는 솔로' 16기의 자극에 취했다. 
그러나 이는 명백한 '길티 플레저'다. 보면 안 될 것을 봐버렸다는 죄책감, 그 불쾌감에 기반한 자극적인 재미의 연속. 심지어 방송만 끝날 뿐 출연자들의 일상은 계속해서 현실에서 이어진다. 끝맛이 개운하지 않은 이 재미에 이렇게 취해도 괜찮은가. 어떻게도 지울 수 없는 시청 후의 찝찝함이 '나는 솔로' 16기에 낙인처럼 남은 것이다. 
"결혼을 간절히 원하는 솔로 남녀들이 모여 사랑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극사실주의 데이팅 프로그램". '나는 솔로'를 소개하는 제작진의 단 한 줄의 문구였지만 '데이팅 프로그램'이라는 정체성은 어느새 휘발됐다. 연예인 뺨치는 선남, 선녀는 아니더라도 누구보다 현실적으로 연애와 결혼을 생각하던 출연자들, 그들의 사실적인 재고 따지기가 공감을 자극해서 설레던 '나는 솔로'는 이제 없다.
개싸움이나 다름 없던 16기를 기점으로 '나는 솔로'를 연애 프로그램으로 즐기는 사람들은 사라졌다. 어떤 갈등과 전에 없던 캐릭터가 등장해 새로운 자극과 갈등을 선사할지에 대한 호기심 만이 남은 상황이다. 이걸 연애 리얼리티라고 할 수 있을까. 17기, 18기 심지어 그 이후까지, 몇 번의 새로운 기수가 몰려와도 지울 수 없는 16기의 돌풍이 훈장이 아닌 흉터로 '나는 솔로'에 남았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ENA, SBS플러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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